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난민(難民)일기(10) 닷새째②

(2022-03-23 수요일 b) 마이산 은수사와 운장산 자연휴양림

by 이재형



탑사에 있는 불당에서 내려오니 왼쪽에 산쪽으로 난 가파른 길이 보인다. 이 길로 가면 은수사란 절이 있다고 한다. 너무 가팔라서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는데, 은수사까지 300미터이고 계단도 있다. 아무리 길이 가파더라도 300미터를 못 갈라고. 가기로 했다. 다행히 가파른 길은 처음뿐으로 조금 올라가니 완만한 길이다.


27. 마이산 은수사(銀水寺)


탑사를 출발하여 산길로 얼마 걷지 않아 마치 정원처럼 생긴 아름다운 사찰이 나오는데 바로 은수사이다. 이곳의 샘물이 너무 맑아 마치 은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마이산에서 말의 귀의 모습을 한 두 봉우리는 암마이봉과 숫마이봉이라 하는데, 은수사는 숫마이봉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다.


은수사로 오는 길은 상당히 가파른 길이다. 그런 가파른 길이 갑자기 끝이 나면서 평평한 평지가 나오고 그 안에 정원같이 아름답게 꾸며진 은수사가 나오는 것이다. 은수사 바로 뒤로는 숫마이봉이 은수사를 내려다보며 우뚝 서있다. 그래서 그런지 은수사는 상당히 아늑한 느낌이 든다. 정갈한 모습의 절집들이 적절히 배치되어 있고, 주위는 잘 관리된 정원수들이 절을 장식하고 있다. 아직 이름 봄이라 소나무만 푸른색을 띠고 있을 뿐 대부분 잎사귀 하나 없이 앙상하다. 그러나 며칠 뒤 나무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하면 절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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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사는 이성계의 전설이 서려있는 곳이다. 이성계가 왕이 되기 전 장군이었을 때 이곳에서 치성을 드렸고, 그때 왕이 될 것이라는 계시를 받았다고 한다. 이성계는 왕이 된다는 보살의 계시를 받고 석왕사(釋王寺)를 지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본다면 은수사는 석왕사보다 훨씬 이전이므로 석왕사보다는 은수사가 더 효험이 있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 앞으로 대통령 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이 이곳을 방문하는 것은 아닐지 하는 생각도 든다.


28. 진안 인삼튀김


은수사를 마지막으로 마이산을 내려온다. 오후 2시가 넘어 배가 고프다. 주차장 쪽으로 내려오면서 적당한 식당이 없는가 둘러본다. 그러다가 보이는 것이 ‘인삼튀김’이다. 그러고 보니 올라갈 때도 인삼튀김 집을 몇 곳 본 것 같다. 지금까지 여러 종류의 튀김을 먹어 봤지만 인삼튀김은 먹어본 적이 없다. 한번 먹어보자. 그런데 이곳 진안에서 뜬금없이 인삼이라니...


인삼튀김을 주문하니, 주인이 이미 튀겨놓은 것보단 새로 튀기는 것이 맛있다며 새로 튀기기 시작한다. 인삼을 튀기는 것을 보면서 주인에게 말을 걸었다. 이 지방에서 왠 뜬금없이 인삼튀김이냐고. 그랬더니 주인이 정색을 하면서 이곳 진안은 예로부터 인삼의 주산지였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진안 바로 위쪽이 인삼의 주산지인 충남 금산이다. 금산이 가까워서 이곳에서도 인삼을 많이 재배하느냐고 물었더니 주인은 모르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한다.


원래 금산은 전북 진안군 금산면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금산면이 떨어져 나가 충남 금산면이 되었고, 금산면은 충남에 붙은 덕분에 점점 커졌다고 한다. 그 반면 진안군은 전북에 속해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는 데다가 용담댐이 생겨 10개 면이 수몰되는 바람에 더욱 위축되어 지금은 인구가 2만 명 정도로 쪼그라들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원래 인삼의 고장은 금산이 아니라 진안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이곳에서는 인삼을 많이 재배한다고 한다. 나중에 팩트 체크를 해보니 사실은 튀김집 주인 말과는 좀 달랐다. 원래 진산군이었다가 진산군이 진안군과 금산군으로 분리된 것이었다. 인구는 금산군은 5만 명, 진안군은 2.5만 명 정도로 나타났다.


인삼튀김이라고 해서 독특한 맛이 있을까 했는데, 인삼은 역시 인삼이다. 튀겨도 인삼의 쓴맛은 그대로 남아있어 빈말이라도 맛있다고는 할 수 없다. 인삼튀김과 함께 산 큰 꽈배기는 괜찮았다. 차로 마이산을 출발하였다. 이제 운장산 자연휴양림으로 향한다. 인삼 튀김을 먹어서인지 길가에 인삼 밭이 많이 보인다.


29. 운장산 자연휴양림


이제 오늘 숙소인 운장산 자연휴양림으로 간다. 오늘은 모처럼 일찍 휴양림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저녁거리를 준비하여야 한다. 가는 길에 농협 하나로 마트가 있다. 이곳 진안의 먹거리로 유명한 것은 흑돼지이다. 고기가 아주 맛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곳 진안은 애저 찜이 유명한데 먹어볼까 하다가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다. 세상 빛도 못 본 돼지 태아를 먹는다는 것에 좀 거부감이 든다. 가는 길에 애저 전문 음식점이 많이 보였지만 그냥 지나쳤다.


하나로 마트 정육 코너에 가서 흑돼지고기가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팩 위에 검은 딱지가 붙은 것이 흑돼지고기란다. 일반 돼지고기에 비해 30% 정도 비싼 것 같았다. 적당한 것을 골라 먹기 좋게 썰어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직원이 포장육은 썰어주지 않는단다. 그래서 이왕 고기를 썰고 있는데, 잠깐 손을 돌려 썰어주면 어떠냐고 했더니, 마지못해 썰어준다. 얼굴에 하기 싫은 일을 한다는 표정이 역력히 드러난다.


운장산 자연휴양림에 도착하였다. 이번에도 휴양관이다. 급하게 예약하느라 숲 속의 집은 이미 만실이 되어 어쩔 수 없었다. 서둘러 짐을 풀고 휴양관을 나왔다. 이곳 휴양림도 계획 조림된 지역에 위치한 것은 아니다. 휴양림 안이 거의 잡목인 것 같다.

운장산 자연휴양림은 계곡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계곡을 따라 마당바위, 해기소 그리고 작은 폭포 등이 좋다고 한다. 휴양림은 계곡을 따라 길게 만들어져 있다. 계곡이 길므로 전부를 볼 수는 없고 휴양관 주위에 있는 계곡을 따라 걸으며 둘러보았다. 지금은 이른 봄이라 계곡의 물도 적으며, 계곡 주위의 나무도 모두 앙상한 가지만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별로 볼 것이 없다. 볼거리가 없으면 어떠랴. 상괘하고 시원한 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휴양림에 온 보람은 있다. 아직은 볼품이 없지만 졸졸 흐르는 계곡을 따라 30분가량 산책을 하였다.


저녁은 좀 전에 사 온 흑돼지 삼겹살로 하였다. 먹어보니 괜찮았다. 이 정도 맛있는 삼겹살을 먹어보기는 오랜만이다. 고기 맛에 연신 감탄을 하면서 오랜만에 소주를 좀 과음하였다. 집에 돌아가서도 택배로 주문해 먹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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