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남매와 가난한 남매의 교차 사랑을 그린 고전 코미디 영화
옛날 영화는 스토리가 단순해서 감상하는데 부담이 없다. 영화 <청춘쌍곡선>은 한국전쟁이 끝난 후 3년이 되는 1956년에 제작된 코미디 뮤지컬 영화이다. 뮤지컬 영화라고는 하지만, 영화의 주인공들이 자신의 감정을 노래 부르는 것이 아니라, 배경 음악으로서 노래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그 노래들은 오리지널 영화음악이 아니라 당시에 유행하였던 “이별의 부산정거장”, “타향살이” 등이었다. 이 영화에서 유명 작곡가였던 박시춘 씨가 주연급 조연이라 할 의사로 출연한 점도 재미있다.
옛날 한국전쟁 때 전쟁에 투입될 미군들이 밤에 수송선을 타고 부산 앞바다로 들어서면 깜짝 놀랐다고 한다. 한국이란 나라는 아주 가난한 나라로 알고 있었는데, 저 멀리 항구 뒤편으로는 줄지어 늘어선 고층빌딩의 불빛이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알고 보니 그 불빛들은 고층빌딩의 불빛이 아니라 산등성이에 빽빽하게 들어선 판잣집에서 흘러나온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었다. 이 영화의 배경도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의 판잣집 촌이다. 아마 부산 영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너무 가난해서 못 먹어서 병이난 청년과 부자라 너무 많이 먹어서 병이 난 청년을 치료하기 위해 의사가 병을 고치기 위하여 서로 집을 바꿔 살라고 제안하는데, 두 청년은 의사의 말을 따르다가 사랑까지 얻게 된다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 코미디 영화의 시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느 병원의 한가한 오후, 명의로 소문난 의사는 환자가 없는 틈에 친구와 노닥거리고 있는 데 어떤 바싹 마른 청년이 찾아와 배가 아프다고 하소연한다. 명호(황해 분)라는 그 청년은 직업이 중학교 교사인데, 의사는 진찰을 해보더니 너무 먹지를 못해 병이 났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곧 또 한 사람의 뚱뚱한 청년 환자가 찾아와 배가 아프다고 호소하는데, 의사는 다시 그를 진단해 보더니 너무 많이 먹어서 병이 났다고 한다. 그의 이름은 부남(양훈 분)이다.
어떻게 치료할까 고심하던 의사는 한 사람은 못 먹어서 탈이 났고, 다른 한 사람은 너무 잘 먹어서 탈이 났으니, 서로 생활을 바꿔보면 병이 낫지 않을까 하는데 생각이 미쳐, 두 사람에게 서로 집을 바꿔 살아보라고 조언한다. 처음에는 머뭇거리던 두 사람이었지만, 곧 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하면서 의사의 제안을 따르기로 한다.
명호는 부남의 집으로 갔다. 부남의 집은 양옥의 아주 멋진 집으로서, 안으로 들어가니 가재도구도 어마어마하다.(물론 지금의 눈으로 본다면야 별 것도 아니다.) 부남에게는 여동생이 한 명 있다. 부남의 여동생은 명호에게 먹을 것을 내놓은데, 명호로서는 지금까지 본 적도 없는 음식들이다.
부남은 명호의 집으로 찾아갔다. 명호의 집은 저 아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높은 산 중턱에 자리 잡은 단칸 판잣집이다. 부남은 그런 명호의 판잣집을 보고는 도저히 들어갈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몇 번이나 그냥 돌아갈까 망설이다가는 들어오라는 명호의 여동생의 권유를 받고 겨우 집으로 들어선다. 이 집에는 명호의 어머니와 명호 남매 세 식구가 살고 있었다. 명호의 여동생은 예쁜 데다 성격이 반듯한 처녀였고, 명호의 어머니 역시 꼿꼿한 성품이다.
명호는 부남의 집에 와서 매일매일 좋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지만 마음은 편치 못하다. 그리고 이기적이고 자유분방한 부남의 여동생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느 날 명호는 마음을 다잡아 먹고 부남의 여동생의 생활태도에 대해 준엄하게 꾸짖는다. 그런 명호를 보고 부남의 여동생은 점점 명호에게 반하게 된다.
한편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호의호식하며 적당히 살아온 부남에게 있어서 명호의 어머니와 여동생의 생각과 생활방식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대충 살아왔던 자신을 스스로 반성하게 된다. 이와 동시에 명호의 여동생을 사랑하게 된다.
부남의 집에서는 부남의 여동생이 부모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하면서 부모님께 소개해 주겠다고 한다. 한편 명호의 집에서는 부남이 명호의 여동생에게 사랑을 호소하며, 그녀의 어머니에게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한다. 그런데 명호의 어머니는 딸이 엄청난 생활격차가 있는 부잣집으로 시집보낸다는 것이 뭔가 불안하여 선뜻 허락을 않는다.
마침내 부남의 집에서 양가의 부모가 만난다. 명호의 어머니와 부남의 부모님은 물론, 명호와 부남, 명호의 여동생과 부남의 여동생조차도 양 집안의 남매가 서로 크로스로 좋아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함께 모인 자리에서 모두가 깜짝 놀란다. 명호의 어머니가 이렇게 겹사돈이 되는 것이 좀 이상하지 않느냐면서 석연치 않는 표정을 짓지만, 부남의 아버지가 아들 딸들이 이렇게 서로가 좋아하는데 함께 결혼하는 것이 좋지 않느냐며 적극 찬성한다.
이리하여 명호 남매와 부남 남매는 주위의 축복을 받으며, 크로스로 결혼식을 올린다.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밝아 기분이 좋다. 스토리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지금 내놓는다고 해도 괜찮은 평을 받을 수준급의 코미디 영화이다. 배우는 물론 작곡가, 가수 등 다양한 예술인들이 영화에 등장하고 있어 이 또한 이 영화의 볼거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