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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Sep 05. 2021

고군산군도 신시도 자연휴양림 여행(2)

(2021-07-05) 군산을 거쳐 신시도 자연휴양림으로

부여를 출발하면서부터 비가 조금씩 뿌리기 시작한다. 휴양림으로 바로 가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라 군산 시내를 들리기로 하였다. 군산은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에서 쌀을 반출하던 지역이라 당시 경제적으로 크게 활기찬 도시였다. 그래서 일제 강점기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 곳이다. 특히 군산의 원도심은 이러한 옛 유산이 그대로 남아 있어, 군산시에서는 이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여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나도 이전에 이곳을 몇 번이나 찾아온 적이 있는데, 코로나 이전에는 휴일이면 이곳은 관광객으로 넘쳐났다. 


(3) 동국사(東國寺)


먼저 동국사를 찾았다. 동국사는 군산 구도심에서 약간 벗어난 곳의 골목길 안에 자리 잡고 있다. 동국사는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유일한 일본식 사찰이다. 이 절은 1909년 일본 승려에 의해 창건되어 일제 강점기 36년을 일인 승려들에 의해 운영되다가 해방 이후 우리 품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지금은 조계종에 속한 사찰이다. 


동국사는 좁은 절터에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다. 절 뒤쪽은 낮지만 가파른 언덕인데, 대나무를 비롯한 온갖 나무로 빽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사람은 물론 짐승들도 다닐 수 없을 만큼 나무가 빈틈없이 자라고 있다. 일본 사찰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풍경이다. 건물들도 전형적인 일본식 사찰 건물이다. 우리나라 사찰은 지붕이나 처마 등이 곡선을 이루어 부드러운 느낌을 주지만, 일본의 사찰은 직선이며 또 단청도 없다. 아주 간결한 건물이다. 

일본의 대형 사찰을 찾아가면 반드시라고 해야 좋을 정도로 정원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일본 사찰을 찾는 데에는 정원을 감상하는 재미가 크다. 그런데 이곳 동국사는 규모가 작은 사찰이다 보니 정원을 갖추고 있지는 못하다. 그렇지만 석등, 화단 등이 적절히 배치된 절 마당은 조금은 정원의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 절이 창건된 당시에는 조동종(曹洞宗)에 속한 사찰이었다고 한다. 20여 년 전 우연히 파주에 있는 어느 사찰에 들렀다가 그 사찰이 조동종에 속한 절이란 설명을 보고 처음으로 조동종이라는 불교 종파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이후 일본에 조동종 계열의 사찰이 많아 조동종이란 것이 일본 불교의 한 유파라 생각하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조동종은 중국에서 시작된 선(禪)에 중점을 둔 불교 종파라고 한다. 


동국사 바로 옆에 <일제강점기 군산역사박물관>이 있다. 찾아가 보니 오늘은 월요일, 휴관 날이다. 


(4) 군산 옛 거리 산책 


동국사는 군산 옛 거리와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다. 차를 동국사 마당에 주차해 두고 거리 구경을 하기로 했다. 나는 여러 차례 군산 옛 거리를 찾은 적이 있지만 집사람은 처음이다. 이따금씩 내리던 비가 조금 굵어진다. 


군산 옛 거리에 들어섰지만, 평상시에는 관광객으로 북적거릴 거리가 비 탓인지 아니면 코로나 탓인지 행인이 거의 없다. 이 거리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져 관광객이 많이 찾기 때문인지 도로 옆의 집들은 거의가 식당 하니면 주점이다. 이렇게 영업집들만 들어서서는 군산 옛 거리의 정취가 좀 사라지는 느낌이 들지만, 그나마 다행이라 할까, 대개의 식당이나 술집들이 그래도 거리의 분위기에 맞게 치장하고 있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초원사진관>이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촬영지로서, 이 영화로 인해 이 조그만 사진관은 일약 전국적인 명소가 되었다. 


비 때문에 우산을 쓰랴, 차도와 인도가 잘 구분이 되지 않는 길을 다니랴 하다 보니 무척 성가시다. 군산 관광안내센터가 보이고, 그 바로 앞에 <이성당>이라는 빵집이 보인다. 이 역시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빵집이다. 길가에 큰 건물에 이성당이란 간판을 단 빵집이 2개 보인다. 같은 집인가, 다른 집인가? 손님이 적어 보이는 한쪽에 들어갔다. 물어보니 같은 집으로서 빵을 직접 사려면 옆으로 가란다. 옆의 집에 들어가니 과연 소문대로 상당히 큰 가게인데도 불구하고 손님들이 줄지어 서있다. 빵을 몇 개 골라 계산대에 섰다. 3개의 계산대에서 쉴 새 없이 계산을 하고 있다. 

빵집 안 쪽에 빵을 먹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나는 빵 맛의 차이를 잘 모른다. 내가 먹어보니 다른 빵집과 맛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는데, 이렇게 사람이 몰리니 모를 일이다. 전국에서 밀려드는 주문으로 택배 포장에도 여간 바쁜지 않은 것 같다. 직원만 해도 몇십 명은 되는 것 같다. 보통 먹는 파리 바켓에서 파는 빵이나 아니면 시장의 빵집에서 파는 빵이나 이곳 이성당의 빵이나 그게 그것인 것 같고, 내 입으로는 그 차이를 잘 모르겠다. 이렇게 맛에 둔감한 것이 행복인가 불행인가? 값은 파리 바케트보다는 약간 싼듯한 느낌이다. 


빵을 먹고 나니 배가 부르다. 비 내리는 군산 옛 거리를 천천히 구경하며 차를 주차해둔 동국사로 왔다. 



(5) 군산수산물종합센터


비가 점점 거세진다. 오늘 저녁거리를 사기 위해 군산수산물종합센터로 갔다. 이 시장은 군산 시내에서 새만금 방조제로 가는 도중에 있다. 수산물 종합센터는 꽤 큰 2동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1층에는 수산물을 파는 가게들이 있고, 2층에는 회센터가 있다. 그리고 수산물종합센터 건물에도 주위에는 수산물을 파는 상점들이 몰려 있다. 


비 탓인지 수산물 종합센터 안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시장 안에 자리 잡은 상인들도 손님이 없어 그런지 아니면 폐장시간이 가까이 되어 그런지 슬슬 가게를 닫는 분위기이다. 바닷가 수산시장이라 대부분 활어를 파는 가게 들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건어물 가게나 어물전이 많고 활어 등 횟감을 파는 집은 얼마 되지 않는다. 삭힌 홍어회를 먹고 싶었으나 집사람이 싫다고 한다. 요즘은 농어와 민어가 제철이라 한다. 그런데 전부가 큰 것들이라 한 마리를 살 엄두가 나지 않는다. 큰 접시에 썰어둔 농어회가 원래 2만 5천 원인데 2만 원에 주겠다고 한다. 농어회를 사고 나니 옆 집에서는 조개를 팔고 있다. 백합조개 1킬로를 샀다. 


(6) 신시도 자연휴양림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났다. 이제 휴양림으로 직행한다. 비가 엄청 내리고 있다.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폭우이다. 윈도 브러시를 가장 빠르게 작동했지만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새만금 방조제 가기 전 큰 산업단지를 지나야 하는데, 도로는 아주 넓지만 포장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아 옆으로 지나가는 큰 화물트럭에서 튀겨 나온 물로 순간적으로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경우를 여러 번 겪었다. 


산업단지를 지나 새만금 방조제 도로로 들어섰다. 이 길은 여러 번 지난 적이 있다. 여기서부터는 거의 30킬로 정도의 곧은 도로이다. 방조제에 만들어진 도로이지만 오른쪽은 좀 높은 벽이 있고, 도로 옆 왼쪽은 넓은 공간이라 별로 바다 가운데를 달리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내리는 비 탓으로 6시가 조금 지났을 뿐인데 마치 한 밤이 된 듯 캄캄하다. 


방조제 도로를 건너면 바로 고군산군도이며, 신시도는 고군산군도에서 만나는 첫 번째 섬이다. 고군산군도는(古群山群島)는 군산시에 소속되어 있는 군도로서 63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군산군도의 초입에 있는 신시도(新侍島)가 새만금 방파제로 육지와 연결되었고, 그 뒤로 계속 연결된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 등도 연도교(連島橋)로 연결되어, 이제 이곳의 큰 섬들은 대부분 자동차로 통행할 수 있게 되었다. 고군산군도의 중심 섬은 선유도라 할 수 있는데, 선유도는 옛날 군산도로 불리웠다. 여기에 조선 태조 때 왜구에 대비하여 수군 부대를 설치하였는데, 이 수군 부대가 나중에 군산으로 자리를 옮겨 군산진이 되었다. 선유도는 그 후 옛 군산이었다는 의미에서 “고군산”이란 이름이 붙게 되었고, 이 일대의 섬들을 고군산 군도라 부르게 된 것이다. 


방조제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신시도가 있다. 휴양림으로 가는 도로가 일부는 완성되지 않아 조금 혼란을 겪은 끝에 휴양림에 도착했다. 지난번 남해 편백 자연휴양림에 갔을 때 1번 집을 예약하여 그다지 위치가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1번 집이다. 휴양림의 <숲속의 집>들은 모두 바닷가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해있어 고군산군도의 아름다운 바다를 내려다보는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내가 예약한 집만 빼고는...ㅠㅠ

신시도 자연휴양림과 앞바다

이곳 신시도 자연휴양림은 가장 최근에 조성한 것이기 때문에 숲속의 집들의 외관 디자인도 좋고, 내부 구조도 아주 좋게 되어 있다. 숙소 건물로만 본다면 지금까지 다녀온 자연휴양림 가운데 가장 좋은 것 같다. 다행히 현관 바로 앞에 차를 세울 수 있어서 짐을 운반하는 데에도 그다지 비를 맞지 않았다. 오늘은 세찬 비 탓에 휴양림 산책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수산센터에서 사 온 백합조개를 삶고, 농어회와 곁들여 먹으니 저녁이 푸짐하다. 산책을 않으니 별로 할 일이 없다. TV를 켰다. 휴양림을 돌아다니다 보면 휴양림마다 모든 것이 다르다. 숲속의 집의 바깥 모양도 휴양림마다 다르고, 집 안의 내부구조도 다르다. 그리고 난방 시스템이나 전기의 온 오프 스위치, 주방의 인덕션을 켜는 방법 등 같은 곳이 거의 없다. 그런데 어느 휴양림엘 가더라도 똑같은 것이 있으니, 바로 TV와 냉장고이다. TV는 40인치 LCD TV에 방송은 LG 헬로 비전이다. 그리고 냉장고는 어딜 가나 약 300리터 정도의 크기로 똑같은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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