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두 개의 가설이 있다면, 더 간단한 쪽이 진실일 가능성이 높다”라는 사고의 원칙을 ‘오컴의 면도날’이라 한다. 예를 들어, “우주가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라거나 “지구는 평평하다”라는 가설을 입증하려면 수많은 복잡한 설명을 덧붙여야 하지만,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 혹은 “지구는 둥글다”라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명쾌하게 증명할 수 있다.
트럼프는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다. 많은 이는 그의 행동을 ‘거래의 기술’이나 ‘협상의 전략’으로 받아들였으나, 나는 그러한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오래전부터 트럼프를 비논리적인 사고 체계를 가진 인물로 생각했다. 심각한 인지적 불일치와 충동적 성격에서 비롯된, 광기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는 인간으로 인식한 것이다.
사람들은 도저히 예상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이를 볼 때, 그가 어떤 의도로 그러한 행동을 하는지 이성적으로 접근하려 한다. 특히 그 대상이 강력한 권력을 가진 인물이라면, 예측 불가능한 언행 뒤에 깊은 속뜻이나 탁월한 전략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 짐작하여 이를 논리적으로 해석하려 애쓴다. 그러나 한 행동에 대한 해석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 돌발 행동이 터져 나오면, 그것은 다시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오컴의 면도날처럼 단순하게 접근하면 오히려 명확하다. 트럼프는 비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갖춘, 광기에 찬 인물에 가깝다. 그를 ‘거래의 명수’라 부르지만, 그는 실제 협상을 통한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다. 마피아가 하듯 협박을 일삼을 뿐이다. 다만 그가 미국 대통령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가졌기에, 사람들은 그 행태를 ‘협상의 기술’이라 포장해 줄 뿐이다.
트럼프는 자신에게 불리한 현실은 부정한다. 자신에게 반대하는 집회에 1만 명의 인파가 몰린 광경을 보고도 1,000명도 안 된다고 하거나, ‘좌파의 선동’이라 매도한다. 반대로 자신에게 유리하다면 뻔한 거짓말도 서슴지 않으며, 거짓임이 금방 탄로나도 태연하게 모른 척한다.
우방인 캐나다, 멕시코, 그리고 유럽 국가와 그 지도자들에 대해서도 모욕적인 발언을 내뱉는다. 그러한 발언이 자신과 미국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겠으나, 실제로는 반감만 살 뿐 어떠한 국익도 창출하지 못한다. 정상적인 사고 능력을 갖춘 지도자라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결코 하지 않을 행동이다.
최근의 대이란 전쟁만 보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은 왜 트럼프가 이 전쟁을 시작했는지 명확히 알지 못한다. 그는 전쟁의 목적에 대해 수시로 말을 바꾼다. 처음에는 이란의 정치적 탄압과 인권 문제를 언급하다가 중동 평화를 이야기하고, 때로는 석유 자원 확보나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명분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종잡을 수 없는 행보 끝에 전쟁이라는 범죄적 상황을 저질러 놓고, 사후적으로 이것저것 명분을 갖다 붙이려는 것에 불과하다.
정상적인 사고와 판단 능력을 갖춘 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광기에 찬 이의 판단을 이성적으로 추리하고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본인 스스로도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는 주사위를 던졌을 때 다음 숫자가 무엇이 나올지 예측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논리적으로 트럼프의 행동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제는 그가 어떤 일도 저지를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전제하에 확률적인 대응책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
현재의 사태를 그냥 미친 자가 미친 짓을 하는 모양이라고 쳐다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