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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Mar 25. 2022

영화: 콘돌은 날아간다(El Condor Pasa)

헤어날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신부의 방황

영화 <콘돌은 날아간다>는 아끼는 소녀의 죽음으로 깊은 상처를 받은 신부의 방황과 구원을 찾아 나선 페루 오지에의 여행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필자가 이렇게 내 생각을 말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표현을 빌어 이 영화를 설명하는 것은 영화를 관람한 내게는 이러한 메시지가 그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주인공인 박 신부가 무엇 때문에 상처를 받았는지, 그리고 마음의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려 하는지 영화를 보고 나서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2012년에 제작되었으며, 조재현이 주인공인 박 신부 역을 맡고 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 영화에 대해 아주 높게 평가하는 평이 많았는데, 나는 그러한 평에 쉽게 동의할 수 없었다.   


박 신부(조재현 역)는 열심히 성당에 나와 성당 일에도 열심인 여고생 연미를 아주 귀여워한다. 그런데 박 신부가 연미를 예뻐하는 것이 신앙에 열심인 어린 소녀에 대한 사심 없는 사랑인지, 아니면 성적인 요소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박 신부가 연미와 함께 사진을 찍을 때 연미를 자신의 무릎에 앉히기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것을 아이에 대한 단순한 사랑으로 이해할지 아니면 그 이상의 것으로 이해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 


어느 날 박 신부는 성당에 온 연미에게 일이 끝난 후 자신과 만나자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일이 생겨 박 신부는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늦게까지 성당에 남아있던 연미는 박 신부를 기다리다 늦게 귀가한다. 집으로 가는 길에 연미는 괴한에게 습격당해 성폭행을 당한 끝에 살해당하고 만다. 연미는 스튜어디스 일을 하고 있는 언니 수연과 단 둘이 살고 있었다. 연미의 언니 수연은 함께 의지하고 살았던 동생의 죽음에 슬픔에 빠지며, 박 신부도 자신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 탓에 연미가 죽었다는 심한 자책감에 빠진다. 박 신부를 원망하던 수연도 점차 박 신부를 향해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연다. 

며칠 후 경찰에서 연미를 죽인 범인이 잡혔다는 소식을 듣는다. 경찰로 찾아간 박 신부는 범인이 평소에 성실히 성당에 나오면서 연미를 좋아했던 소년이라는 사실을 알고 놀란다. 박 신부는 소년에게 왜 연미를 죽였느냐고 묻는다. 소년은 박 신부로부터 연미를 구하려고 했는데, 연미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아 죽였다고 했다. 그리고는 박 신부가 자신의 신분을 이용하여 연미를 자신의 성적 도구로 삼으려는 것이 아니었느냐며 달려든다. 


박 신부는 큰 마음의 상처를 입고 이를 치유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그의 동료 신부는 페루의 오지에 있는 어느 작은 성당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박 신부는 그를 찾아 페루로 떠난다. 이쪽저쪽 헤매며 물어물어 겨우 산골 오지에 있는 성당에 도착하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 영화를 감상하고서는 감독이 보내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웠다. 박 신부가 연미에 대한 마음은 어떤 것이었나? 그리고 박 신부와 수연은 연미가 죽고 난 후 왜 그렇게 서로가 육체적으로 탐닉하였나? 그리고 박 신부는 연미의 죽음에 대해 왜 그렇게 심한 죄책감을 느꼈으며, 수연은 왜 그렇게 박 신부가 연미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는가? 그리고 범인의 정체를 알게 된 박 신부는 무엇 때문에 페루의 오지에 있는 동료 신부를 찾아갔는가? 나로서는 이 모든 의문에 대한 답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무엇인가 심각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은데, 그것이 무엇인지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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