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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Oct 24. 2021

숲으로의 여행:대관령자연휴양림(4)

(2020-10-21)  치악산 구룡사와 영월 법흥사

오늘 3박 4일의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돌아가는 길도 고속도로보다는 쉬엄쉬엄 구경하면서 가는 길을 택하기로 하였다. 주문진 수산시장에서 장을 본 후, 치악산 구룡사와 영월 법흥사를 거쳐 집으로 갈 예정이다. 어제 호텔방 온도를 높여 놓아 잠을 아주 푹 잘 잤다. 오전 9시 반에 호텔을 나섰다.


1. 주문진 수산시장


과거의 동해안의 여러 항구에 있던 수산시장들은 이제 강원도에 관광객이 몰리게 되자 큰 시장으로 변모하였다. 주문진항은 과거에도 강원도 동해안 일대에서는 규모가 큰 어항이었지만, 지금은 더욱 확대되어 평상시에는 수십, 수백 대의 관광버스가 줄을 잇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초나 강릉 부근의 여타 항구에 비해서는 값도 싸고, 수산물도 풍부하다.


속초에서 큰길을 따라 강릉으로 내려가다가 도중에 주문진항이 나온다. 주문진항은 이미 거대한 수산시장과 회센터로 변모하였다. 주문진 수산시장 길로 들어서서 끝까지 가면 바닷가가 나오고, 수협공판장, 경매장 등의 시설이 나온다. 이 근처가 오리지널 주문진항이다. 넓은 2층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난장 시장터에 들어갔다. 시장 양쪽에 닥지닥지 붙은 작은 가게에서 각종 수산물과 활어들을 판매한다. 대포항이나 동명항에는 보이지 않던 오징어들이 이쪽에는 가득가득 있다. 시장을 먼저 한번 둘러보았더니, 어느 가게나 상품 구성이나 가격은 거의 같았다.


먼저 골뱅이를 한 접시 샀다. 큰 접시 하나에 만원이다. 삶은 골뱅이는 소주 안주에 그만이며, 맥주 안주로도 좋다. 더 많이 사고 싶었지만, 오늘 밤에나 집에 도착할 것이므로, 오래 보관할 수 없기 때문에 할 수 없다. 큰 오징어 비슷하게 생겼는데, 오징어도 아니고 한치도 아닌 것이 있다. 물어보았더니 꼴뚜기라 한다. 이렇게 큰 꼴뚜기는 처음 본다. 보통 보는 오징어보다 훨씬 크다. 맛이 어떤지 궁금해서 꼴뚜기도 샀다. 그 외에 횟감용 오징어, 매운탕용 삼세기에다 가자미까지 샀다. 큰 스티로폼 박스에 가득 찬다. 나중에 집에 와서 먹어보니 꼴뚜기는 영 아니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는 옛말에 틀림이 없다. 작은 횟감용 꼴뚜기는 괜찮지만, 큰 꼴뚜기는 식감도 좋지 않고, 맛도 없다.  


주문진항은 옛날 어항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고깃배들과 각종 어로시설, 그리고 수산물 유통시설 등이 어지럽게 난립해있다. 이곳 주문진에서 한 달 정도 살아봤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매일매일이 생선회에 소주에 천국 같은 날일 텐데....  


2. 치악산 구룡사(龜龍寺)


치악산에도 와본지가 20년 이상은 되는 것 같다. 젊을 때 서울에 살 때는 명절날에는 대구까지 가는 경부고속도로가 너무 막혀 중앙고속도로와 국도를 자주 이용하였다. 그러면 귀경길에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올라오다가 영주쯤에서 빠져나와 죽령이나 조령, 그리고 제천 등을 거쳐 원주 쪽에서 나와 서울로 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때 종종 치악산에 들러 구룡사를 탐방하기도 하였다. 그때는 아이들도 매우 어렸으므로, 20년도 훨씬 전의 일인 것 같다.


치악산 구룡사라 하면 항상 머리에 남아 있는 인상이 큰 나무와 시원한 그늘이다. 그리고 <은혜 갚은 까치> 이야기도 떠오르고.... 치악산 매표소 앞에 있는 주차장이 매우 좁다. 관광객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주차장이 좁다 보니 주차할 자리를 찾기 어렵다. 어쩔 수 없어 일단 차로 절까지 올라갈 수 있으면 올라가 보기로 하였다. 차로 매표소까지 올라가 입장권을 사면서 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냐고 물으니, 의외로 선선이 차를 타고 올라가라 한다. 구룡사로 가는 넓은 산길을 따라 등산객들이 걸어 올라가는데 차를 타고 가려니 좀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다.


한참 올라가니 큰 주차장이 나온다. 더 위에도 주차장이 있는 것 같으나, 이미 차로 많이 올라왔으므로 여기서부터 걷기로 하였다. 주차를 하고 300미터쯤 걸으니 구룡사가 나온다. 구룡사 바로 앞도 큰 주차장이다. 다른 유명한 절들과 달리 이곳 구룡사는 절 안쪽에 큰 주차장을 마련한 것 같다. 구룡사 절 입구에 먼저 큰 은행나무가 나를 반긴다. 이번 여행에서 은행나무의 아름다움을 처음 실감하였다. 영월 관아의 은행나무, 오죽헌의 은행나무도 좋았고, 이곳 구룡사의 은행나무는 더욱 좋다. 그렇지만 은행나무라면 뭐니 뭐니 해도 영동에 있는 <영국사>의 은행나무를 따라올 것은 없다. 영국사(寧國寺) 은행나무는 정말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 그 자체이다. <영국사> 은행나무에 대해서는 다음의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s://blog.naver.com/jhlee541029/221979088633


집사람이 불공을 드리는 동안 구룡사 절 이곳저곳을 구경하였다. 종각이 보인다. 이곳이 은혜 갚은 까치 이야기에 나오는 그 종각인가 생각했더니, 은혜 갚은 까치는 이곳 구룡사가 아니라 치악산 상원사라 한다. <은혜 갚은 까지> 이야기는 누구나 잘 아는 이야기이다. 어느 나그네가 길을 가던 중 구렁이에게 잡아 먹히려는 까치를 보고, 구렁이를 죽이고 까치를 구해준다. 날이 저물어 나그네가 어느 처마 밑에서 잠이 들었는데, 답답하여 깨보니 큰 구렁이가 몸을 감고 있었다. 바로 나그네가 죽인 구렁이의 부인으로서, 그 암구렁이는 만약 구룡사의 종이 울린다면 나그네의 목숨을 살려주겠다고 한다. 그러자 얼마 후 구룡사의 종이 울리는 소리가 나고 암구렁이는 물러난다. 나그네가 종각으로 가보니 까치가 한 마리 죽어 있었다. 나그네의 도움을 받은 까치가 나그네를 살리기 위해 머리로 종을 받아 종을 울리고 죽은 것이다.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착한 일을 하면 복 받는다? 좀 더 현대적으로 그리고 분석적으로 해석을 해보자. 만약 나그네가 구렁이가 까치를 잡아먹으려는 걸 보고도 모른 채 지나쳤으면, 까치 한 마리가 죽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그네가 까치를 구해준다고 구렁이를 죽였다. 나그네가 구해준 까치는 암구렁이에게 죽임을 당하려는 나그네를 구해준다고 종에 머리를 부딪혀 결국은 죽고 말았다. 나그네도 자칫했으면 암구렁이에게  죽었을 것이다.


결국 나그네가 가만히 있었으면 까치 한 마리 죽는 것으로 끝났을 일을, 괜히 나서서 까치 한  마리에 구렁이 한 마리까지, 그리고 운이 나빴으면 자기 목숨까지도 잃어버릴 수 있는 비극이 일어났다. 결과적으로 나그네가 나서서 더 잘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니까 자연의 일에 사람이 괜히 쓸 데 없이 나서지 말라는 것이 이 이야기의 교훈이 아닐까?  


3. 영월 법흥사(法興寺)


영월에 있는 법흥사는 나는 처음 들어보는 절인데, 집사람 말로는 아주 유명한 절이고 꼭 한번 찾고 싶었던 절이라 한다. 집에 가는 길을 조금 우회하면 되는데 그깟 소원 하나 못 들어줄 내가 아니다. 며칠 동안 쌓였던 피로가 몰려 운전을 하는데 잠이 쏟아진다. 집사람과 운전대를 바꾸고 비몽사몽 조는 사이에 법흥사에 도착하였다.


법흥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 율사가 중국에서 부처님 진신사리를 가져오면서 창건한 절으로서, 전국 5대 적멸보궁(寂滅寶宮)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이번 여행 첫날에 들렀던 정선 정암사도 자장 율사가 창건하였다고 했는데, 자장 스님은 절을 꽤 많이 만들었나 보다. 차는 법흥사 바로 앞까지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다. 절 앞이 아주 넓은 주차장이다. 법흥사는 사자산(獅子山)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데, 첫인상은 아주 편안하게 자리 잡은 절이라는 느낌이었다. 산속에 있는 절이지만 절터가 매우 넓었고, 넓은 절터 이쪽저쪽에 절 집들이 자리를 넉넉하게 차지하여 위치하고 있었다. 일부러 애써 조경을 한 것 같지 않으며, 건물의 배치를 궁리한 것 같지도 않다. 그저 있을 만한 자리에 그냥 건물이 앉아 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절 앞쪽 주차장을 지나서는 큰 솔밭이 있고, 까마득하게 키가 큰 잘 생긴 소나무들이 열을 지서 서있다. 잘 관리된 계획 조림된 국유림에서 가끔 좋은 소나무 숲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여기 소나무 밭은 그 이상이다. 그러고 보니 솔밭은 법흥사가 내세우는 가장 큰 자랑거리 가운데 하나이다. 이번 여행은 단풍 구경이 큰 목적 가운데 하나였지만, 설악산이나 오대산에서도 아름다운 단풍을 그다지 보지 못하였다. 그런데 이곳 단풍은 이번 여행에서 본 단풍 가운데 가장 좋았다.


절 위쪽으로 적멸보궁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키가 30미터는 되어 보이는 큰 소나무 숲 사이로 넓고 평탄한 길이 나있다. 소나무 아래에는 형형색색의 단풍나무도 섰여 있어 가을 단풍을 맘껏 뽐낸다. 며칠만 더 있으면 정말 황홀할 정도의 아름 다룬 단풍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한참 걸어 올라가니 여러 채의 건물이 보인다. 적멸보궁인가 했더니 산신각(山神閣)이다. 산신각 옆으로 난 가파른 계단길을 걸어 올라가니 적멸보궁이 나온다. 적멸보궁 건물은 아주 최근에 지은 것 같은 새 건물이다.  


적멸보궁 마당에서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울긋불긋한 단풍이 눈 아래 펼쳐진다. 마당 한 구석에 있는 자리에 앉아 경치를 즐기니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다. 적멸보궁 뒤로 돌아가니 아주 조그만 짐승 굴같이 생긴 문이 달린 조그만 봉분 같은 것이 있다. 자장 율사가 수행을 하던 토굴이라 한다. 좁아서 너구리 같은 작은 짐승이라면 모를까 사람은 도저히 못 들어갈 만큼 작은 입구인데 어떻게 들어갔는지, 들어갔더라도 과연 앉을 만한 자리라도 있을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


자, 이제 볼 것은 다 보고, 들를 곳도 다 들렸다. 집으로 직행한다. 집에 도착하니 7시가 조금 넘었다. 긴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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