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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Sep 19. 2021

인제 방태산 자연휴양림 여행 (1)

(2021-09-01)  충주를 지나며

지난 7월 신시도 자연휴양림 여행을 끝으로 여름 휴가철 약 한달 반은 여행을 쉬었다. 휴가철에는 예약도 어려울뿐더러 요즘같은 시절에 관광지에 사람들도 많이 몰려 코로나 19 감염 위험도 커지며, 게다가 숙박료도 비싸기 때문에 나같이 은퇴하여 시간적 여유가 많은 사람이 구태어 복잡한 휴가철에 여행을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또 젊은 사람들이 휴가를 즐길 시기에는 나같은 사람들은 자리를 피해주는 것도 일종의 에티켓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나라에는 50개 가까운 국립자연휴양림이 있다. 이들 자연휴양림 가운데 인기순으로 꼽으라면 단연 방태산 휴양림과 신시도 휴양림이다. 그동안 여러번 방태산 휴양림을 예약하려 했으나 번번히 실패했는데, 6주 전인 지난 7월 중순, 예약개시일 오전 9시 땡하는 순간 예약신청을 하여 겨우 당첨되었다. 이렇게 어렵게 예약을 한 터라 출발전부터 기대가 컸다. 


어제 태풍이 지나갔지만 여전히 폭우 주의보가 내려 있다. 다행히 강원도 쪽은 그래도 비가 적게 온다니 다행이다. 지난 7월부터 여행을 떠나는 날은 항상 비가 내린다. 방태산 자연휴양림까지 가장 빠른 길로 가면 세종시 집에서 3시간 50분 정도 걸리지만, 중간에 볼만한 곳을 들리며 국도를 이용하여 천천히 가기로 하였다. 충청대로와 충원대로를 거쳐가는 길이다. 그런데 그동안 여러 차례 강원도 여행길에 이 도로를 이용하였기 때문에 이 루트 상에 있는 왠만한 곳은 대부분 둘러보았다. 그래서 그동안 가지 않은 곳을 찾아보기로 하였다. 비는 조금씩 그쳐가는 듯 하다. 


충주시에는 <석종사>라는 사찰이 있다. 이곳은 가 본 적이 없어 이번에 들리기로 하였다. 세종시를 벗어나 국도를 따라 가면 먼저 청주시가 나온다. 청주시를 지나면 곧바로 증평군과 음성군이 나오고 계속 길을 따라 가면 충주시에 도착한다. 석종사는 충주시 외곽에 위치해 있다. 


1. 충주 석종사(釋宗寺)


석종사는 금봉산(金鳳山) 자락에 위치한 절이다. 금봉산이라... 어디서 들어본 귀에 익숙한 곳이다. 이리저리 생각해보니 노래 “울고 넘는 박달재”에 나오는 사람 이름이다. “울고 넘는 박달재” 2절의 마지막이 “한사코 우는구나 박달재에 금봉이야”라는 소절로 끝이 난다. 그러니까 그 노래에서는 “금 봉”이 지명이 아니라 사람 이름이다. 박달재는 제천과 충주의 경계에 고개인데, 그 노래에 등장하는 사람의 이름을 이쪽 충주에 있는 산이름인 “금봉”이로 한 것은 우연은 아닌 것 같다. 


석종사는 비교적 최근에 건립한 절인 것 같다. 절 집 건물들이 상당히 새것이고 또 주위의 조경도 세련되었으며, 전통 사찰들이 목재를 많이 사용하는데 비해 이곳은 석재를 많이 사용하여 건물을 지었다. 그리고 절집의 디자인도 상당히 세련된 현대풍이다. 안내문을 보니 이곳은 원래 신라시대의 절터였는데, 그동안 방치되어 오다가 1983년에 석종사란 이름으로 새로이 창건되었다고 한다. 역사가 얼마 되지 않은 절인데도 불구하고 몇점의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절 입구에는 작은 연못이 있다. 연못에는 수련이 몇 송이 피어있다. 수련은 연꽃에 비해 꽃은 크기는 작지만 훨씬 더 강한 색을 가지고 있다. 절에 들어서니 먼저 오층 석탑이 보인다. 꽤 오래된 탑으로 보이는데, 고려말 경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오랜 시간 이곳이 폐허로 된 절터로 방치되어 있을 때 오직 이 오층 석탑만이 이 자리를 지켜왔다고 한다. 

대부분의 절에 가면 절 한켠 모퉁이에 약수터가 있다. 그런데 이곳 석종사는 특이하게 약수터가 절 마당 한 가운데에 있다. 최근에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아니면 항상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석재로 잘 지은 약수터에는 맑은 샘물이 콸콸 넘쳐 흐르고 있었다. 절 집 건물 하나하나는 그다지 크다고는 할 수 없지만, 넓은 터에 여러 채의 절집이 들어서 있어 꽤 큰 절이다. 절 마당을 앞에 하고 절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천척루(千尺樓)라는 석재 건물이 웅장하게 서있다. 강연 등 모임을 하는 장소인 것 같다. 


현대에 들어 지은 절이라 조경이 잘 되어 있으며, 건물의 디자인과 건물 배치가 아주 좋다. 건물 하나하나가 멋스럽다. 역시 사람의 지혜와 기술은 나날이 진보하는가보다. 전통사찰로서 잘 지은 절이 많기는 하지만, 절대적인 수준을 비교한다면 역시 최근에 건축한 절이 훨씬 아름답고 멋있다. 


2. 사과 과수원


충주는 사과의 고장이다. 40-5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사과의 산지는 대구였다. 나의 고향은 대구시 북쪽에 있는 금호강을 끼고 있는 무태(無怠)였는데, 그 당시 무태는 완전 시골 마을이었다. 대구에 살고 있던 나는 할머니 손을 잡고, 큰아버지 댁이 있는 무태에 자주 갔는데, 산격다리부터 시작하여 금호강 건너 무태까지는 그 넓은 곳이 온통 사과 과수원이었다. 산격다리를 지나면 지금은 사라진 백구 소주 공장이 나왔다. 그곳을 지나 한참 더 가면 금호강이 나왔는데, 그 당시에는 금호강에는 변변한 다리가 없고, 둥근 구멍이 숭숭 뚫린 철판으로 만든 다리가 걸려 있었다. 그런데 그 다리는 큰 비만 오면 유실되어, 대개는 다리가 없어 얕은 곳을 찾아 다리를 걷고 강을 건넜다. 


강을 건너서도 온통 사과 과수원이었다. 당시 사과 과수원은 모두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대부분은 탱자 나무로 된 담장을 하고 있었다. 그 긴 탱자나무 담장 사이 과수원 길을 걸어 큰집에 가던 시절이 지금도 생각난다. 탱자나무 가시로 “고디”(다슬기의 경상도 사투리)를 까먹으면 정말 맛있다. 어릴 때 좋은 군것질 거리였다. 60년도 더 된 이야기이다. 이젠 대구 부근에서는 사과밭이 거의 없어졌다. 아마 기후탓이라 생각된다. 대신 이제는 대구보다 북쪽인 영주, 안동, 충주 등이 사과의 산지가 되고 있다. 

충주의 사과 과수원은 상당히 오픈된 느낌이다. 옛날 대구의 과수원들은 모두 높은 탱자나무 담장으로 인해 과수원 안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의 과수원은 대개는 가벼운 철제로 된 담장을 하고 있으며, 그 중에는 담장이 없는 곳도 여러 곳 보인다. 사과 나무에는 탐스러운 빨간 사과들이 주렁주렁 열려있다. 사과 나무 아래는 은박지가 깔려있다. 사과가 햇빛은 고루고루 받아 잘 익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이제는 농업도 과거에 비해서는 엄청 첨단화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여행을 하다보면 밭 옆에다 고급 외제 승용차를 세워 놓고 농사일을 하는 광경을 자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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