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5a) 칭다오에서 둔황까지- 중국 횡단여행 (27)
실크로드유산성을 나와 차는 달린다. 다음 목적지는 아단국가지질공원이다. 이제 주위는 완전히 사막이다. 사막 가운데를 통과하는 도로를 타고 달린다. 도로는 아주 포장이 잘 되어있다. 지평선까지 사막이 계속되는 광경이다.
한참을 달리니 도로 양쪽에 태양열 발전소의 집열판이 나타난다. 얼마나 큰지 차가 한참을 달러도 끝날 줄을 모른다. 그런데 집열판이 아주 특이하게 생겼다. 우리나라에서 보는 일반적인 태양열 발전소의 집열판은 대개 지상 2미터 정도의 높이로 일열로 고정되어 세워져 있다. 그런데 여기 발전소의 집열판은 높은기둥 위에 있는 넓은 플레이트에 부착되어 있다. 기둥의 높이는 20미터 정도는 되어 보인다. 기둥이 플레이트를 받치고 있고, 그 플레이트에는 수십 개의 집열판이 붙어있다. 기둥 위의 플레이트가 움직이면서 집열판의 각도가 변하게 된다.
그런데 이 집열판의 밭이 가도 가도 끝이 없다. 차로 한참을 달린 끝에 겨우 끝이 난다. 하도 인상적인 광경이라 나중에 이 발전소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았다. 이 빌전소는 "둔황 용염타워발전소“(敦煌熔鹽塔式光熱電站)라 하는데, 중국의 재생에너지 강국으로의 도약을 상징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태양광 발전시설이라 한다.
이 발전소는 거대한 집광탑과 1만 2천 개 이상의 거울(헬리오스탯)로 구성된, 마치 SF 영화에 나올 법한 초현대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발전소의 작동 원리는 간단하면서도 매우 독창적이다. 12,000개 이상의 거울(헬리오스탯) 이 하루 종일 태양을 따라 움직이며, 태양 빛을 중앙에 세워진 260미터의 집광탑 꼭대기로 반사시킨다. 탑 꼭대기에 모인 강렬한 열에너지는 녹은 소금을 섭씨 550도 이상으로 가열한다. 녹은 소금은 높은 열을 저장하고 전달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갖는다. 가열된 녹은 염은 특수 배관을 통해 보일러실로 이동하여 물을 끓여 고압 증기를 만들고, 이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이 발전소에 대해서는 다음의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이 발전소의 작동원리를 보면 고대 아르키메데스의 일화가 생각난다. 기원전 212년경 제2차 포에니 전쟁 당시, 아르키메데스의 고향인 시라쿠사가 로마군의 공격을 받았다. 아르키메데스는 도시 방어를 위해 청동 거울이나 잘 닦인 청동 방패를 여러 개 배열하여 태양광을 반사시켜 로마 전함을 향해 발사하여 불태웠다고 한다. 유명한 “아르키메데스의 거울”(Archimedes' heat ray)' 이야기이다.
이 전설의 진위 여부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공학자들의 끊임없는 논쟁거리였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실험으로 이를 증명하고자 하였는데, 2005년 MIT 학생들이 100개가 넘는 거울을 사용하여 가까운 거리에서 정지된 목선의 일부에 불을 붙이는 데 성공하여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한 바 있다. 그러나 현실세계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둔황의 응용염 발전소는 바로 아르키메데스의 거울을 현실에서 재현한 것이라 봐도 좋을 것이다.
이러한 창의적인 발전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이 발전소는 "밤에도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 발전소"가 된 것이다. 태양이 있을 때 거울이 태양 빛을 모아 염을 가열하고, 남는 열에너지를 특별한 저장고에 대량으로 저장한다. 그리고 태양이 없을 때는 저장고에 저장해 둔 고온의 염을 사용하여 증기를 만들어 터빈을 돌리기 때문에 밤에도 멈추지 않고 전기를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지에서는 이 발전소를 "백기파(百旗壩)" 또는 "제2의 달님(第二個月亮)"이라고도 부른다 한다. 12,000개의 거울탑이 도열해 있는 모습이 수백 개의 깃발이 펄럭이는 성벽과 같다고 해서 “백가파”, 한 밤중에 집광탑이 밝게 빛나는 것을 보고 “제2의 달님”이라는 것이다. 이 발전소는 길이 3킬로, 폭 2.6 킬로서 면적은 7.2평방 킬로이며, 빌전용량은 100 메가와트라 한다. 이 프로젝트로 중국은 태양열 발전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두 주자 중 하나라는 것을 입증하였으며, 중국 재생 에너지 산업의 상징이자 자부심이라 평가되고 있다고 한다.
자동차로 달리는 중이라 사진을 찍을 수 없어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개념도와 전체 전경을 소개한다.
아단지질공원으로 가는 도중 도로 왼쪽에 높이 3미터 정도의 긴 철제 담장이 보인다. 담장은 도로를 따라 끝없이 계속된다. 사막에 웬 담장을 설치했을까? 혹시 신장(新疆) 지역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담이 아닐까? 무슨 담인지 알 수가 없다.
나중에 딥시크를 비롯한 인공지능에게 물어보았다. 한결같이 발전소를 보호하기 위한 담이라고 대답한다. 내가 보기엔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신장 지역 출입통제를 위한 담장이 아닌가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딥시크와 제미나이 둘 다 아주 가능성이 높은 추리라고 대답한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모르겠다고 한다. 지금도 왜 사막에 그런 담장을 설치했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 아파트는 시멘트 외벽에 페인트 칠로 마감하고 있다. 일본의 아파트(맨션)들은 타일로 외장 마감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중국의 아파트 스타일을 보면 한국식이 많은 것 같다. 요즘 우리나라 고층아파트들은 대개 3층 장도까지는 외벽을 석재로 마감하고, 그 위로는 시멘트에 페인트칠로 마감한다. 그 페인트 색상이 아파트마다 특색이 있으며, 주변과 잘 어울린다.
중국도 우리나라 스타일을 배운 것 같다. 고층 아파트의 경우 저층 부분을 석재 외장으로 하고, 그 위로는 페인트칠을 한다. 그런데 그 페인트의 색상이 문제다. 거의가 누르스름한 황톳빛에 가까운 색상이다. 1960~70년대 우리나라 서민 아파트에게 많았던 그 색상 말이다. 대다수의 건물이 그렇다 보니 새로 조성된 고층 아파트 단지임에도 불구하고 우중충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건설회사들의 기본적인 미적 소양이나 감각이 모자라서 그런지, 아니면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런 식으로 아파트 도색을 하다간 중국의 모든 고층마파트들이 마치 슬럼가나 거대한 시멘트 덩어리처럼 비칠 것 같다. 우리와 미적 감각이 달라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