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남도 꽃나들이(1)

(2022-03-06) 순창 용궐산 하늘길

by 이재형

긴긴 겨울이 지났다. 작년 11월 장흥에 있는 천관산 자연휴양림 여행을 끝으로 겨울 내내 집에서 지냈다. 이제 봄이 왔으니 다시 여행을 시작한다. 올 첫 여행은 꽃구경부터 시작한다. 제주도를 제외하고 우리나라에서 꽃이 가장 먼저 피는 곳을 검색하였더니 전남에 있는 광양 매화마을이란다. 지난 1월말에 광양 백운산 자연휴양림을 예약하였다. 매해 다르긴 하지만 보통 2월 중순이 되면 매화꽃이 피기 시작하여 3월 하순에 피크를 이룬다고 한다. 3월초에 매화꽃이 필지 아닐지는 운에 맡기기로 하고, 일단 3월 6일-8일에 걸쳐 2박3일 광양 백운산 자연휴양림을 예약하였다. 그리고 한 달 보름을 기다린 끝에 오늘 여행 출발이다.


재작년부터 자연휴양림 여행을 많이 하였다. 대부분 국립자연휴양림을 이용하였는데, 그 이유는 국립휴양림이 대체로 숙박비도 싸고 시설도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이용하는 광양 백운산 자연휴양림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립 휴양림이다. 어떨지 궁금하다. 공립휴양림으로는 재작년 남원에 있는 흥부골 자연휴양림을 이용한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국립휴양림보다는 좀 못한 느낌이었다. 이번에 가는 백운산 휴양림은 어떨지 기대된다.


어제 화장실에서 잠깐 잘못하여 허리가 아주 심하게 아프다.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일어서고 앉기도 힘들 정도로 허리가 아프다. 이래서야 여행을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모처럼 첫여행이고 해서 그냥 떠나기로 하였다. 차를 운전하여 아파트를 나서니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고, 요 며칠 동안 세차게 불던 바람도 잔잔하다. 여행하기는 아주 좋은 날이다.


작년 마지막 여행도 전남 장흥이었고, 올해 첫 여행도 전남 광양이다. 그렇고보니 전남으로 끝난 여행이 다시 전남부터 시작한다. 매번 목적지까지 가면서 중간에 너무 많은 곳을 들리다보니 계획보다 항상 늦어 거의 어둠이 내린 뒤에야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오늘은 좀 넉넉하게 도착하기 위해 중간에는 한 곳만 들리기로 하였다. 첫 행선지는 전북 순창에 있는 용궐산이다. 사람들은 보통 순창하면 바로 고추장을 떠올린다. 그만큼 순창 고추장이 유명하다. 그런데 최근에 알게 모르게 사람들로부터 각광을 받는 순창 명물이 있으니 바로 “용궐산 하늘길”이다.


1. 순창 용궐산 하늘길


세종시 집에서 1시간 40분 정도 달려 용궐산 입구에 도착하였다. 네비게이터가 지시하는대로 따라 갔는데, 운전이 힘든 산길로 안내를 한다. 알고보니 다른 좋은 길이 있었는데, 아마 빠른 길이라 해서 그렇게 안내한 것 같다. 오늘은 일요일이지만 아직은 날씨가 쌀쌀하다. 그래서 이곳에 사람들이 그리 찾을까 했는데, 용궐산이 가까워오자 길 옆에 차들이 주차해있다. 주차할 장소가 있을까 좀 불안해하며 입구 주차장으로 갔는데, 마침 운좋게 나오는 차가 있어서 쉽게 주차하였다. 거의 몇 백 대를 주차할 수 있는 꽤 넓은 주차장인데, 차들이 거의 찼다. 주차장 뿐만 아니라 도로 옆에도 주차한 차들이 줄지어 서있다.


먼저 용궐산 하늘길에 대해 잠깐 설명을 하도록 하자. 이 산은 산세가 마치 용이 하늘을 날아가는 듯한 형상이라 하여 용골산(龍骨山)이라 불렀는데, 용의 뼈다귀라는 느낌이 좋지 못하여 좀더 생동감 넘치는 이름으로 하자는 주민들의 요청이 있어서 2009년에 용궐산(龍闕山)으로 산 이름을 변경하였다고 한다. 용궐산은 중간부터 화강암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절벽을 따라 잔도(棧道)를 만들고 이 잔도의 이름을 ‘용궐산 하늘길’이라 하였다. 용궐산 하늘 길은 작년 4월에 완공되었으니, 아직 만들어진지 1년도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입소문으로 그 절경이 알려져 완공이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산을 오르기가 힘들어 며칠 전에 등산 스틱을 구입하였다. 관리소 건물을 지나면 바로 하늘길로 가는 산길이 나온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산길이 꽤 가파르다고 했는데, 역시 상당히 가파른 길이다. 이정표에 하늘길까지 거리가 600미터로 나와 있어 아무리 험한 길이라도 600미터야 쉽게 가겠지 하고 출발하였다. 대부분 바위길인데 바위의 높이가 상당하다. 잘못하다가 엉덩방아라도 찧게 된다면 큰일이다. 조심조심 산을 오른다. 조금 올라가니 산길은 더욱 가팔라진다. 젊은 사람들에게야 이런 길은 아무 것도 아니겠지만, 나이가 들면 조심해야 한다. 집사람이 조금 올라가다고 그만 두어야겠다고 한다. 혼자서 올라가기로 하였다. 스틱을 가지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겨울 내내 집안에만 있어 운동을 하지 않았더니 산을 조금 올랐는데도 숨이 찬다. 거기다가 허리까지 아파 산을 오르기가 더욱 힘든다. 길은 점점 더 가팔라진다. 힘들어 땀이 나고, 거기다 길이 험해 조심스러워 진땀까지 난다. 어느새 온 몸에 땀이 흐른다. 하늘길까지 600미터라 했는데, 그보단 훨씬 더 되는 것 같다. 집사람이 진작 포기한 것이 다행이다. 계속 올라왔으면 위험할뻔 했다는 생각이 든다. 무리를 할 필요가 없으므로 조금 숨이 차면 쉬고, 또 조금 올라가다 쉬고 하면서 계속 올라갔더니 나무 데크로 만든 잔도가 나온다. 지금부터 하늘길이다. 하늘길은 모두 나무 데크로 만든 계단과 잔도로 되어 있기 때문에 걷기가 아주 편하다. 절벽 옆으로 난 잔도를 따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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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을 따라 난 길이기 때문에 눈 앞이 탁 터져 산아래 경치가 한 눈에 들어온다. 저 아래 쪽으로 굽이굽이 흘러가는 섬진강이 보인다. 오늘은 아주 맑아 하늘엔 구름 한 점 보이지 않는다. 산 아래 저 멀리멀리 흘러가고 있는 섬진강도 하늘색과 같은 푸른색이다. 티 한점 없는 푸른 하늘과 푸른 비단띠같은 섬진강 물이 그렇게 잘 어울린다. 하늘길은 처음엔 계단으로 시작한다. 이 계단길을 조금만 올라가면 다음부터는 편편한 길이다. 높은 절벽을 굽이굽이 꺾어지면서 길이 나있다. 중간중간에는 쉬면서 산 아래 경치를 구경할 수 있도록 전망대가 있고, 또 작은 벤치까지 마련되어 있다.


이렇게 산 아래 경치를 구경하면서 걸어가니 어느덧 잔도가 끝난다. 하늘길은 여기까지이다. 하늘길의 길이가 총 500미터라고 하는데, 경치를 구경하면서 오다보니 이 500미터의 길이 너무나 짧은 느낌이다. 하늘길이 끝나고 용궐산 정상으로 가는 좁은 산길이 나온다. 나로서는 더 이상 갈 이유가 없다. 여기서 돌아간다. 그런데 하늘길까지 올라 오느라 너무 힘들었는데, 이렇게 금방 다시 내려가야 하니까 아쉽기 짝이 없다. 금방 내려오기 아쉽다. 그래서 중간에 전망대와 휴게소가 나올때마다 쉬면서 산 아래 경치를 구경한다.


내려 오는 길. 잔도가 끝나고 나니 다시 바윗길이다. 내려갈 때는 올라올 때보다 더 힘든다. 이전에 비해 다리 힘이 많아 약해진데다 산을 오르느라 힘이 들어서 그런지 경사가 심한 곳에서는 무릎이 꺾어지려 한다. 자칫 잘못하여 무릎이 꺾어져 앞으로 넘어지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큰일이다. 스틱이 많은 도움이 된다. 서두리지 않고 조심조심 내려온다. 중간에 경사가 가장 심한 길이 나온다. 여기를 내려가려면 정말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옆으로 완만해 보이는 돌아가는 길이 보인다. 그리로 가기로 했다. 가다보니 잘못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돌아도 너무 많이 돈다. 바로 내려갔으면 5분이면 내려 갈 길을 돌아서 30분은 걸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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