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 여배우가 총출동한 화려한 출연진
영화 <팔도기생>은 1968년 제작된 영화인데, 1960년대 후반에 유행하였던 8도 시리즈 가운데 하나이다. 팔도 시리즈는 대체로 전국 각 도에서 모인 출중한 인물들이 서울 출신의 주인공을 맏형으로 서로 연대하여 공동의 적과 싸우거나, 공동의 과제를 해결하는 포맷으로 되어 있는데, <팔도기생>은 주인공 박효천(김진규 분)이 각 지방의 명기(名妓)들을 한 명씩 만나는 것을 주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이들 팔도 기생들 간의 횡적인 연대는 보이지 않는다.
대원군은 풍류남아 박효천(김진규)을 한양 명기(名妓) 녹수(김지미)의 집으로 부른다. 이 자리에서 대원군은 경복궁 중건 낙성을 기념하는 행사에 조선 전국의 명창들을 불러 축하의 노래를 부르게 함과 아울러 민속 가락을 정리하라고 이른다. 대원군의 명을 받은 박효천은 전국 풍류여행을 떠난다.
흥선 대원군은 우리나라 창을 후세에 길이 전수케 하고자 풍류객 박효천으로 하여금 팔도강산을 두루 돌아다니며 숨은 명창 명기들을 한자리에 모아다 놓고 잔치를 열게 한다. 그리고 박효천에게 장악원의 악사장의 벼슬을 내린다. 하지만 본시 풍류객인 박효천은 벼슬을 마다하고 다시 팔도강산 도처의 정든 님을 찾아 풍류길을 떠난다. 살살이 서영춘이 박효천의 시종 역할을 한다.
박효천은 함경도에 가서 이름난 기생 태현실을 만나 그녀가 부르는 <신고산 타령>을 듣고, 자신도 창을 한가락 뽑는다. 그리고 평양에서는 기생 화선(문희)을 만나고, 송도에서는 송도 명기 초혼(전양자)을 만나 풍류를 나눈다. 이 자리에서 박효천은 대금 연주를 하여 서로의 예술성을 확인한다. 전라도에서는 절세가인 기생 금향(남정임)이 사또의 수청을 거부하여, 사또의 노여움을 사게 되는데, 박효천은 사또의 노여움을 달랜 후 금향을 만나 남도가락을 듣는다.
진주에서는 진주기생 남홍(윤정희)을 만나 그녀로부터 시창을 들으며, 남홍은 박효천을 사모하여 두 사람은 만리장성을 쌓는다. 박효천은 주어진 임무에 대한 보고를 위해 대원군을 만나러 한양으로 가야 하며, 남홍과 헤어지는 자리에서 그녀의 속치마에 글귀를 남긴다.
경복궁 낙성식 날 경복궁에서는 성대한 잔치가 벌어지고, 이 자리에 박효천이 초대한 전국의 명기들이 모두 참석하여 각자 자랑하는 가락들을 뽑는다. 기생들의 맏언니 뻘인 녹수(김지미)는 기생들에게 본분을 잊지 말고 노래들을 잘 보전하라는 말을 남긴다.
경복궁 낙성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임금은 박효천의 공로를 인정하여 장악원 악장, 그러니까 요즘 말하면 국악원 원장 혹은 국립 교향악단장을 맡으라 명을 내리지만, 박효천은 풍류를 즐기며 평생을 떠돌아다니겠다며 이를 거부하고 다시 풍류의 길로 나선다.
영화 <팔도기생>에서는 김지미, 윤정희, 남정임, 문희를 비롯한 전양자, 태현실 등 당시의 톱 여배우들은 모두 출연하였다. 아마 이 영화에 출연하지 못한 여배우들은 시기심을 갖지 않았을까 하는 정도로 톱 여배우를 완전 망라하였다. 그렇지만 이러한 호화 출연진에 비해서는 극적 완성도는 매우 낮다. 90분 정도의 상영시간에 6-7명의 여배우를 만나는 내용이니까 한 사람당 배정된 시간은 10분 남짓에 불과하다. 그래서 영화의 대부분은 어느 지방에 찾아가 그 지방의 명기를 만나고, 저녁에 술은 한잔하면서 노래 한곡 듣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러다 보니 극적인 긴장감이나 아기자기한 스토리의 전개는 기대할 수 없다.
이렇게 영화의 작품성으로는 그리 좋은 평가를 할 수는 없으나, 당대의 일류 여배우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