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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ug 03. 2024

최종병기 "활"?

올림픽 양궁경기를 보면서

우리 여자 양궁대표가 올림픽 10연패를 달성하였다. 진정 활의 민족의 후예라 할만하다.


아마 역사상 전쟁에서 우리나라만큼 활에 의존한 나라도 없을 것 같다. 우리 역사상 수많은 외침을 받고 적을 물리쳐 왔으나, 사실 야전(근접전)에서 승리한 경우는 정말 손을 꼽을 정도이다. 을지문덕의 살수대첩 이나 강감찬의 귀주대첩 정도가 아닐까 한다. 조선 초기 여진을 평정했다지만, 압도적 병력으로 적의 소부대를 일방적으로 두들긴 것이 아닐까 한다.


야전(접근전)의 성적은 참 민망할 정도이다. 대규모 전투에서 거의 이겨본 적이 없다. 고구려와 말갈의 정예 연합군은 그보다 병력수가 적은 당태종의 군대에 전멸을 당했다. 임진왜란 때 용인전투에서는 7만 조선군이 와키자카가 이끄는 천오백 병력의 돌격에 박살이 나버렸다. 몽고와의 전쟁이나 병자호란은 말할 것도 없다. 그 이유는 아마 병사들이 전투훈련을 거의 받지 못하였고, 지휘관들도 전법이나 진법에 관한 지식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순신 장군이 연전연승한 것은 철저히 원거리 전투를 견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TV 역사드라마를 보면 우리의 지휘관은 칼을 빼들고 병사들에게 돌격하라라는 말만 외친다. 그러면 우리 병사들은 적을 향해 우르르 달려간다. 만약 실제 전투에서 그랬다간 전멸당하기 십상일 것이다. 일방적으로 적을 난도질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대형전투는 반드시 진을 치고 공격과 수비를 해야 한다. 그래야 전력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아군의 피해를 극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 전쟁영화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진이 흐트러진 군대는 오합지졸이다. 일방적으로 적에게 살육당할 뿐이다.


이렇게 근접전에 약했기 때문에 우리의 전투방식은 항상 성에 의지하고 싸우는 원거리 전투인 공성전이었다. 공성전에는 칼과 창 같은 근접 병기보다 활과 같은 원거리 무기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전투 병기로서 활이 중요하게 된 것은 이러한 전투방식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실제 전쟁에서 활이 과연 얼마나 위력을 발휘했는지에 대해서는 상당히 회의적이다. 좋은 예가 양궁이다. 올림픽 양궁시합은 70미터 거리에서 쏜다. 아시다시피 시위를 떠난 화살은 나무로 만든 과녁에 겨우 박히는 정도이다. 그 정도 위력이라면 철갑은커녕 가죽이나 대나무로 만든 갑옷도 뚫지 못할 것 같다. 영화에서 보듯이 갑옷을 뚫고 사람을 관통하는 그런 위력이 있다고 믿기 어렵다. 요즘 양궁은 첨단 소재와 첨단 과학기술에 의해 만들어졌다. 위력이 옛날 활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런 양궁이 이 정도의 위력일진대, 지금보다 기술력이 훨씬 뒤진 옛날 활의 위력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 같다. 신기전 같은 무기도 보기에는 멋지지만 실전성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오래전 영국 BBC에서 제작한 전쟁 다큐멘터리를 보니 인류역사상 최고의 병기 3개를 선정하면서 로마군의 검인 글래디오스와 몽고군의 활을 꼽았다. 다른 하나는 잊어버렸지만. 몽고군은 활로써 아시아에서 유럽에 이르는 그 넓은 땅을 점령한 것이다. 또 동서양의 전투에서 활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만하면 전투에서 활의 유용성이 입증된 것이 아닌가?


전투에서 활이 위력을 발휘한 것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활을 쏘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몽고군은 기동력을 이용하여 거의 화살 끝을 적의 몸에 갖다 대다 시피하여 활을 쏘았을 것이다. 활로서 적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 다른 전투의 경우도 아마 적이 거의 근접했을 때 쏘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궁수들이 적이 근접해 올 때까지 기다리려면 다른 병사들이 궁수를 보호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높은 전투력을 보유하여야 가능하다. 결국 전체 전투력이 높아야 활의 효용성도 높아진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가 그동안 겪었던 수많은 전투에서 공성전을 제외한다면 실제로 활이 얼마나 위력을 발휘했을지는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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