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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an 19. 2022

영화: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悪魔が来りて笛を吹く

소년탐정 김전일(金田一)의 할아버지가 등장하는 추리 영화

2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필자는 우리나라 소설을 많이 읽었지만 요즘은 거의 읽지 않아 주로 어떤 장르의 소설들이 많은지 잘 모른다. 그런데 필자가 소설을 많이 읽을 때인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소설의 폭은 매우 좁았다. 대부분 순수 문예 소설이나 연애소설, 사회소설, 대중소설 등이 대부분이었다. 추리소설이나 SF소설, 판타지 등은 거의 드물었다. 특히 추리 소설에 국한하여 보면 1950년대까지 활약하였던 김내성이 있고, 그 이후에는 김성종, 정건섭 등이 1970-80년대에 활약하였다. 그러나 이들도 정통 추리작가라 하기는 어렵다. 김내성의 경우는 추리작가라 할 수도 있지만, 김성종의 경우는 정통 추리 소설이라기보다는 하드보일드 혹은 미스터리 액션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 소설 장르의 폭이 매우 넓다. 일반 문예 소설에 더하여 추리소설, SF소설, 판타지, 관능소설, 기업소설 등 각 장르의 소설들이 매년 수십, 수백 편씩 발간된다. 일본의 추리소설은 <에도가와 란포>(江戸川亂步)(1894-1965)로부터 시작한다. 물론 그 이전에도 몇몇 추리작가가 있었으나, 에도가와 란포가 추리소설 전문작가로서 탄탄한 플롯으로 구성된 추리소설을 본격적으로 내놓았던 것이다. 그의 본명은 히라이 타로(平井太郎)였는데, 그는 추리소설의 선구자로 알려진 미국의 에드가 알란 포(Edgar Allan Poe)를 너무 존경하여, 필명을 그의 이름과 비슷한 “에도가와 란포”로 하였던 것이다. 


에도가와 란포의 등장 이후 일본에서는 추리소설가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하였는데, 란포의 등장 몇 년 후 등장한 추리작가로서 요코미조 세이시(横溝正史, 1902-81)이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수없이 많은 추리소설을 남긴 일본 추리소설 작가의 제1 세대 가운데 한 명이라 할 수 있다. 


일본 추리만화로서 우리나라에도 번역되어 많은 독자들로부터 인기를 얻은 만화 가운데 <소년탐정 김전일(金田一)>이라는 만화가 있다. 명탐정인 할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고등학생인 김전일이 여러 살인사건과 맞닥뜨리며 친구 미유키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이야기로서, 원제목은 <킨다이치 소년의 사건부>(金田一少年の事件簿)이다. 즉 소년탐정 김전일의 성은 김(金)이고 이름이 전일(田一)인 것이 아니라, 김전일(金田一), 즉 킨다이치가 성이다. 그의 성과 이름은 킨다이치 하지메(金田一一)이다. 킨다이치 하지메는 유명한 탐정인 킨다이치 코스케(金田一耕助)의 손자이다. 

요코미조 세이시와 그의 작품들

추리소설에는 주인공인 명탐정이 등장한다. 코난 도일의 소설에는 셜록 홈스라는 명탐정이 등장하며,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에는 에르큘 포와로나 미스 마플이라는 유명한 탐정이 등장한다. 이렇듯 추리 작가들은 각자의 소설을 대표하는 명탐정을 창조하였는데, 요코미조 세이시의 추리소설에 단골로 등장하는 주인공 탐정이 바로 킨타이치 코스케, 즉 소년탐정 김전일의 할아버지이다. 그런데 킨다이치 코스케는 죽 독신으로 살았는데, 언제 결혼을 해서 손자까지 생겼는지는 모르겠다. 


영화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悪魔が来りて笛を吹く)는 요코미조 세이시가 쓴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1979년에 제작되었다. 이 소설은 여러 차례에 걸쳐 영화로 그리고 또 드라마로 제작된 적이 있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추리소설에는 정통 추리소설에 흔히 등장하는 “밀실 살인사건”이 자주 등장한다. 이 영화에서도 밀실 살인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그의 소설의 주된 테마가 되는 가족 간의 치정, 복잡한 가족관계, 시기와 질투 등이 복잡하게 얽히게 된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추리소설에서는 보통 탐정 킨다이치가 사건 중반에 접어들면 대략의 범인의 윤곽을 잡아낸다. 그러면서도 그는 범인의 행동을 제어하지 않는다. 범인은 계속 살인을 이어가며, 그들 간의 갈등과 상호 살인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후에 그는 범인을 확정하여 경찰에 통보한다. 이는 탐정 킨다이치 그 나름대로의 사건 해결 방식이기도 하다. 인간 갈등 문제의 해결을 법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의 은원에 따라 사적인 처단이 이루어진 후 마지막 그 결과에 대해 경찰에 통보하는 식이다. 

영화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도 그러한 전형적인 사건 전개와 사건 해결의 패턴을 따르고 있다. 세간에 알려진 <천은당 사건>(天銀堂事件)을 둘러싸고 벌어진 가족 간의 살상과 또 그것이 있게 한 과거의 사건들에 대해 거슬러 올라가 그 근원을 찾지만, 탐정 킨다이치는 그로부터 비롯된 지금의 현재의 사건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느다. 오히려 사건을 방관하는 느낌이다. 과거의 원한과 복잡한 가족관계로부터 빚어진 사건이 스스로 어느 정도 마무리된 후에 킨다이치가 나서 사건을 마지막으로 정리한다. 


추리소설을 영화화하였기 때문에 좀 따분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과거의 복잡한 가족관계, 얽히고설킨 치정관계 등이 너무 복잡하여 영화 내용의 이해를 어렵게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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