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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Sep 04. 2021

고군산군도 신시도자연휴양림 여행(1)

(2021-07-05) 부소산성과 백마강

요즘 아파트 당첨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고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어려운 것이 있다. 바로 국립 자연휴양림 숙소 예약이다. 모든 자연휴양림이 그런 것이 아니고, 특히 인기가 있는 몇몇 곳이 그렇다. 이전에는 강원도에 있는 방태산 자연휴양림이 가장 어려웠다. 자연휴양림 예약은 6주 전 수요일 오전 9시 정각부터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8시 59분 59초가 지나자마자 땡 하는 순간 예약 보턴을 누르는데, 그래도 벌써 늦어 예약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방태산에는 작년 가을 여러 차례 시도하여 겨우 예약을 한 적이 있는데, 코로나 사태로 방역단계가 올라가는 바람에 자연휴양림이 폐쇄되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올해 들어 숙소 예약이 방태산 자연휴양림을 능가하는 곳이 등장하였는데, 바로 고군산군도에 있는 신시도 자연휴양림이다. 이 자연휴양림은 몇 달 전 오픈되었는데, 경치도 좋고 시설도 좋아 큰 인기이다. 그러다 보니 예약하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이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겨우 예약을 하였다. 나는 보통 자연휴양림에 갈 때는 2박을 예약하는데, 이번 신시도 자연휴양림은 겨우 1박 만을 예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나마 감지덕지할 수밖에 없다. 


지난 6월에 3주 연속 휴양림 여행을 다녀왔고, 지난주에는 차를 운전하여 이틀 동안 일산에 갔다 와 그저께 집에 왔더니 정말 몸이 피곤하다. 또 여행을 간다는 것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이미 예약을 해둔 것 가기로 했다. 이번 휴양림 여행을 다녀오면 곧 여름휴가 성수기에 들어가니 앞으로 두 달 정도는 여행을 쉬게 된다. 이틀 전부터 날씨가 불순하다. 갑작스런 돌풍과 소나기가 쏟아진다. 그저께 일산에서 세종으로 내려올  때 비가 얼마나 퍼붓는지 거의 기어 오다시피 차를 운전해왔다. 기상청 예보로는 오늘과 내일에 걸쳐 약 200밀리의 폭우가 내릴 것이라고 한다.


군산 고군산군도는 세종시 집에서 가까우므로 거진 12시가 되어 느지막이 출발하였다. 부여를 거쳐 신시도 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길을 선택하였다. 


(1) 부소산성(扶蘇山城)


부여는 백제의 마지막 도읍지이다. 백제의 첫 도읍지는 위례성으로서 지금의 서울이다. 백제 건국 이후 400여 년 동안 지금의 서울이 백제의 수도였고, 이후 지금의 공주 지역인 웅진(곰나루)이 약 60년, 그리고 지금의 부여 지역인 사비성이 약 120년 동안 수도로 있었다. 그렇지만 백제의 가장 마지막 수도이자 백제 멸망의 현장인 부여 사비성이 우리에게는 백제의 도읍지로 각인되어 있다. 부여에는 여러 차례 온 적이 있으며, 작년 이맘 때도 여기를 찾아와 여러 유적지를 둘러본 적이 있었다. 


부여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많은 역사적 유물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중심은 단연 부소산성일 것이다. 부소산성은 백제의 수도인 사비(泗沘)를 수호하기 위하여 축조한 성으로서, 빼어난 경치로 인해 별궁으로도 사용되었다고도 한다. 백제는 나당 연합군의 공격으로 이곳 부소산성에서 그 최후를 맞이하였다. 


부소산성 입구에 도착하였다. 하늘은 잔뜩 찌푸려져 있지만 비는 오지 않는다. 부소산성은 전에도 서너 번 온 적이 있는데, 처음 오는 느낌이다. 숲으로 둘러싸인 성문을 들어섰다. 낙화암과 고란사를 찾기로 하였다. 부소산성은 흙으로 성벽을 만든 토성인데, 토성 길을 따라 성을 일주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낙화암과 고란사는 성문 반대편, 그러니까 백마강을 끼고 있다. 낙화암까지 왼쪽 길로 가면 1.5킬로, 오른쪽 길로 가면 2.5킬로 정도 된다. 왼쪽 길을 선택하였다. 부소산성은 울창한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길 양쪽은 우거진 녹음으로, 약간 경사진 길을 걷느라 땀이 나지만 시원한 숲 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길은 넓고 완만한 경사가 계속된다.  

30분 정도 걸었을까, 급한 내리막 길이 나오고 곧 낙화암이 나온다. 삼천궁녀가 꽃처럼 떨어져 죽었다는 곳이다. 낙화암은 깎아지른 절벽이지만, 숲이 우거져 그런지 그렇게 위험해 보이진 않는다. 낙화암 위에는 정자가 하나 지어져 있다. 이 정자에 오르면 백마강이 내려다보인다. 실제 그 시대에 궁녀가 삼천이나 되었을 리는 없겠지만, 많은 궁녀들이 이곳에서 뛰어내려 꽃같이 사라져 간 것은 아마 사실일 것이다. 그녀들은 왜 이곳에서 뛰어내렸을까? 대부분의 궁녀들은 왕의 처첩(妻妾)이 아니라 궁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꼭 그런 선택을 하여야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영화 <황산벌>을 보면 전쟁터로 떠나는 계백이 처자를 죽이려 하자, 계백의 아내가 “니가 뭔데 내 새끼들을 죽이려는 거야!”하고 절규하는 장면이 나온다. 공감이 가는 장면이다. 


고란사는 낙화암 바로 아래쪽에 있다. 낙화암에서 조금 걸어 올라와 다시 옆쪽 가파른 길로 내려가면 백마강 가 절벽 아래에 조그만 절이 나오는데 바로 고란사이다. 고란사는 옛 백제 왕실이 즐기기 위해 경치 좋은 곳에 지은 정자였다는 말도 있고, 왕실의 사찰이었다는 의견도 있다고 한다. 지금의 절은 고려 시대에 중창하였고, 다시 조선 시대에 들어 다시 여러 차례 중창하였다고 한다. 깎아지른 절벽 아래 조그맣고 아늑한 터에 자리 잡은 고란사는 사찰보다는 정자가 오히려 더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2) 백마강(白馬江)


우리는 백제 하면 부여, 부여라면 백마강이 생각난다. 그런데 도대체 백마강은 어떤 강인가? 백마강이란 강은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고, 또 백마강을 소재로 한 노래도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지도를 펼쳐보면 백마강이란 강은 보이지 않는다. 백마강은 금강(錦江)이다. 부여 지역을 흐르는 금강을 백마강이라 부른다. 


고란사 바로 옆에는 고란사 선착장이 있다. 이곳에서 여기와 조금 떨어진 구드래 나루터까지 유람선이 운행된다. 낙화암은 가파른 절벽이라 부소산성의 낙화암 위쪽에서 보면 그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아래쪽 백마강에서 보아야 낙화암의 전체 모습을 잘 볼 수 있다. 고란사 선착장에서 구드래 나루터까지는 2킬로 남짓, 뱃삯은 5천 원이다.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타기로 하였다. 선착장에 정박되어 있는 배 주위로 붕어인지, 잉어인지 모를 고기가 많이 몰려든다. 매점에서 강냉이를 사서 던져주니 물고기들이 순식간에 바글바글 모인다. 


유람선이 출발했다. 배가 출발하자마자 스피커에서 <꿈꾸는 백마강> 노래가 나온다. 이어서 <백마강>, <황포돛대> 가락이 계속 흘러나온다. 역시 낙화암은 백마강에서 올려다봐야 제 모습을 바로 볼 수 있다. 유람선은 일단 백마강 상류방향으로 진행하여 크게 한 바퀴 돈 다음 물결 따라 하류로 내려가며 낙화암을 지나간다. 이 며칠 사이 큰 비가 내렸기 때문에 강물은 불어있고 물도 탁하다. 백마강은 흘러 군산을 거쳐 서해 바다로 나간다. 

백마강 유람선에서

백제는 660년 멸망당하였다.  그러나 백제가 멸망되자마자 바로 백제 부흥운동이 일어난다. 왕실은 항복하고 포로로 잡혀갔지만, 백성들과 남겨진 군사들은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고자 다시 일어선 것이다. 백제 부흥운동은 백제와 나당연합군과의 국면을 달리 한 두 번째 전쟁이다. 663년에는 왜국에서 4만 7천 명의 백제 구원군을 파견하였다. 당시 왜국에서는 친당•친신라파와 친백제파가 대립했는데, 친백제파의 힘을 얻었던 것 같다. 그러나 백제․왜 연합군은 나당 연합군에 이곳 백마강 하류, 그러니까 지금의 군산 부근에서 전멸에 가까운 대패를 하고 후퇴하였다. 이로서 백제 부흥운동은 그 종말을 맞게 된다. 


배를 탄 후 15분 정도 지났을까 배는 구드래 나루터에 도착하였다. 선착장 옆에 강물을 막아놓고 물고기를 기르고 있었다. 붕어 아니면 어린 잉어 같은데 얼마나 많은지 마치 미꾸라지 떼와 같다. 이렇게 밀도가 높은 물고기 무리는 처음 본다. 남은 강냉이를 던져주니, 물고기들이 엎치고 덮치듯 몰려온다. 강냉이 양이 꽤 많아 나도 먹고 물고기에도 던져주고 하였다.  


차는 부소산성 성문 앞 주차장에 세워두었다. 구드래 나루터에서 20분 정도 걸으니 주차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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