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윤석열이 파면당한 후 방송 등에서 김건희에 대한 존칭이 가끔 문제가 되고 있다. 윤이 대통령일 때는 김건희 이름 뒤에 "여사"(女史)란 존칭을 붙였는데, 파면 후 여론의 공적이 된 뒤에도 관성 탓인지 여전히 여사란 존칭을 붙여 국민들의 반축을 사는 매체가 종종 보인다. 우리는 여자에 대한 최고의 존칭으로서 "여사"란 말을 사용해 왔고, 그래서 대통령의 아내에게 여사란 존칭을 붙인 것이 일반화되었다.
여사란 존칭은 일본에서 건너왔다. 원래 여사(女史)란 옛날 중국의 궁정에서 기록을 담당하는 여관(女官)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며, 일본에서도 궁정에 기록을 담당하는 여사란 여자 관직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대궐에는 여사란 관직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하여튼 일본에서 여사란 말은 이전에는 관직의 일종으로서 일반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말이었다. 그러다가 19세기 중반 개화기로 접어들면서 일본도 남존여비 사상에서 점차 벗어나 문학, 예술, 정치, 경제 등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걸출한 여자들이 등장하기 시작되었다. 이러한 여자들에 대해 존경의 의미를 담아 “여사”란 존칭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일본에서 사회적 지위가 높은 여성에 대한 존칭으로 자리 잡은 여사란 말이 우리에게도 수입된 것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일본에서는 주로 자신의 능력으로 높은 사회적 지위에 오른 여자에 대해 사용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구분 없이 남편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져 저절로 지위가 높아진 여자에게도 사용되는 것 같다. 물론 일본에서도 이런 경우에 여사란 말이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면 현대에 와서는 사회적 지위가 높은 여자에 대해 어떤 존칭을 사용할까? 이에 대한 획일적인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여사란 말은 서서히 사라지는 것 같다. 많은 신문, 방송에서는 내부 보도지침을 만들어 차별적이나 비하적 표현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여사(女史)란 존칭도 (남녀) 차별적인 말이라 하여 사용을 않도록 권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역시 같은 이유로 여사를 “차별적인 표현”이라고 규정하여 사용을 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어제의 글에서 말했지만 대부분의 언론사에서 보도에 사용하는 존칭으로서, "상", "씨"(氏), "군"(君), "짱" 4가지로 한정하였다.
"상"과 "씨"가 성인에 대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존칭인데, 둘 사이에 차이는 거의 없다. 차이라면 “씨”가 좀 더 문어체적으로서 공식적이며 딱딱한 느낌이 들며, “상”은 구어체이며 좀 부드러운 느낌이 든다는 정도이다. 그래서 일본 매스컴에서는 수상에 대해서도 말단 공무원에 대해서도 차별 없이 성이나 혹은 성명에 "씨"나 "상"의 존칭을 붙여 사용한다.
다만 고위 정치인의 아내에 대해서는 성 없이 이름 뒤에 상을 붙여 좀 더 친근한 감이 들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 수상 아베 신조의 경우, 본인에 대해서는 "아베 씨" 혹은 "아베 상"이라 지칭하고, 그의 아내에 대해서는 "아키에 상"이라 보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예능 기사 등에서는 아주 친근함의 표시로 “아베 짱”, “아키에 짱”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가끔 일본 매스컴에서 우리나라 대통령을 언급할 때 "문재인 씨", "문 씨", "이재명 씨", "이 씨" 등으로 표현하는 것을 본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재명 씨”라면 그래도 몰라도 “이 씨”라면 아주 비하적 표현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일본 언론에서 우리 대통령을 비하한다고 분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그럴 필요는 전혀 없다. 그들의 보도원칙으로서는 당연한 표현으로서, 조금도 비하적인 의도가 들어간 것은 아니다. 그들이 자국의 수상을 지칭할 때도 “이시바 수상”이라는 표현보다는 “수상 이시바 씨”라는 표현을 오히려 더 많이 사용한다.
내친김에 일본어 가운데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비하적 표현에 해당하는 말 하나를 더 소개하면 "도가다"(土方)라는 말이 있다. 이는 토목일 가운데서 특별한 기능이 없이 잡일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것이 와전되어 우리나라에서는 일상적으로 "노가다"란 말로 사용되고 있다. 도가다란 말은 글 뜻 그대로 보면 "토목 일을 하는 분" 정도로 해석되어 조금도 비하적인 표현이 어니다. 그러던 것이 자꾸 사용되면서 어느덧 비하적 표현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도가다 대신에 "도공"(土工, 도코)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