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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 청태산 자연휴양림 여행(3)

(2021-05-27) 횡성호수와 풍수원 성당

by 이재형

아침부터 세찬 비가 내린다.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따뜻한 잠자리에 누워있는 것도 매우 기분 좋은 일이다. 그동안 휴양림 여행에서는 휴양림을 근거지로 하여 근처의 명소를 돌아보는데 치중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횡성에서 가볼 만한 곳을 찾으면 제일 먼저 나오는 곳이 바로 이곳 청태산 자연휴양림이다. 그러니까 이 일대에서는 이곳이 가장 좋은 곳인데, 굳이 다른 곳을 둘러볼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곳에서 하루 종일 보내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으니까 짧은 시간 주위를 돌아보고, 오후에 일찍 돌아와 이곳 휴양림을 산책하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비가 너무 세차게 내려 제대로 둘러볼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7. 횡성호


먼저 횡성호로 갔다. 횡성호는 비교적 최근인 2000년에 완공된 인공호수이다. 면적이 209평방 킬로라 하니까 그 크기를 간단히 생각하면 가로 15킬로, 세로 14킬로 정도의 호수라 이해하면 될 것이다. 물론 실제의 호수는 그렇게 반듯한 모양이 아니라 구불구불하게 생겼으므로, 보기에는 더 넓어 보일 수도 있다.


횡성호 전망대 공원으로 갔다. 여기에는 돌탑이 하나 있고, 여러 기념비도 세워져 있었다. 입장료는 2,000원인데, 입장권을 사면 입장료의 금액에 해당하는 횡성 상품권을 돌려준다. 작지만 아주 아기자기하고 잘 꾸며진 공원이다. 이곳에 서면 횡성호 전체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비가 내려 좀 불편하기는 하지만 안갯속에 펼쳐진 호수 풍경은 또 다른 절경이다. 유튜버인듯한 사람 몇이 촬영을 하고 있다. 요즘은 유튜브가 하도 성행해서 그런지 명승지에 가면 유튜버인듯한 사람들이 촬영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호수를 접한 언덕에는 작은 정자가 하나 지어져 있는데, 이곳이 횡성호의 절경을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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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호수 옆으로는 횡성호수길이 나있다. 전체 길이가 9킬로미터 정도 되는데, 트레킹 코스로는 꽤 유명한 길이라 한다. 내리는 비로 인해 많이는 못 걷겠지만 조금 걸어보기로 했다. 호수길은 호수를 따라 굽이굽이 나있다. 대부분 걷기 좋은 평탄한 흙길이며, 조금 험한 구간에는 데크 길이 만들어져 있다. 날씨가 좋을 때 와서 전구간을 한번 걸어보면 좋을 것 같은 풍치가 아주 좋은 길이다. 비가 내리는 데다 높은 지역이라 그런지 춥다. 조금 걷다가 다시 돌아왔다.


8. 풍수원 성당


다음은 섬강(蟾江)이다. 섬강은 한강의 지류인데, 횡성호수는 섬강을 댐으로 막아 생긴 호수이다. 관광 정보에는 섬강이 강원도 횡성 일대 높은 지역을 흐르는 아주 아름다운 강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내비에 섬강을 찍고 달렸더니 작은 강 옆에 있는 도로로 안내한다. 도로 옆의 강이 섬강인 것 같은데, 주차시설도 없는 그냥 일반도로여서 내려서 구경하기가 그렇다. 할 수 없이 다시 내비에 <섬강 유원지>를 찍어서 다시 달렸다. 이번에는 시골 도랑보다 조금 넓은 개천가로 안내한다. 그래 섬강은 포기하자.


풍수원 성당으로 갔다. 지금까지는 여행을 가면 대부분 절을 찾았는데 이번에는 드물게 성당을 찾았다. 풍수원 성당은 강원도에서 처음 지어진 성당으로, 옛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조선 말기 기독교 탄압을 피해 경기도 용인에 살던 40여 명의 신자들이 피할 곳을 찾다 정착한 곳이 이곳 풍수원이라 한다. 이를 계기로 전국 여러 곳에서 박해를 받던 천주교 신자들이 이곳에 모이게 되면서,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서품을 받은 정규하 신부가 이곳에 성당을 지었다고 한다. 풍수원 성당은 1907년에 완성되었는데, 서울의 약현성당, 완주의 되재성당, 서울 명동성당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 오래된 성당이라 한다.


풍수원 성당은 산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빨간 벽돌에 뾰족한 종탑이 있는 건물로서, 명동성당과 비슷하게 생겼다. 주위의 경치가 뛰어나고 또 성당이 예쁜 건물이라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로 자주 이용된다고 한다. 성당 옆에는 성당의 종탑보다 키가 더 큰 느티나무가 우뚝 서있다. 절에 가면 큰 느티나무를 자주 보는데, 이곳 풍수원 성당에 있는 느티나무도 결코 그에 못지않은 크고 잘생긴 나무이다. 성당 건물과 아주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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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옆으로는 사람 키보다 조금 더 커 보이는 하얀 예수상이 있고, 그 뒤로 정원이 잘 가꾸어져 있다. 정원 앞에는 몇 그루의 불두화나무가 있어 하얀 탐스러운 불두화 꽃이 화려하게 피어있다. 성당 주위와 공원을 중심으로 짧은 산책길이 이쪽저쪽으로 나있다. 성당 뒤 언덕에 서면 길 건너 저쪽 높은 산이 안갯속에 우뚝 서있다.


지금이야 이곳에는 도로도 놓이고 하여 도시와 쉽게 연결될 수 있지만, 구한말에는 이 부근은 정말 심심산골이었을 것이다. 자신이 믿는 종교를 위해 모든 생활터전을 버리고 이곳 산골로 찾아든 기독교 신자들이 참 대단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체 종교란 것이 무엇이길래 심지어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서라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는지 종교를 가지지 않는 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면도 많다.


우리는 자신의 종교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교자들을 높이 평가한다. 그런데 우리는 요즘 주위에서 여러 종교의 광신도를 많이 보며, 이들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린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과거의 순교자들과 현대에 와서 많은 사람들의 눈총을 받는 광신도는 종이 한 장의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그 옛날에 태어났었다면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순교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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