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난민(難民) 일기(9) 닷새째①

(2022-03-23 수요일 a) 마이산 탑영제와 탑사

by 이재형


어제 막걸리 집에서 먹었던 안주가 짰던지 밤에 계속 물을 켰다. 외식을 하면 음식이 너무 짜서 싫다. 아침에 일어나 전주 명물인 콩나물 해장국으로 아침을 먹을까 생각도 했으나, 나갔다 들어오기도 귀찮다. 가져온 빵과 우유로 간단히 배를 채우고 모텔을 나왔다.


오늘은 마이산을 거쳐 숙소인 운장산 자연휴양림으로 간다. 전주에서는 마이산이나 운장산 자연휴양림 모두 멀지 않은 거리이다. 둘 다 자동차로 30분 남짓한 거리에 있다. 가는 길에 승암사라는 작은 절이 있어 들렀다.


23. 승암산 승암사(僧巖寺)


승암사는 전주시 변두리에 있는 작은 절이다. 내비를 통해 거리를 보니 숙소에서 4킬로 남짓 떨어진 곳에 있어 전주시에 위치하고 있는가 생각했는데, 확인해보니 행정구역 상으로는 완주군에 속한다고 한다.


승암사는 대도시 주면에 있어서 그런지 아주 작은 사찰이다. 그런데 역사는 상당히 오래되어 통일신라 시대 도선(道詵)이 창건하였다고 한다. 절 뒤에 있는 바위의 모습이 좌선하는 승려의 모습과 비슷하다 해서 절 이름을 승암사라 하였다고 한다. 절 입구에 있는 길 가에 주차를 하고 계단을 올라가면 바로 절 마당이 나온다. 대웅전이 있고, 대웅전 뒤쪽으로 몇 개의 작은 부속 건물이 보인다. 승암사는 역사가 오래된 절인만큼 여러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데, 특별히 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없는 것 같다. 역사가 오래된 것을 제외한다면 도시 근처에서 찾을 수 있는 평범한 사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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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마이산 금당사


승암사를 출발하여 30분도 채 못되어 진안군으로 들어섰다. 진안군은 처음 와보는 것 같다. 전국의 시군 단위 행정구역으로 따지면 안 가본 곳이 거의 없다고 생각되는데 진안군은 처음인 것 같다. 전북에는 ‘무진장’이라 불리는 지역이 있다. 바로 무주, 진안, 장수를 가리키는 것으로 전북에서도 오지로 알려진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들 지역에도 국도나 고속도로가 통과하고 있어 예전처럼 오지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전북의 오지를 ‘무진장’이라 한다면, 경북의 오지는 BYC라 한다고 한다. 봉화, 영양, 청송을 일컫는데, 듣고 보니 그럴듯하다.


진안군에 들어서서 조금 달리니 저쪽 멀리 사진으로만 보던 말의 귀의 모습을 한 마이산이 보인다. 마이산에는 이전부터 오고 싶었다. 집에서도 비교적 가까운 곳이라 몇 번을 오기로 했는데, 그때마다 번번이 무슨 일이 생겨 오질 못했다. 오늘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원을 푸는 날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조금 걸어 올라가니 왼쪽에 화려한 모습의 절이 나온다. 바로 금당사( 金塘寺)이다. 이 절은 통일신라시대인 9세기에 중국의 승려인 혜감이라는 사람이 창건하였다고 하니 역사가 무척 오래된 사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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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당사는 산 아래에 넓은 터에 자리하고 있다. 큰 절이어서 전각도 많이 있으며, 특히 대웅전은 금색으로 칠해져 있어 무척 화려한 느낌이 든다. 부속건물들도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다. 절 왼쪽에는 작은 연못이 있고 연못 가운데는 작은 탑, 그리고 연못 건너편에는 금빛의 작은 불상이 서있다. 연못 근처에 있는 석등도 금빛이다.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문화재는 5층 석탑 정도이며, 대부분의 전각과 탑 등은 세워진지 그리 오래되지는 않은 것 같다.


25. 마이산 탑영제


금당사를 나와 마이산 탑사 쪽으로 걸어 올라가니 가로수는 모두 벚나무이다. 벚꽃이 피면 장관을 이룰 것 같다. 금당사에서 얼마 안가 왼쪽에 탑영제라는 이름의 호수가 보인다. 산 위쪽에 있는 탑사의 탑들이 이 호수에 비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실제로 탑들이 호수에 비칠 것 같지는 않다.


호수 위로는 산책 보도가 놓여 있다. 포장된 길을 걷기보다는 호수 위 산책로를 택하였다. 호수 위를 걸어가니 기분이 더없이 상쾌하다. 하늘도 맑아 오늘은 정말 산책하기에는 최고의 날이다. 산책하기 최고의 날씨에 최고의 길을 걸으니 기분이 아주 좋다. 금당사에서 탑사까지는 제법 거리가 되는데, 이렇게 호수 위 산책로를 걸어가니 금방인 듯한 기분이 든다. 호수를 거의 건너가니 보트를 대여해주는 곳이 있는데, 아직 이른 봄철이라 영업은 하지 않는 것 같다. 호수가 탑사 가는 길과 평행하여 길쭉하게 생겨서 더욱 걷는 재미가 있다.


하늘도 푸르고 호수의 물에 비친 하늘은 더욱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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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마이산(馬耳山) 탑사(塔寺)


탑영제를 지나 조금 더 걸으면 마이산을 상징하는 탑사(塔寺)가 나온다. 탑사는 말 그대로 돌탑들로 둘러싸인 절이다. 탑사는 마이산의 높은 바위 절벽 사이에 있는 꽤 넓은 평지에 세워져 있는데, 이곳의 지형은 매우 독특하다. 어떻게 높은 절벽을 양쪽에 두고 이렇게 넓은 평지가 생겼는지 신기한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산에 가면 절벽이나 큰 바위는 모두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이곳 탑사를 둘러싸고 있는 절벽은 역암이다. 역암은 강이나 호수가 퇴적되어 생긴 바위로서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것이 그 특징이다. 이런 역암 절벽의 특성을 이용하여 절벽 중간에는 여러 크기의 작은 불상이나 등들이 장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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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사는 오래된 사찰은 아니다. 19세기 말경 이갑용 처사란 분이 이곳에 많은 돌탑을 쌓고 이것을 지키는 조그만 암자를 지은 것이 그 시작이라 한다. 이곳에는 크고 작은 돌탑들이 있는데, 그 숫자는 80여 개 정도가 된다고 한다. 모두가 석재를 깎아서 만든 탑이 아니라 크고 작은 돌멩이를 하나하나 겹쳐 쌓아 만든 탑이다. 이 탑들은 시멘트 같은 것이나 홈을 파서 고정시키지는 않았다. 그냥 자연 그대로의 돌멩이의 모양을 이용하여 탑을 쌓아 올린 것이다. 그래서 탑이 무너질 염려가 있어서 그런지 탑에는 절대로 손을 대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곳곳에 붙어있다. 탑은 큰 것은 높이가 거의 15미터에 이르며 작은 것은 2미터 정도인 것도 있다.


돌탑들이 이곳저곳에 세워져 있고, 그 사이로 작은 길이 있으니 마치 돌탑으로 만든 작은 정원과 같은 느낌이 든다. 탑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빠져나오면 언덕 위에 작은 불당이 위치해 있다. 불당 바로 아래에는 ‘용궁’이라는 작은 샘이 있는데, 이곳이 섬진강의 발원지라 쓰여있다.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돌탑만 있는 것보단 이 불당이 이곳의 경치를 더욱 운치 있게 한다. 불당 옆길로 올라가 불당 뒤로 가면 두 개의 큰 돌탑과 몇 개의 작은 돌탑들이 보인다. 여기서는 탑사의 전체 모습이 내려다 보인다. 정면에서 올라오면서 보이는 탑사의 모습도 좋지만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탑사의 모습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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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있는 돌탑들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돌탑과는 모습이 다르다. 마치 동남아의 여러 나라에서 볼 수 있는 파고다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혼자서 모든 이 돌탑들을 쌓은 이갑용 처사는 무슨 마음으로, 왜 이 돌탑들을 쌓았을까? 이갑룡 처사는 효령대군의 후손으로서 25세에 마이산에 들어와 솔잎으로 생식을 하며 수도하던 중 신의 계시를 받아 탑을 쌓았다고 한다. 탑을 쌓기 위해 이 처사는 축지법과 기공법을 사용하고, 팔진도법과 음양이치법을 활용하였다고 하는데,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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