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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n 24. 2024

슈투트가르트에서 독일 대중교통 체험

(2024-04-29, 월 a) 서유럽 렌터카 여행(12)

포르셰 박물관이 휴관이라 어쩔 수 없이 그냥 나와 슈투트가르트 왕궁으로 가기로 했다. 시내엔 주차가 힘들 것 같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구글맵으로 확인하니 S6라는 차를 타면 한 번에 간다고 한다. 길가는 사람에게 버스 주차장이 어디냐고  물었다. 내가 내민 휴대폰의 구글맵을 보더니 S는 기차를 의미한다고 하며, 근처에 있는 기차역을 가르쳐준다.


기차역은 오픈된 공간인데, 기차역으로 갔어도 어느 방향으로 가는 차를 타야 할지 알 수 없다. 차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 물어서 방향을 알았다. 이젠 표를 끊어야 한다. 역에 직원은 없고 티켓 발매기만 몇 대 있다. 티켓 발매기에 가니 화면이 햇빛을 받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겨우 햇빛을 가리고 화면을 보니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역 안의 모든 표기는 물론, 티켓 발매기도 독일어뿐이다. 할 수 없이 다시 근처에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행선지를 입력하면 요금이 표시되고, 그 금액만큼 돈을 넣으면 된다. 4 정거장, 7킬로 가는데 3.1유로, 거의 5천 원에 가깝다.


역 표기도 상당히 불친절하다. 우리 지하철이나 철도는 당역뿐만 아니라 전후의 역도 함께 표시되어 있다. 그런데 여긴 달랑 현재 역뿐이다. 구글맵이 4 정거장이라 했으니, 정거장 수를 세어 제대로 내렸다. 그런데 거치는 중간 역이 많으면 큰일이다. 도착역 이전 역을 알 수 없으므로 신경을 곤두세워 밖의 역명을 확인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생소한 독일어로 쓰여진 역 이름을 금방 읽고 내린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기차역에서 내려 10분쯤 걸으니 왕궁이 나온다. 어제 가 본 카를스루에 왕궁과 비슷하게 가운데 큰 연못이 있는 넓은 잔디밭이 있고, 이곳을 지나면 왕궁이다. 왕궁은 정원을 감싸듯 정원을 향해 오목한(concave) 모습이다.

슈튜트가르트 시내 기차 안
슈튜트가르트 기차역
슈튜트가르트 왕궁의 정원 풍경

왕궁은 10세기에 처음 건축되었는데, 18세기에 재건축되었고, 이후 리모델링 및 수시적인 증축, 보수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궁전의 기본적인 모습은 18세기의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왕궁은 초기에는 왕실 거주지로 사용되었으며, 현재는 궁전의 일부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왕궁 건물은 그다지 감동을 주지 않는다. 평범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좋은 말로 하면 아주 실용적인 건물이다. 그런데 정원이 멋있다. 하늘을 찌를 듯이 서있는 활엽수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정원 가장자리에는 오래된 조각상들이 서있다.


왕궁 건물을 바라보면서 왼쪽에 고풍스러운 큰 석조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구글렌즈로 확인하니 17세기에 지어진 오페라 극장이라 한다. 왕궁보다 오히려 오페라 극장이 멋있다.


돌아가는 길에 집사람이 외식을 하자고 한다. 매일 먹는 빵이 질린다는 것이다. 그러자고 하면서 식당을 찾는데, 동방마트(東方mart)란 간판을 단 큰 마트가 보인다. 꽤 넓은 매장인데, 지하가 식료품 매장이다. 중국 식품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둘러보다 보니 한국식품이 보인다. 라면 10봉지를 샀다. 약 3만 원. 호텔방에서 라면을 끓여 먹기로 했다. 오는 동안 나한테 그렇게나 천대를 받았던 냄비가 활약할 기회가 왔다.

왕궁과 그 앞의 연못
왕궁 안의 오페라 극장

돌아오는 길에 이번엔 내가 직접 표를 사 보기로 했다. 역 한쪽면에 기계들이 줄지어 있는데, 여긴 카드만 되는 것 같다. 일단 카드를 꽂았는데. 기계에 반응이 없다. 화면을 바라보니 영어 표기도 된다고 한다. 영어를 선택해 누르고 보니, 이 기계는 은행의 현금인출기이다. 다시 티켓발매기를 찾았다. 내가 내려야 할 역명을 입력하니, 금액이 표시되고 그 금액만큼 돈을 넣으니 표가 나온다.


물어물어 내가 타야 할 홈을 찾아 내려갔다. 열차가 한 대 정차해 있는데, 사람들이 탈 생각을 않는다. 무슨 일인가 하고 관찰하니, 마치 우리의 기차역처럼 여러 노선의 열차가 하나의 홈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략 7~8개의 노선이 이 홈을 이용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자신이 탈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타야 할 S6가 곧 도착해 무사히 숙소로 돌아왔다. 이제는 독일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호텔에 도착한 후, 집사람이 물이 부족하다며 사 오라고 한다. 근처 마트를 검색한 후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운전해 나오려 하는데, 주차장 입구에 셔터가 내려져있다. 아무리 해도 셧터를 올리는 방법을 모르겠다. 할 수 없이 리셉션에 가서 물어보려 차에서 내리는데, 그때 들어오는 차가 있어 셧터가 올라간다. 그 틈을 노려 빠져나왔다. 


집사람이 우유와 요구르트, 물을 사오라 했다. 그런데 요구르트 용기와 비슷한 포장의 상품이 너무 많다. 하나를 집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이게 요구르트냐고 물으니, 아니라며 뭐라고 설명을 하는데 뭔지는 모르겠다. 이렇게 몇 번을 시도한 끝에 요구르트를 살 수 있었다.

슈튜트가르트 왕궁 안의 숲

다음은 우유를 사야 한다. 여기서는 우유를 대부분 1리터짜리 팩 용기로 파는 것 같다. 이젠 우유가 독일어로 "milch"라는 건 안다. 우유팩이 진열된 곳으로 가 집으려는데 포장에 "not milch"라고 쓰여있다. 또 그 옆에 있는 건 "no milch"라고 쓰여있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 그런 표시가 없는 팩을 하나 집어 들고 옆에 있는 아줌마에게 이게 밀크냐고 물으니 맞다고 한다.


다음은 물이다. 한쪽 코너에 물이 잔뜩 쌓여있다. 그런데 위쪽에 보니 "WASSE"라고 크게 표시되어 있고, 그 아래에는 청색과 녹색 액체가 담겨있는 페트병들이 있다. 꼭 우리나라의 자동차 워셔액처럼 보인다. 발음도 비슷하다. 왜 워셔액을 이렇게 쌓아놓았지? 머리를 갸웃거리며 다음으로 갔다. 이번에는 투명한 액체가 들어있는 페트병이다. 위에 뭐라고 쓰여있다. 파파고로 번역을 해보았다. "천연에서 온"이라는 뜻이다. 이건 물이 맞을 거라 생각하고 집어 들었다, 나오면서 캐쉬어에게 이게 마시는 물이냐고 물으니 맞다고 한다.


호텔로 돌아와서 장본 것을 집사람에게 주니, 라면을 끓이겠다며 물병을 딴다. 그리고는 물맛을 보더니 탄산수라 한다. 독일 사람들은 탄산수를 많이 마시는 것 같다. 지금까지 묵은 호텔에서도 탄산수를 주는 경우가 많았다. 삼양라면 한 개에 햇반 하나를 말아 둘이 나눠 먹으니 꿀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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