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21 월요일 b) 부여 대조사와 서동요 테마공원
성흥산성을 나와서 근처에 있는 대조사로 가기로 하였다. 성흥산성 주차장 앞에는 대조사 가는 길 안내판이 있어 그쪽으로 갔는데, 제법 걸었는데도 절 같은 것이 보이지 않는다. 길을 잃고 헤매다가 다시 출발 지점으로 돌아와서 지도로 확인을 해보니 자동차로 갈 수 있는 것으로 나온다. 이런 줄 알았으면 괜히 고생했다. 자동차로 1킬로 남짓 가니까 대조사가 나오고, 절 바로 아래에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대조사는 규모는 작으나 6세기 초에 창건된 역사가 오래된 유서 깊은 절이다. 절 이름이 큰 새라는 뜻의 대조사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지고 있어서 찾아보니 전설에 관음조(觀音鳥)가 미륵보살상으로 변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주차장에서 차를 내리니 바로 언덕 위에 담장이 보이고 그 너머 절이 보인다. 작은 절이어서 면적도 좁고 건물도 몇 개 되지 않으나 대웅전을 비롯한 주건물은 상당히 큰 느낌이다. 이 절은 깊은 산속에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아주 아늑한 느낌이 든다. 대웅전에 해당하는 주건물에는 원통보전(圓通寶殿)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대웅보전이나 극락보전이라는 현판은 많이 본 적 있지만 원통보전이라는 것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찾아보니 관세음보살을 모신 전각이 사찰의 주된 전각일 때 붙이는 이름이라고 한다.
대조사는 서동의 전설이 서린 곳이다. 서동은 익산 지방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과부인 어머니 슬하에서 어렵게 성장했는데, 신라의 선화공주 소문을 전해 듣고 선화공주와 혼인하기 위해 신라로 가기로 하였다. 이때 가기 전에 이곳 대조사에 들렀는데, 꿈에 관세음보살이 나타나 느티나무 가지를 주면서 격려의 말을 했다고 한다. 그때까지 망설이고 있던 서동은 관세음보살의 격려의 말에 힘입어 용기를 내어 신라로 가 선화공주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절 뒤쪽으로 돌아가니 대조사를 상징하는 석제 미륵보살입상이 서있다. 이 보살 입상은 보물 217호로 지정되어 있다. 논산에 있는 은진미륵과 마찬가지로 고려 초에 만든 것으로 추측된다고 한다. 높이가 10미터 정도 되어 상당히 큰 보살상이다. 보살상 옆은 바위 절벽인데, 보살상은 바위 절벽과 1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보살상을 만들기 위해 여기까지 이 큰 바위를 가져올 수는 없었을 것이고, 원래 이 자리에 있던 자연석에 보살상을 조각했을 것인데, 어떻게 이렇게 땅 속에서 솟아난 듯한 바위가 있었는지 신기한 느낌이 든다. 아니면 절벽을 잘라 보살상을 만들고, 보살상과 절벽 사이의 바위를 제거한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논산의 은진미륵은 최근에 와서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되었다. 그래서인지 이 미륵보살입상도 국보로 승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이 절에 들어올 때 “미륵보살입상 국보 승격 서명운동”이라는 플래카드를 본 것 같다. 은진미륵은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잘 알려진 불교유적이긴 하지만 국보 승격은 아주 늦었다. 국보로 지정되지 못하였던 것은 미륵불상의 얼굴과 몸통의 균형이 맞지 않아 예술성이 높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 점에 비추어 보면 이곳 미륵보살상은 국보로 지정되기에는 좀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전체적인 신체 균형이 부족할 부족할 뿐만 아니라 보살상의 얼굴 윤곽도 선명하지 못한 것 같다. 은진미륵에 비해서는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다음 행선지는 서동요 테마파크이다. 대조사에서 자동차로 20분 정도 달려 내비게이터가 안내하는 곳에 내리니 큰 호수가 있고 바로 옆에는 부여군 청소년수련원 건물이 있다. 내비가 왜 이쪽으로 안내했을까 하고 둘러보니 저쪽 산 아래에 옛 기와집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공원이 보인다.
먼저 청소년 수련원으로 내려갔다. 이 수련원은 우리나라 중부지역의 청소년수련원으로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데, 덕용 저수지의 호수 옆에 자리 잡고 있다. 아주 크고 잘 지은 건물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았지만, 현재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없는 것 같다. 아마 코로나 때문에 시설 이용자가 적은 것 같다.
이 호수 주위로 둘레길이 만들어져 서동요 둘레길이라 한다. 둘레길을 따라 조금 걸어서 서동요 테마파크로 갔다. 이곳은 SBS가 방영한 드라마 <서동요>를 촬영하기 위한 오픈 세트장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처음 서동요의 촬영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수많은 사극 영화와 드라마들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삼국시대의 백제와 이후 고려, 조선은 건축 양식이 많이 다를 터인데, 백제시대를 촬영한 세트장에서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촬영하여도 괜찮은지 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입구 가까이 갔는데도 관광객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제서야 오늘이 월요일이란 생각이 났다. 대개의 박물관이나 전시관, 문화시설 등은 대부분 월요일이 휴관일인데, 이곳도 마찬가지이다. 모처럼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가기도 그렇고 해서 담장 너머로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상당히 짜임새 있게 만든 세트장인 것 같다. 그동안 문경새재 왕건 오픈세트장, 완도의 장보고 오픈세트장 등 여러 곳을 가본 적이 있는데, 밖에서 보기에는 이곳이 제일 짜임새가 있는 것 같다.
오늘은 좀 일찍 휴양림으로 돌아가서 여유 있게 산책도 하면서 휴양림을 즐기기로 하였다. 오늘도 대천항 수산시장에 들러 저녁거리를 사기로 했다. 오늘은 시장에 일찍 가서 느긋하게 횟감을 고를 수 있을 것 같다. 어제 주꾸미를 먹었으니 오늘은 회로 하여야겠다. 봄 도다리라 하니까 도다리 회가 좋을 것 같다.
대천항 구시장으로 가니 입구에 있는 가게에서 우리들을 끈다. 도다리가 좋은 것 많으니까 사가라고 한다. 얼마냐고 물으니 큰 다라에 들어있는 도다리, 노래미 등 3마리를 건져 큰 용기에 담더니 2.5킬로라면서 6만 원이라고 한다. 둘이서 어떻게 2.5킬로를 먹냐고 했더니 다른 사람들은 다 그렇게 먹는다고 사가라고 한다. 그렇게 많이 필요 없다고 하니 한 마리를 뺀다. 그것도 많다고 했더니 또 한 마리를 빼고 도다리 한 마리만 저울에 달아 1.3킬로라 하며 싸게 3만 원에 해주겠다고 한다.
나는 회를 좋아하여 수산시장에 자주 간다. 그래서 광어나 도다리, 우럭 등 횟감으로 자주 먹는 생선들은 눈으로만 봐서 대략 무게를 알 수 있다. 눈으로 무게를 짐작하여 저울에 달아보면 100그램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1.3킬로라는 그 도다리는 내가 볼 땐 600그램 짜리이다. 집사람이 살까 어쩔까 물어보길래 나는 두말 않고 다른 곳에 가서 구경이나 하자고 하면서 나왔다. 저울에 1.3킬로가 나온 것은 용기 무게가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활어 시장에 가면 저울을 속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 소비자들도 똑똑해졌고 상인들도 자체 정화에 힘쓰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도 이렇게 손님을 속이려 드는 곳이 있다.
시장 안으로 들어가 한 가게에 들러 1킬로가 조금 넘는 도다리를 한 마리 샀다. 회를 뜨는 동안 가게를 둘러보니 싱싱한 꽃게가 보인다. 오늘 아침 수원에 사는 딸로부터 사위도 코로나에 걸렸다는 전화를 받았다. 집사람이 딸에게 전화를 해 꽃게를 보내줄 테니 먹고 힘내라고 하면서, 꽃게도 1킬로 주문했다. 이곳에서 바로 택배로 보내면 내일 안으로 도착한다고 한다. 나중에 딸에게 들으니 꽃게 다리가 다 떨어진 채로 왔다고 한다.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펄펄 살아있는 싱싱한 꽃게가 좁은 스틸로폼 박스에 갇혀 거기다가 차가운 얼음까지 누르고 있으니 얼마나 괴로워 몸부림쳤겠는가.
어두워지기 전에 휴양림에 도착하였다. 휴양림 안 산책로를 산책하려고 했으나 오늘은 많이 걸어 더 이상 걸을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서둘러 저녁을 준비하여 도다리 회와 어제 먹다가 남은 주꾸미를 안주로 소맥을 몇 잔 하니 몸의 피로가 확 풀리는 기분이다. 양념을 가져오지 않아 쌈장과 김치 국물로 간을 맞춰 서더리탕도 끊였다. 도다리 회의 양이 적다고 생각했는데, 뼈에 살점이 많이 붙어 있어, 회보다 매운탕 맛이 훨씬 좋다.
처음에 자연휴양림에 갈 때는 밤에 별을 보는 것을 기대했다. 그런데 휴양림 숙소 근처에는 조명이 밝아 별을 보기 힘들다. 그런데 여기 휴양림에는 불을 거의 켜놓지 않았다. 그래서 밖으로 나갈 때는 여간 조심이 되는 것이 아니다. 밖으로 나가면 온통 깜깜하다. 차에 두고 온 짐을 가지러 저녁 늦게 밖에 나왔다. 발 밑이 전혀 보이지 않아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위험하다고 투덜대었지만 반대급부가 있었다. 하늘에 별이 총총히 떠있었다. 실로 얼마 만에 보는 별인지 모르겠다. 최근 몇십 년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별이 총총한 하늘을 본 적이 없다. 그 귀한 별을 오늘 밤 우연히 이렇게 올려볼 수 있으니 대단한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