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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ug 04. 2024

대전역 성심당

어제저녁 집사람과 함께 대전역에 갔다. 상갓집 조문을 위해 대구에 갔다가 수원의 집으로 돌아가는 딸에게 손자를 넘겨주기 위해서였다. 이곳 세종시도 꽤 덥다고 느껴졌는데, 대전 역 앞에서 버스를 내리니 열기가 확 밀려온다. 세종과 대전시내의 온도 차이가 이렇게 클 줄 몰랐다. 아마 열섬 현상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마치 한증막에 들어온 것 같다.


손자를 데리고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성심당 빵집으로 갔다. 나는 대전역을 적지 않게 이용해 왔지만 성심당이 어디 있는지 몰랐다. 안내판을 보니 2층에 있다고 하는데, 막상 가보니 2층이 아니라 1.5층이라 해야겠다. 1층과 2층 사이의 좁은 공간을 성심당이 통째로 사용하고 있었다. 손님들이 정말 발 디딜 틈이 없이 꽉 차있었다. 밀리듯 줄을 서서 빵을 고른 후 줄을 서서 계산을 한다. 손님이 많기도 하지만 매장이 좁아서 더 그런 것 같다. 


월세가 1억 원이라길래 상당히 넓은 매장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생각 외로 매장이 좁다. 손님이 이용하는 공간, 즉 매장과 계산대 공간을 합한 면적은 50평도 안될 것 같다.(제빵시설이 있는 곳의 면적은 내가 확인할 수 없었다.) 이 매장을 두고 코레일은 월세를 5억 원으로 올려 달라하고, 성심당은 현재와 같은 1억 원 이상은 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는 것이다. 


만약 합의가 안되어 성심당이 퇴거한다면 코레일은 얼마의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업체를 유치할 수 있을까? 나야 부동산에 대해 잘 모르지만, 아마 월세 500만 원 이상을 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 역사 중앙계단 옆에 위치하고 있지만 조금 외져 웬만한 장사는 제대로 될 것 같지 않은 위치이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처럼 충성스러운 고객을 가진 업체만이 입점할 수 있는 위치이다. 그렇지만 그런 점포가 입점하기에는 면적이 너무 좁다. 


코레일도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한사코 월세 5억 원을 고집하는가? 규정 때문이다. 코레일의 규정에는 입점업체의 매출액에 비례하여 월세를 책정하도록 되어있고, 이 규정을 적용하면 월세가 5억 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코레일은 저간의 상황을 잘 알고 있으면서 왜 이런 규정만을 고집할까?


그것은 코레일 의사결정권자의 인센티브 구조를 생각한다면 당연한 결정이다. 만약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성심당이 퇴거하여 월 1억 원의 임대료 수입이 없어지더라도 자신에게 돌아오는 불이익은 하나도 없다. 반면 규정보다 낮은 월세를 책정했다간 당장 규정위반은 물론 배임의 책임까지 질 수 있다. 특히 의사결정권자를 노린 표적감사 혹은 표적수사가 이루어진다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아마 그동안 자신이 쌓아온 사회적 평가는 물론 평생 모은 재산까지도 모두 날아갈 수도 있다. 인생이 엉망이 되고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것이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임대료 인상을 않는다고 하더라도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익은 하나도 없다. 경영자로서는 규정을 고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코레일은 성심당 임대료와 관련하여 감사원에 컨설팅을 의뢰했다고 한다. 코레일은 임대료 인상을 둘러싼 책임문제의 안전장치로서 감사원에게 폭탄을 돌려버린 것이다. 폭탄을 넘겨받은 감사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하다. 감사원으로서도 난감할 것이다. 나중에 왜 그런 컨설팅을 했는지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감사원은 평소 워낙 뻔뻔한 인간들이라 그런 고민을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내 예상으로는 넘겨받은 폭탄을 다시 코레일로 돌려주는 애매모호한 컨설팅 결과를 내놓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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