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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l 09. 2021

세종시 산책(2): 금강변 트레킹

(2021-01-25)  금강 하류 산책

지난 두 달 동안 외출한 날은 닷새도 되지 않은 것 같다. 이러다간 제대로 걷지도 못하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오랜만에 산책을 하기로 하였다. 집이 금강 변에 위치해 있으니 제일 편한 산책 코스가 금강 산책로이다. 오늘 마침 날씨도 따뜻하단다.


12시가 조금 넘어 집을 나왔다. 두꺼운 점퍼에 머플러, 마스크에다가 경등산화까지 신었으니 완전 중무장이다. 백팩에 생수 3병을 넣었다. 어느 쪽으로 갈까 잠시 망설였다. 상류 쪽으로 가면 연구단지 방향이고, 하류 쪽은 공주 방면이다. 연구단지까지는 6킬로 정도 되는데, 이전에 자주 걸었으므로 오늘은 공주 방면인 하류 쪽으로 가기로 했다.


날씨가 마치 봄날처럼 따뜻하다. 아파트에서 금강 쪽으로 내려가면 바로 세종보와 보에 딸린 작은 수력발전소가 나온다. 세종보는 잘려져 물이 흐르고 있고, 수력발전소는 폐쇄되어 흉물스런 모습을 한 채 남아있다. 공주시 방향으로 둑길을 따라 걷는다. 10분 남짓 걸으면 국도 1호선 우회도로 구간에 놓인 <학나래 대교>가 나온다. 다리 밑을 지나 계속 걷는다. 강둑길은 경치가 단조로워 따분한 느낌도 든다.

하도 오랜만에 걸었더니, 조금 걸었는데도 숨이 찬다. 그동안 너무 집 안에서만 뒹굴거렸다. 둑길 왼쪽은 금강이고, 오른쪽은 저 멀리 열병합 발전소, 이마트, 그리고 다른 몇 개의 공공기관 건물이 보인다. 둑길과 공공기관 건물지역 사이의 땅은 온통 태양열 발전소이다. 그 넓은 땅에 수만 개의 집열판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비싼 땅에 태양열 발전소라... 납득이 가지 않지만, 아마 이 땅을 개발할 때 철거가 쉽도록 그렇게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나무를 심어둔다면, 나중에 그곳을 개발하려고 할 경우, 환경훼손이라는 비난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참을 걸어가면 당진-포항 고속도로의 금강 구간을 연결하는 다리인 <금강교>가 나온다. 여기까지는 이전에도 여러 번 산책을 했다. 지금부터는 새로 가보는 길이다. 한참을 걷다 보니 새롬동 쪽에서 흘러오는 작은 지천이 합류한다. 여길 지나니 둑길은 없어지고 세종-공주를 연결하는 도로와 연결된다. 세종-공주 간 도로변에는 인가가 거의 없으니 걷는 사람도 없고, 그래서인지 도로변에 변변한 인도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도로 한쪽에 플라스틱 봉을 연결하여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고 있을 뿐이다. 인도란 것도 폭이 1미터 남짓이다.


별 수 없이 생생 달려오는 차들을 바라보며 계속 걸었다. 참 걷기 싫은 길이다. 출발한 지 한 시간 반 가량 지났다. 저 멀리 금강 수목원으로 가는 다리인 <불티교>가 보인다. 공주 방면으로 계속 걷는들 지금과 같은 차 길의 연속일 것이다. 수목원 쪽으로 가는 다리를 건넜다. 다리를 지나니 금강 남쪽 산책길과 자전거 도로가 보인다. 이 길로 해서 집으로 돌아갈까 잠시 망설였다. 금강 남쪽은 북쪽과 달리 강과 나란히 가는 도로가 없다. 이 길로 일단 들어서면 걷는 것 외에는 집에 갈 방법이 없다.


그래! 오랜만의 외출인데, 걷자! 금강 남쪽 산책길로 들어섰다. 강줄기 옆으로 나있는 자전거 도로를 따라서 걷는다. 그러니까 이제 집에서 출발하여 “ㄷ” 자 방향으로 접어든 것이다. 자동차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 다리는 피곤하지만 마음은 한결 안정된다. 금강 남쪽 산책로는 왼쪽은 강이고, 오른쪽은 야산이다. 갈대인지 억새인지는 모르겠으나 키 큰 누런 풀숲 옆으로 난 산책로는 걷기에 아주 그만이다. 주위의 풍경도 건너편보다 이 쪽이 훨씬 낫다.

오랜만의 산책이라 다리가 아파온다. 그래도 집에 가려면 걸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쪽 길은 코스가 아기자기하여 그나마 위안이다. 강 가운데는 이곳저곳 모래톱도 보인다. 작년에는 많이 보였던 철새 물오리 때가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 드디어 국도 1호선 연결 다리인 <학나래 대교>에 다 달았다. 세종시에 새로 건설한 다리에는 인도가 도로 아래쪽으로 만들어져 있다. 차에 전혀 방해를 받지 않고 강물 풍경을 내려다보며 다리를 건널 수 있다. 나는 도보로 이들 다리를 건너는 것이 좋아 이전에도 여러 번 세종시의 여러 다리를 걸어서 건넌 적이 있다.


다리를 건너면 바로 우리 아파트이다. 금강 변을 “ㅁ”자로 걸어 이제 집에 도착했다. 집으로 들어오니 다리를 움직일 힘도 없다. 스마트폰을 확인하니 5시간 20분, 24킬로 정도를 걸었다. 다음에는 여러 번 결심하고도 한 번도 실행하지 못한 대청댐까지의 트렉킹에 도전해 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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