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남도 꽃나들이(3)

(2022-03-07 a) 광양 매화마을과 이순신 대교

by 이재형

어제 용궐산 하늘길에 갔다 온 것이 꽤 피곤했던지 평상시보다 비교적 일찍 잠이 들었는데도 오늘 아침 늦게 일어났다. 아침을 먹고 출발준비를 하니 벌써 11시 가까이 되었다. 오늘은 매화마을을 거쳐 구례 산수유 마을에 갈 예정이다. 아주 맑은 날씨이다. 어제는 조금 쌀쌀한 느낌이 들었는데, 오늘은 따뜻하여 완연한 봄날을 느끼게 한다.


광양 시내로 들어가 섬진강을 오른쪽으로 끼고 강변을 달린다. 한참 달리다보니 <광양 매화마을>이라는 안내표지가 나온다. 섬진강 옆 작은 도로를 따라 5킬로 정도 달리면 매화마을이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길 양쪽에는 홍매화 꽃이 활짝 피어있다. 중간중간에 백매화도 섞여 있지만, 거의 꽃이 피지 않았다. 홍매화의 정취를 즐기며 잠시 달리니 제법 큰 주차장이 나온다. 이곳이 바로 광양 매화마을이다.


4. 광양매화마을


나는 광양 매화마을이라길래 산촌에 있는 작은 마을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섬진강 강가의 제법 높은 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는 마을이다. 마을에서 내려다보면 앞에는 섬진강이 흘러가고, 강 건너 쪽에는 광양시의 외곽지역으로서 제법 큰 마을도 보인다. 매화마을로 올라가는 입구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마을 쪽으로 걸어 올라갔다. 제법 가파른 길이다.


인터넷으로 이곳을 검색하였더니 <홍쌍리 청매실농장> 앞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편하다고 나와있었다. 나는 ‘홍쌍리’가 이곳의 지명인 것으로 알았다. 알고 보니 홍쌍리는 지명이 아니라 이곳 매화마을을 대표하는 청매실농장의 대표인 여성 이름이었다. 이왕 홍쌍리라는 분의 이름이 나왔으니, 이곳 매실마을을 잠시 소개하려 한다.


이 마을에 처음 매실을 심은 사람은 김오천 씨라는 분이었다고 한다. 그는 1930년 무렵부터 이 일대에 매실나무와 밤나무 등의 나무를 심으며 일생을 마쳤다고 한다. 홍쌍리는 김오천 씨의 며느리로서 매실 농원을 체계적으로 정리, 관리하고 매실을 이용한 여러 상품을 개발함으로써 매실재배를 경제적 수익과 연결시켰다고 한다. 매실이 이렇게 경제적으로도 괜찮은 작물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마을 사람들은 너도나도 매실을 심게 되어 이 마을 전체가 매화밭이 되었다는 것이다. 홍쌍리 씨는 국가로부터 매실 명인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광영청매실농원 영농조합의 대표이사를 역임하였다고 한다. 이곳 청매실 농장에서는 많은 매실 제품을 개발하여 국내는 물론 수출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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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광양지역은 해에 따라서 다르지만 대개 2월 20일 경부터 매화가 피기 시작한다고 한다. 먼저 홍매화가 피고 열흘 정도 지나면 백매화가 핀다고 한다. 매화마을로 올라가는 비탈길을 따라가다 보면 길 양쪽과 저 아래 마을은 온통 매실 나무들이다. 그런데 홍매화는 상당히 많이 피었으나, 백매화는 거의 피지 않았다. 어쩌다가 드문드문 백매화가 보일 뿐이다. 백매화는 이제 곧 꽃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매화꽃은 홍매화든 백매화든 한가지 색의 꽃만이 있을 때 보다는 홍매화와 백매화가 섞여 있을 때 아름답다.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나는 대략 백매화와 홍매화의 비율이 5:1 정도 되는 것이 가장 보기가 좋다.


언덕길을 몇 백 미터 정도 올라가니 <매화문화관>이 나온다. 문화관 앞 뜰에는 몇그루의 매화 나무가 심어져 있다. 문화관 안에는 매화나무로 만든 공예품과 가구 전시회를 하고 있다. 전시품들은 주로 매화 나무로 만든 도마, 상 등 생활용품인데, 매화나무로 만든 가구가 이렇게 아름다운지 처음 알았다. 전시회를 구경하고 문화원 뒤로 돌아가니 작은 정원이 마련되어 있다. 문인석 같은 석상도 몇 개 보이고 여러 그루의 매화나무가 심어져 있다. 이곳에는 백매화도 조금 피어 있다.


청매실 농원으로 올라가는 길 양쪽에는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나와 매화관련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좌판을 열어놓고 있다. 매화를 비롯한 천리향 등 식물 묘목이 많으며, 매실로 만든 다양한 제품도 준비해 두고 있다. 화분에 담긴 분재 형태의 매화나무도 많이 판다. 화분에 괴목 형태의 모습을 하고 있는 작은 매화나무가 화려한 꽃을 피우고 있어, 집안에 두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날씨는 따뜻하다 못해 더울 정도이다. 월요일인데도 불구하고 관광객이 상당히 붐빈다. 매년 3월 20일 경이면 여기서는 매화축제가 열리는데, 그때가 되면 이곳은 그야말로 말디딜 틈이 없이 붐빈다고 한다. 그런데 벌써 2년째 코로나로 인해 매화축제가 취소되었고, 올해도 열리지 않을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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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매실 농원으로 갔다. 농원 입구에는 거대한 매실제품 생산설비가 갖추어져 있고, 그 앞에 있는 넓은 마당은 큰 식당으로 이용되는 것 같다. 산비탈로 올라가면서 모두 매화 나무이다. 이렇게 가파른 산지에 어떻게 매화 나무를 심을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매화를 심고 가꾸는데 무척 힘이 들었을 것이다. 지금은 이제 거의 기업화되어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일하면서 여러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것 같다. 조금 더 올라가니 꽤 큰 한옥이 보이고 옆 넓은 터에는 큰 장독이 빼곡이 놓여 있다. 매실로 만든 장을 담궈 숙성시키는 것 같은데, 장독 하나에 거의 1톤 정도는 들어갈 것 같다.


더 올라가면 정자가 나오고 그곳에 가면 산 아래 경치가 보인다. 매화 나무 사이사이에 들어선 마을의 집들이 보이고 그 마을을 지나면 섬진강의 푸른 물이 보인다. 매화꽃이 만발하면 정말 절경을 이룰 것 같다. 일주일 정도 일정을 뒤로 하여 올걸 그랬나 하는 약간의 후회스런 마음도 든다. 나이가 들수록 꽃이 점점 더 좋아진다. 그래서 최근 몇 년동안은 꽃피는 봄이 되면 꽃구경을 위해 전국을 여행한다.


5. 이순신 대교


다음 행선지는 구례 산수유마을이다. 그런데 내비게이터를 찍어보니 이곳에서 근 1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이다. 구례에서도 남원에 가까운 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그렇다. 그래서 이곳은 내일 집으로 가는 길에 들리기로 하고 이번에는 <이순신 대교>를 구경하기로 하였다.


이순신 대교는 광양과 여수를 연결하는 해상 다리이다. 길이가 거의 2,300미터 정도가 되는 현수교로서 콘크리트 주탑은 높이가 270미터로 세계의 현수교 중 가장 높다고 한다. 이순신 대교가 걸려 있는 이곳 광양만은 임진왜란의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이 벌어졌던 전장이다. 이 전투에서 이순신 장군은 퇴각하는 왜선들을 총공격하여 막대한 타격을 입혔으나, 장군도 유탄을 맞아 전사하였다. 이런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이 다리를 <이순신 대교>라 명명하였다고 한다.


이순신 대교는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다리이지만 막상 다리에 올라 차를 세우고 구경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동차 전용도로이므로 차를 세울 수 있는 곳이 없다. 다행히 최근에 건설된 해상교량에는 교량과 인근 바다의 경치를 구경할 수 있도록 다리 근처에 전망대를 만들어두고 있다. 광양에서 이순신 대교를 건너 여수로 가면 다리를 지나 얼마 가지 않아 휴게소겸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 들러 이순신 대교와 주변 경치를 구경한다. 참 아름다운 바다이고 아름다운 다리이다. 한려수도는 어디를 가더라도 아름답다. 이런 아름다운 자연과 교량이라는 인공 구조물이 서로 어울려 더욱 아름다운 경치를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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