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남도 꽃나들이(4)

(2022-03-07 b) 구봉산 전망대와 중마시장

by 이재형

계속 돌아다녔더니 배가 고프다. 벌써 2시 반 정도가 되었다. 가져온 빵과 카스텔라, 그리고 과일로 점심을 때웠다. 여행을 처음 다닐 때에는 점심을 대개 식당에서 해결했다. 그런데 그럴 경우 식당을 찾고, 음식을 기다리고 하는데 시간이 걸려 점심 식사에 적어도 한 시간 이상을 허비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은 간단한 빵과 과일 등으로 점심은 가볍게 때우고 있다. 덕택에 시간을 훨씬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6. 구봉산 전망대


구봉산은 여수 시가지를 바로 내려다보고 있는 산으로서 높이가 500미터 조금 못 미치는 낮은 산이다. 광양을 대표하는 산은 백운산이지만, 구봉산은 시가지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어 시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산이다. 이곳에는 과거 고려시대부터 봉수대가 설치되어 있었다고 한다.


전망대 바로 아래 주차장이 있어 차로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주차장에서 전망대까지 거리는 200미터도 채 되지 않았지만 그 가파르기가 보통 아니다. 계단이 설치되어 있지만 경사가 심하여 오르기가 힘들다. 집사람은 따라 올라오다가 중간에 포기하고 만다. 전망대 위에 오르니 광장처럼 생긴 넓은 전망대가 있고, 그 위쪽으로는 금속으로 만든 봉수대가 설치되어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광양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 바다 건너 하동, 순천, 여수, 남해가 보이며 광양만에 접한 이쪽에는 광양제철을 비롯하여 세풍산단, 익산산단, 율촌산단 등 산업단지들이 위치하고 있다. 왼쪽으로는 조금 전에 건너왔던 이순신 대교가 보인다. 이순신 대교는 가까이서 볼 때도 멋있지만, 이렇게 멀리서 바라보면 또 다른 흥취가 있다. 전망대 한쪽에는 망원경이 놓여있다. 이전에는 이런 곳에 있는 망원경은 모두 500원짜리 동전을 넣어야 볼 수 있지만, 요즘은 돈을 받는 곳이 거의 없다. 망원경으로 이순신 대교를 보니 손 앞에 잡힐 듯이 가까이 보인다.

20220307_153720.jpg
20220307_153723.jpg

나는 어릴 때부터 망원경에 익숙하였다.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아버지가 토목설계 관련 사업을 하셨기 때문에 집에는 늘 여러 종류의 측량기가 있었다. 측량기에 붙은 망원경은 대개 배율이 30-50배 정도 되었는데, 그 정도 배율이면 대구 신천동에 있는 집에서 멀리 대구 앞산에 있는 나무에 앉아있는 새도 볼 수 있었다. 밤에는 망원경으로 달을 보면 달의 분화구들이 또렷이 보였다. 오랜만에 사용해보는 망원경으로 옛 생각이 나 망원경을 계속 붙들고 경치를 감상하였다. 산 꼭대기라 제법 바람이 세다. 오늘은 내내 더웠기 때문에 산 위에서 부는 선선한 바람이 오히려 시원해서 좋다.


7. 중마시장


휴양림으로 돌아가는 길에 중마시장을 거쳐가기로 하였다. 중마시장은 광양 시가지 안에 있는 전통시장인데, 광양에서는 제일 큰 시장인 것 같았다. 이곳은 어제 갔던 광양5일장과는 달리 상설시장이다. 혹시 이곳에 가면 병어회를 살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찾았다.


중마시장에 도착하여 먼저 주차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시장 바로 앞에 주차장이 있는데, 마치 대형마트의 주차장처럼 공간도 넉넉했고 편리했다. 이런 주차장이 설치되어 있으면 구태여 대형마트에 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만큼 주차가 편리했다.


시장 안은 깨끗이 정비되어 있다. 장 보러 나온 사람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시장 상인들에게 상품 진열에 각별히 신경을 쓰라는 안내판이 붙어있고, 통로 양옆으로 상가들이 질서 정연하게 들어서 있다. 이 정도면 장 보는데 전혀 불편이 없을 것 같았다. 다른 대도시의 전통시장도 이렇게 정비되면 상인들이나 소비자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 텐데,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시장과 관련된 사람들의 각자의 이해가 서로 얽혀 있으므로 체계적인 리모델링이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220307_161318.jpg
20220307_161532.jpg

시장 안을 둘러보았지만 병어회는 없다. 시장은 잘 정비되어 있지만 손님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장 볼 시간이 아니어서 그런지, 아니면 원래 손님이 없는 것인지 어느 쪽인지 모르겠다. 이 정도면 나 같으면 재미로라도 시장을 자주 들릴 것 같은데,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특별히 살 물건도 없고 해서 그냥 나왔다.


8. 백운산 자연휴양림


휴양림 조금 못 미쳐 <옥룡사지 동백나무숲>이 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안내판을 보니 700미터가량 걸어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오늘 많이 걸어서 더 이상 걷기가 싫다. “분명 아직 동백꽃은 피지 않았을 거야” 스스로에게 확신시키고 포기하기로 하였다.


휴양림으로 돌아왔다. 휴양림은 산길을 따라 이어져 있는데 아기자기하게 산책로를 만들어 놓았다. 주차를 하고 나니 이제 겨우 오후 5시가 지났다. 해가 길어져 여행하기가 참 좋다. 늦가을에는 오후 4시가 좀 지나더라도 산속은 어두워지려 해 돌아다니기가 쉽지 않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오후 5시가 지났는데도 환하다.

20220307_171645.jpg
20220307_171649.jpg

주차를 한 후 휴양림 안쪽에 만들어진 샛길을 찾아 이곳저곳 다니며 산책을 한다. 여행 안내서를 보면 광양의 명승지로 제일 처음 꼽히는 곳이 바로 이곳 백운산 자연휴양림이다. 그런데 이렇게 가장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으면서도 다른 곳을 찾아 하루 종일 돌아다닌 것이 우습기도 하다. 산책로를 걷는 것도 재미있지만 이곳에서 가장 볼만한 것은 역시 편백나무 숲이다. 편백나무 숲 속에 있으면 아주 약하게 편백향이 코로 스며든다. 편백나무로 된 목욕탕에 가면 코를 찌를 정도로 강한 편백향이 나는데, 이렇게 살아있는 편백 숲에는 오히려 향기가 그다지 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소나무 숲이라면 솔향기가 강하게 나는데, 편백나무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여하튼 오늘도 많이 걸었다. 식사를 하고 나면 잠이 잘 올 것 같다. 어제저녁에는 태블릿 PC로 영화 <007 살인번호>와 <007 위기일발>을 감상하였다. 오늘 저녁엔 <007 골드핑거>와 <007 선더볼 작전>을 감상하고 잠들면 될 것 같다.


keyword
이전 21화이른 봄 남도 꽃나들이(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