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남도 꽃나들이(2)

(2022-03-06 b) 광양 5일장을 거쳐 광양 백운산 자연휴양림으로

by 이재형


용궐산을 출발했다. 이제 광양 백운산 자연휴양림까지 직행할 예정이다. 차는 섬진강을 오른쪽으로 끼고 달린다. 섬진강은 원래 큰 강이 아닌데다가 이 쪽은 섬진강의 상류지역에 해당하는 곳이라 강폭이 넓지 않다. 곳에 따라 다르지만 강폭이 대략 100-200미터 정도 되어 보인다. 구불구불한 섬진강을 따라 강과 나란히 가는 도로를 한참 달리다보니, 순천 방향으로 가는 국도를 타라는 안내가 나온다. 서남원에서 고속도로에 올라 한참 달리다보니, 다시 남해고속도로로 갈아탄다. 그리고 조금 더 달리니 광양읍으로 나가는 빠져나가는 출구가 나온다. 이제 오늘 저녁 거리를 사야 한다. 광양5일장으로 갔다.


2. 광양5일장


내게는 광양이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광양제철이다. 그래서 그런지 내 머리 속에는 광양이란 도시는 공업도시란 생각이 박혀 있다. 광양제철을 중심으로 주위에 여러 개의 산업단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뜻밖에 광양시로 들어가니 산업단지들은 잘 보이지 않고 고층 아파트들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그렇지만 고층 아파트들이 많이 있다고 하나 듬성듬성 떨어져 들어서 있어 도시 전체의 모습은 시골 바닷가 도시의 모습 그대로였다.


저녁 거리를 사기 위해 인터넷으로 전통시장을 검색하였더니 가장 가까운 곳이 광양5일장으로 나온다. 그곳으로 가니 마침 오늘이 장날이다. 광양5일장은 상설시장도 있지만, 5일장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 같다. 시장 한 복판이 넓은 5일 장터이고 그 주위로 작은 규모의 상설시장 건물이 들어서 있다. 5일장 장터가 널찍하게 마련되어 있어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나 이곳을 찾는 소비자 모두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곳에 병어회 파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기대하고 갔다.

시장안으로 들어가니 이제 오후 4시가 가까워져 파장 분위기이다.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여러 채소들과 함께 많지는 않지만 산나물을 팔고 있다. 산나물들을 보니 이제 더욱 봄이 되었다는 실감이 난다. 광양이 바닷가 도시라서 해산물이 많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횟감을 파는 곳은 그다지 없고 거의가 조리용 생선들이다. 전라도라 그런지 홍어를 파는 곳이 많다. 나는 홍어회, 그 중에서도 특히 삭힌 홍어회를 좋아하는데, 집사람이 질색을 하기 때문에 입맛만 다시고 포기할 수밖에 없다.


군것질용 또는 술안주용 먹거리를 파는 곳이 많다. 그렇지만 이곳까지 와서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그런 먹거리를 먹긴 싫다. 시장 이곳저곳을 둘러보았으나 병어회 파는 곳은 보이지 않는다. 어쩔수 없이 오늘 저녁은 그냥 삼겹살로 하기로 하였다. 5일장 근처에 있는 농협 하나로 마트에 들러 삼겹살과 소주, 맥주, 막걸리, 생수 등을 샀다. 이제 휴양림으로 직행하면 된다.


3. 광양 백운산 자연휴양림


광양5일장을 나와 백운산 자연휴양림으로 달린다. 시장에서 남쪽으로 내려와 광양 시가지가 나오면 시가지를 가로질러 서쪽으로 달리다가 다시 북쪽으로 올라간다. 그러니까 ‘U’자 형태로 휴양림까지 가는 것이다. 그래서 가는 도중 광양시의 중심 지역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광양시는 인구가 15만명 정도라 한다. 그런데 면적이 상당히 넓은 편에 속해, 시가지라고 하지만 한산한 느낌이다.


시가지를 빠져 나오자 곧바로 시골 도로이다. 세종시 근처만 하더라도 아직 겨울 기운이 남아있어 황량한 느낌인데, 이곳은 조금이지만 밭이나 들판에 푸른 기운이 돌고 있다. 역시 남쪽지방이다. 곧바로 곳곳에 싹이 틀 것 같은 그런 기운을 느낀다.


오후 5시가 못되어 백운산 자연휴양림에 도착하였다. 백운산은 높이가 1,200미터가 넘는 상당히 높은 산으로서 광양시를 대표하는 산이다. 산의 면적이 상당히 넓어 광양시 북쪽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다. 백운산 자연휴양림은 백운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공립 자연휴양림이다. 휴양림 입구에서 간단한 숙박절차를 밟는다. 내가 예약한 숙소는 4인용 숲속의 집인데 가격은 1박에 4만원으로, 2박 8만원의 숙박료를 예약시 이미 지불하였다. 그런데 직원이 지금은 비수기라 비수기 할인이 적용되어 1만 6천원이 통장으로 자동 반환 될 것이라 한다. 뜻밖에 돈을 번 기분이다.


휴양림 입구에서 숙소인 숲속의 집까지는 거리가 제법 된다. 포장된 좁은 산길을 따라 1킬로 이상을 올라간 것 같다. 오른 쪽에 쭉쭉 뻗은 큰 나무 숲이 보이고, 그 아래는 야영장이다. 이 나무 숲을 지나니 바로 숙소가 나온다. 집 안으로 짐을 옮긴 후 먼저 맥주부터 두어잔 들이켰다. 용궐산에 다녀온 피로가 한꺼번에 풀리는 것 같다. 집사람이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밖으로 나와 좀 전에 지나왔던 숲으로 갔다.


처음엔 소나무인가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편백나무이다. 밑 둥치의 지름이 50센티 이상 되어보이고, 높이가 20-30미터나 됨직한 큰 나무들이 쭉쭉 뻗어있다. 정말 장관이다. 이렇게 잘 관리된 큰 나무 숲은 여간해서는 보기 힘들다. 일부 잘 관리된 국유림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인데, 이 편백나무 숲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의 본전은 뽑았다고 생각된다. 나무 아래에는 캠프용 데크가 설치되어 있어 이곳에서 캠핑을 하는 사람들은 편백나무의 정기를 흠뻑 빨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시설은 잘 되어 있지만, 아직 추워서 그런지 캠핑을 하는 사람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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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산림 중 면적 기준으로는 국유림(공유림 포함)이 60%, 사유림이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국유림은 국가예산으로 관리되고 있으므로 어느 정도 잘 관리되고 있는데 비해 사유림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 곳이 거의 없다. 나무를 키워봤자 돈이 안되니 일반 산주들은 자신의 숲과 나무를 제대로 관리할 유인이 전혀 없어, 대부분의 숲이 방치되고 있다. 숲은 그 소유자들에게 이익을 주지만 우리사회 전체에 그보다 훨씬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준다. 경제학 용어로 말하자만 ‘외부효과’가 큰 자산이다. 이런점을 생각하면 산림에 국가예산이 좀더 투입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무 값은 개 값과 비슷하다. 자신이 필요해서 사려고 하면 많은 돈을 지불하여야 하지만, 막상 자신이 가진 나무나 개를 팔려고 하면, 팔 곳이 없다. 요즘 고급 아파트에서는 조경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어 정원수로서 큰 소나무를 심는 경우가 많다. 이런 소나무들을 심는데는 한 그루에 몇 천만 원씩 든다고 한다. 그러면 산에 수십만 그루의 소나무를 키우고 있는 산주들은 얼마나 큰 부자일까?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대부분의 산주들은 아무리 좋은 나무를 가지고 있어도 팔 곳이 없다.


지름이 20센티 정도에 높이가 10미터 정도 되는 소나무 값은 한 그루에 얼마 정도 할까? 이 정도 나무를 우리가 정원수로서 구입하려 한다면 아마 적어도 수 백만 원은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이런 소나무 숲을 가진 산주들은 이런 나무를 한 그루에 얼마 정도에 받고 팔까? 아마 그 가격을 알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깜짝 놀랄 것이다. 거의 대부분이 한 그루에 100원도 못 받을 것이다. 벌목업자들은 수만 그루의 소나무가 자라고 있는 산의 벌목권을 불과 몇백만원 정도의 가격으로 구입한다.


이 말을 듣는 사람들은 “그런 폭리가 어디있냐? 완전히 악덕업자다!”라고 생각할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 벌목업자들이 벌목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중장비들이 투입되어야 하고, 또 수송에도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이렇게 어렵게 벌목을 하더라도 또 수요처를 찾는 것도 만만치 않다. 목재로 사용될 수 있는 나무도 많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고정적으로 납품할 수 있는 펄프공장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그 큰 소나무 한 그루의 판매가격이 100원에도 못 미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을 생각한다면 역시 산림의 관리에는 국가 기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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