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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 청태산 자연휴양림 여행(4)

(2021-05-27) 안흥 찐빵마을과 청태산 자연휴양림 산책

by 이재형

몇 곳을 거치다 보니 벌써 점심때가 지났다. 적당한 식당에 들어가서 밥을 먹을까 하다가 그러면 또 한 시간 정도는 훌쩍 지나간다. 근처에 안흥 찐빵마을이 있다고 한다. 그래 시간도 아낄 겸 찐빵으로 점심을 때우자.


10. 안흥 찐빵마을


안흥은 언제부터인가 찐빵으로 유명해졌다. 안흥은 그야말로 조그마한 시골마을이다. 이런 시골마을이 전국적으로 유명한 찐빵마을이 되었다니 신기한 느낌도 든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곳의 찐빵은 역사가 꽤 오래된 것 같다. 이곳은 산골로서 예로부터 쌀농사는 거의 없고, 대부분 옥수수나 팥 등을 재배하였다고 한다. 전쟁 후 밀가루 배급을 받을 때 이곳 특산물인 팥을 이용하여 찐빵을 자주 만들어 먹었고, 그러다 보니 이 마을은 찐빵이 익숙해졌다. 그러다가 1990년대 관광객들이 이곳을 지나면서 종종 찐빵을 사 먹게 되고 그것이 입소문을 타다 보니 안흥 찐빵이 유명하게 되었다고 한다.


한번 유명해지면 그곳은 명소가 되어 스스로 관광객을 끌어들이게 된다. 찐빵을 먹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또 그렇게 되니까 찐빵가게가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찐빵 관광객과 찐빵가게가 선순환을 하면서 늘어나게 되면서 안흥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찐빵 명소가 된 것이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찐빵을 모티브로 한 조그만 테마파크도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나의 목적은 찐빵마을 관광보다는 점심을 때우기 위한 것이므로, 마을 입구에 있는 찐빵가게를 들렀다.


마을 입구에도 이미 몇 개의 찐빵 가게가 줄지어 있다. 원조 찐빵이란 간판이 붙어있는 집으로 들어간다. 이 집이 진짜 원조 안흥찐빵집이라 믿고 들어간 건 아니다. 제일 처음 보이는 집이고, 가게 앞에 주차하기가 좋았기 때문에 들어간 것이다. 장충동 족발집이나 의정부 부대찌개, 병천 순대 동네 등 음식 명소에 가면 수많은 원조집이 있다. 원조 의정부 부대찌개 집이 있으면, 그 옆에는 “진짜 의정부 부대찌개 집”이 있고, 또 옆으로는 “순원조”, “50년 원조” 등 별의별 원조집이 다 있다. 안흥찐빵은 어느 집이 원조인지는 잘 모르겠다.

가게 안에는 천안 호두과자나 경주 황남빵 등과 같이 이미 박스에 포장한 찐빵이 가득 쌓여있다. 가장 작은 것이 30개가 들어간 박스다. 이건 도저히 먹기 힘들어 낱개로 얼마냐고 하니 한 개 500원이라 한다. 5천 원을 주고 10개를 샀다. 찐빵은 몇십 년 만에 먹어보는 것 같다. 운전을 하면서 먹으니 배가 고파서 그런지, 아니면 안흥 찐빵이 특별히 맛있는지, 여하튼 오랜만에 먹어보는 찐빵 맛이 상당히 좋다.

휴양림으로 돌아가기 전에 가는 길에 있는 “국순당 주향로(酒香路)”를 들리기로 하였다. 국순당 주향로는 국순당 횡성 양조장에 있는 술 문화 체험공간이다. 여기에 가면 술 제조 양조장 견학과 아울러 다양한 전시, 그리고 무료 시음과 술 구입도 가능하다고 한다. 나는 오래전 우리나라에 있는 소주와 맥주 그리고 청주 공장은 거의 방문해 그 제조과정을 견학한 바 있다. 그래서 술 제조에 대해서는 웬만큼은 알고 있다. 그렇지만 오랜만에 다시 양조장을 방문하여 시음도 하고 기념품도 사고하면 괜찮을 것 같다.


국순당 양조장은 넓은 벌판을 내려다보는 낮은 언덕에 지어져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코로나 19로 인해 주향로의 운영을 잠정적으로 중단하였다고 한다. 아쉽지만 할 수 없다. 바로 휴양림으로 돌아간다.


11. 청태산 자연휴양림 산책


휴양림으로 돌아와서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찐빵으로 대충 점심을 때웠으니 일찍 저녁을 먹기로 했다. 집사람이 저녁 준비를 하는 동안 밖으로 나와 통나무집 부근을 산책하였다. 현관 앞 나무에는 여전히 하얀 꽃이 피어있다. 통나무집 부근에도 철쭉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꽃이 보인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통나무집은 첫 번째 집이다. 언덕길 위로 여러 채의 통나무집들이 아름드리 소나무 숲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정말 좋은 휴양림이다. 진한 솔 내음이 코를 자극하고,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저녁을 먹고 도보 데크를 산책하기로 하였다. 이곳 청태산은 상당히 가파른 산이다. 그래서 산길을 그냥 걸어 올라가기는 부담스럽다. 특히 요즘 나이가 들수록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는 것이 부담스러우며, 또 내려올 때는 무릎에 부담도 커 망설여진다. 이런 나를 배려한 듯이 가파른 산길에 지그재그로 도보 데크가 만들어져 있다. 데크는 경사가 아주 적어 걷는데 전혀 부담이 되지 않는다. 아름드리 소나무 숲 사이로 보행데크는 끊어질 듯하면서 연결된다. 중간에는 휴식을 위한 나무로 된 테이블과 의자도 있다.


데크 길로 한참을 걸어 올라가니 임도가 나온다. 임도 역시 차가 다니는 길이라 경사가 심하지 않다. 임도를 따라 한참을 걸어 올라갔다. 이렇게 크고 울창한 소나무 숲은 흔치 않을 것이다. 15년쯤 전에 연구책임자로서 산림청과 관련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한 바 있다. 그때 연구를 수행하면서 우리나라 산림에 대해 꽤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달리 책상 앞 연구가 아니라 직접 산림을 즐기고 있다. 이쪽이 훨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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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산림은 크게 국유림과 사유림으로 나뉜다. 지금 기억으로는 국유림이 사유림보다 조금 더 넓은 것으로 알고 있다. 국유림은 산림청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으므로, 대부분 사유림보다 훨씬 숲이 풍부하고 나무들이 잘 관리되어 있다. 이곳 청태산 국유림도 좋고, 또 태백 쪽으로 가면 정말 광활한 지역에 잘 관리된 국유림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많지는 않지만 가끔 독림가(篤林家)들이 소개된다. 우리는 이들에게 정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숲은 크게 돈이 되는 사업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독림가들 가운데는 자신의 전재산을 숲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분들 때문에 우리는 숲이 주는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경제적으로 나무는 강아지와 비슷한 특징을 가진다. 내가 사려고 하면 비싸지만 내가 팔려고 하면 팔 곳이 없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독림가들은 숲을 가꾼다.


보행 데크와 임도를 따라 한 시간 정도 산을 올랐다. 이제 곧 어두워질 것이므로 내려가야 한다. 내려갈 때는 보행 데크 대신 임도를 따라 계속 내려갔다. 한참 내려가니 캠핑장이 보인다. 캠핑장의 캠프지는 약 40개 정도로 되어 보이는데 반 정도가 찬 것 같다. 큰 소나무 사이에 캠프지가 만들어져 있어 이곳에서 캠핑을 하면 정말 숲의 정기를 온몸으로 빨아들일 것 같다.


저녁을 많이 먹어 속이 거북했는데, 한 시간 반 가량 산책을 하고 나니 속도 편해지고 기분도 상쾌하다. 내일은 집에 돌아가는 날이다. 이 좋은 숲을 더 못 즐기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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