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사업체로부터 필요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우리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체를 보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개는 상대적으로 값이 낮고 거래 빈도가 잦은 재화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사업체의 수는 많고, 비싸거나 거래 빈도가 적은 재화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업체수는 그 숫자가 적은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는 거의 매일 동네 편의점이나 동네 슈퍼에 가면 대개 몇천 원 정도 많아봐야 몇만 원 정도의 상품을 구매한다. 가끔 가는 노래방이나 당구장, 식당에 가면 기껏해야 몇만 원, 많아야 십만 원대를 소비한다. 이런 류의 사업체는 우리 주위에 널려있다.
전국에서 이들 사업체의 숫자가 얼마나 될까? 2019년을 기준으로 한다면 편의점은 43,000개, 동네 슈퍼는 48,000개 정도이다. 그러니까 집 주변에서 우리에게 간단한 식품이나 소소한 생활잡화를 판매하는 업체는 합해서 9만 개가 조금 넘는 정도이다. 전국에 신발 가게는 1만 개가 조금 넘는다. 아무래도 신발은 몇만 원에서 비싸 봐야 십여만 원이지만, 한번 사면 몇 달, 몇 년을 신기 때문에 거래빈도가 적어 가게 수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상품 가격이 몇십만 원에서 몇백만 원에 이르는 가전제품의 경우는 판매점 수가 7,500개 정도 된다. 아무래도 가격이 높으니까 그렇게 잦은 빈도로 구매를 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가구에서 자가용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집집마다 한 달에 몇 번씩은 연료를 넣어야 하는데, 주유소와 가스충전소를 합하면 14,000개가 좀 못 미친다. 전국에 여관과 모텔은 합해서 23,000개 정도가 된다. 일반 한식 음식점은 19만 개 정도이고, 중국음식점은 25,000개, 치킨집은 37,000개 정도이다. 김밥집과 분식집을 합하면 45,000개 정도이다. 당구장은 14,000개 정도이고, 노래방은 33,000개 정도이다. 자동차 수리업과 세차장을 합해도 5만 개가 못된다. 지금까지 열거한 대부분의 가게는 우리가 생활을 하면서 수시로 찾고, 또 한 번 이용할 때마다 지불하는 돈이 10만 원을 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런데 아주 특이한 업종이 있다. 바로 부동산 중개업이다. 우리나라 전국에서 부동산 중개업은 그 숫자가 10만 개가 넘는다. 서울시의 아파트의 평균 거래 가격이 10억 원 정도라 한다. 전국 평균을 하더라도 몇억 원은 될 것이다. 거래 가격이 아니라 전세 가격도 거의가 1억을 넘는다. 그런데 한번 거래단위가 1억이 넘는 물건의 거래를 중개하는 사업체가 편의점이나 동네슈퍼, 김밥집이나 노래방 숫자보다 월등히 많다.
우리가 평생을 살면서 부동산 계약을 얼마나 많이 할까? 몇십 년 동안 한 집에서만 사람도 있으며, 대부분의 사람은 아무리 잦아야 1-2년에 한 번쯤 부동산 거래를 할 것이다. 이렇게 가격은 높으면서 거래 빈도가 낮은 재화의 거래를 중개하면서 먹고사는 사업체가 편의점이나 김밥집보다 훨씬 많다니 뭐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 같다.
최근에 부동산 중개료 인하를 둘러싸고 일반 국민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반면 중개사업자들은 반발이 심한 것 같다. 제공하는 서비스에 비해 그 가격이 턱없이 높게 형성되어 있으니까 부동산 중개 업체수가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마치 로또를 뽑듯이 한두 건의 거래만 성사시키더라도 상당한 수입이 보장되니까 그런 것 같다. 부동산 중개료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된 것 같으나, 여기에는 기득권이란 이해관계가 끼어 있어 그 개선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인구가 우리나라보다 2.5배가 많은 일본의 경우 부동산 중개업 사업체수는 45,000개 정도이다. 인구는 우리보다 2.5배나 많은데 부동산 중개업소 숫자는 우리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 자기 잡에서 사는 사람의 비율이 훨씬 낮아 이사 수요가 우리보다 많은데도 불구하고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