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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n 27. 2024

뉘른베르크 전범재판기념관

(2024-05-01 수a) 서유럽 렌터카 여행(15)

다음은 오늘의 숙박지 뉘른베르크((Nürnberg)이다. 뉘른베르크는 뮌헨의 북쪽에 위치한 역사 깊은 도시로서 많은 역사 및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지만 내가 이 도시에서 꼭 가고 싶은 곳은 따로 있디. 바로 전범재판기념관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나치와 그 부역자들에 대한 전범재판은 바로 이곳에 설치 된 전범재판소에서 열렸다.


뉘른베르크는 중세 시대부터 박람회와 수녀회의 중심지로서 번성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도시 안에는 중세 시대의 건물과 구시가지가 많이 보존되어 있어 중세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 도시는 또한 나치 독일의 중심지 가운데 하나로서, 나치당의 전당대회인 ‘뉘른베르크 대회’가 여기서 열렸다고 한다. 그런 이유에서 독일 패망 후 전범재판소가 이곳에 설치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몇 년 전 "뉘른베르크의 재판"이라는 영화를 감상하고 큰 감명을 받았다. 이 영화는 나치에 부역한 판사들에 대한 처단을 그리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검사와 판사의 준엄한 추궁은 마치 우리나라 사법부를 향한 질타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 재판의 피고인들은 독일의 고위 법관들로서, 그 가운데는 세계적 법학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전범재판기념관

피고인 판사들은 자신들은 입법권자가 아니며, 만들어진 법에 따라 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무죄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나치가 자행한 홀로코스트 등의 만행도 정보가 통제되었기 때문에 자신들은 몰랐다고 한다. 그러나 전범재판관들은 피고들이 나치에 의해 증거가 조작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피고에게 유죄를 선고하였기 때문에 이는 나치에  부역한 것이라 판단한다. 그리고 나치의 만행에 관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선 모를 수 있지만, 뭔가 심각한 비인도적 행위가 지행 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모를 수 있냐며 반문한다.

https://m.blog.naver.com/weekend_farmer/222125319864


전범재판 기념관은 바로 그 전범재판 법정이 있던 건물에 들어서 있다. 입장료는 1인당 7.5유로이다. 이런 곳까지 돈을 받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후세에 대한 경종으로서 당연히 누구나 입장할 수 있게 무료여야 하는 게 옳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3층은 전시관이다. 여기에는 제2차 세계대전과 전범재판에 대한 각종 기록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런데 모든 기록과 설명들이 독일어로만 되어있어 읽을 수가 없었다. 파파고로 번역해 보니 대개가 아는 이야기라 곧 그만두었다. 


1층과 2층은 옛 전범 재판정이다. 그런데 이곳에는 들어가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앞으로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단다. 그렇게까진 기다릴 수 없다. 2층에 있는 창문을 통해 재판정 내부를 볼 수 있었다. 들여다보니 영화에서 본 그 모습 그대로이다. 다안 넓이는 영화에 비해 좀 좁아 보인다. 재판정에 들어가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다.


호텔은 고색창연한 중세풍의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그런데 호텔을 찾을 수가 없다. 구글맵에서는 호텔에 도착했다는 멘트가 나오는데 호텔 간판이 보이지 않는다. 호텔예약 바우처를 들고 근처 집을 하나씩 확인하여 겨우 호텔을 찾았다. 그런데 이런 낭패가 있나! 문이 굳게 잠겨 열리지 않는다. 벨 같은 것이 있어 눌러보기도 하고 별짓을 다해 보았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다.


어때 길 건너 창문에서 내다보고 있던 나이가 80도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오라고 손짓을 한다. 무엇을 찾느냐고 묻길래 호텔 바우처를 보여주니까, 그 호텔이 맞다고 하면서, 문 옆에 았은 번호키에 바우처에 있는 회원번호를 입력하면 문이 열린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번호를 입력했으나 여전히 문은 꿈적도 않는다. 번호 뒤에 *표도 눌러보고  # 표도 눌러보았지만 여전히 문은 꿈적도 않는다.


그때 혹시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얼른 이메일을 확인해 보았다. 거기엔 오늘자로 호텔로부터 보내온 메일이 있었고, 그 속엔 현관문 패스워드와 우리가 묵을 방의 번호가 적혀있었다. 겨우 문을 열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니 그 할아버지가 엄지 척을 하고 있었다. 호텔 방은 꽤 많은데 사람이라곤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호텔부근의 올드타운

아직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주차를 해야 한다. 호텔 주차장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예약 바우처를 확인했으나 주차장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호텔 건물 안쪽이라 생각되는 곳에 몇 대 주차를 할 만한 마당이 보이는데 과연 그곳에 주차를 해도 되는지 확신할 수가 없다. 


다시 건넛집 할아버지의 창문을 두드려 어디다 주차를 하면 되냐고 물어보았다. 이곳 길 가장자리가 주차장이므로 아무 곳에나 주차를 하면 된다고 한다. 주차비가 무료냐고 물어보니 원래는 유료 주차장이지만 오늘은 노동절이기 때문에 단속하는 사람이 없다고 하면서 그냥 주차해도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내일 오전 9시까지는 주차관리인이 없을 것이므로 그 이전에 나간다면 주차권을 끊지 않아도 괜찮을 것이라 한다. 그의 말을 믿고 길가에 주차를 하였다. 


배가 고프다. 이 호텔엔 싱크대가 있다. 오늘도 라면을 먹기로 했다. 요즘엔 젊은이들이 치즈라면을 좋아한다기에 치즈를 잔뜩 넣고 끓였다. 열무김치를 반찬으로 먹으니 맛이 그만이다. 앞으론 집에 가서도 치즈라면을 먹어야겠다. 

야시장과 주위의 공원풍경

잠시 쉰 후 산책을 나왔다. 현관을 나서니 흑인과 백인이 섞인 젊은이 셋이 호텔 앞에서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었다. 그들도 아마 이 호텔에 묵을 숙박객인 것 같다. 이 호텔에 예약을 하였느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하면서 들어갈 방법을 몰라 이러고 있다는 것이다. 이 친구들 내 덕택에 살았다. 현관 비밀번호와 방 번호 확인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니 고맙다고 거듭 인사를 한다. 무인호텔로 운영하는 것도 좋지만 참 주인도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알고는 이런 호텔 절대 예약하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그럴 경우 전화를 하면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으냐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전화를 하면 ARS 음성이 흘러나온다. 상투적인 질문이 계속되고, 그것에 하나하나 대답하다가 보면 끝이 없다. 그리고 대답을 완료한다고 해서 사람이 그 전화를 받는 것도 아니다. 들으나 마나 한 멘트로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해결 못하고 국제전화료 폭탄만 맞는 꼴이다. 


이 일대는 모두 고풍스러운 건물과 거리이다. 길을 따라 조금 걸어가니 공원이 있고 그 옆에는 야시장 같은 것이 섰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먹고 마시며 왁자지껄하다. 공원 한쪽에는 멋진 분수가 있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먹을 것이나 좀 사가려 했는데, 오늘은 노동절이라 슈퍼마켓이 대부분 휴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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