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난민(難民) 일기(14) 마지막 날

(2022-03-24 금요일) 천황사 전나무와 용담댐, 탑정호 출렁다리

by 이재형

오늘은 집에 돌아가는 날이다. 집에 전화하니 아들은 그저께 자정으로 격리기간이 끝났다고 한다. 사위도 거의 다 나았다고 한다. 코로나에 걸리긴 했지만 불행 중 다행이다. 아들의 코로나를 피해 집을 나온 지 오늘이 꼭 일주일째 되는 날이다. 그동안 돌아다니느라 꽤 피곤하다. 여행 중의 숙소는 아무리 편한 곳이라도 집만큼 편하지는 않다. 가는 길에 있는 명승지 몇 곳을 둘러보면서 집으로 갈 예정이다.


37. 구봉산 천황사 전나무


운장산 자연유양림에서 나오면 가까운 거리에 천황사(天皇寺)가 있다. 이 절은 구봉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는데, 통일신라 시기인 9세기에 창건된 절로서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그다지 알려지지는 않았다. 임진왜란 때는 승병의 주요 거점이 되었다고 한다. 그다지 알려지지 않고 또 이렇다 할 문화재도 보유하지 않은 이 절을 일부러 찾은 것은 이곳에 유명한 전나무가 있기 때문이다.


천황사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전나무가 있는데, 전나무로써 천연기념물에 지정되기는 이 나무가 유일하다고 한다. 그래서 천황사하면 천연기념물 전나무로 잘 알려져 있는데, 실은 여기에는 꼭 둘러보아야 할 두 그루의 전나무가 있다. 첫 번째 전나무는 절에 들어가는 입구 문 옆에 있는 전나무이며, 두 번째 전나무는 천황사에서 300미터쯤 떨어진 남암이라는 암자 앞에 서있는 전나무이다.


천황사는 구봉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는데, 가는 길이 평탄하여 절 바로 앞까지 차로 갈 수 있다. 주차한 후에 절로 들어가니 절집은 크지는 않지만 넓은 터에 넉넉하게 자리 잡고 있다. 대웅전을 비롯한 건물에 단청을 올리지 않았는지, 아니면 단청의 빛이 바래서 그런지 자연스런 나무 색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수수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느낌을 준다. 대웅전을 비롯하여 몇 채의 건물이 있는데, 넓은 터에 널직 널찍하게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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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을 둘러보고 나오면 문 옆으로 몇 그루의 큰 산수유나무가 있어 노란 꽃을 화려하게 피우고 있다. 그 옆으로 조금만 가면 윗 둥치가 잘려나간 전나무가 서있다. 이 전나무는 1184년에 심어졌다고 하니 나이가 거의 840살이 된다. 이 나무는 키가 35미터 정도로 컸으나 2002년 태풍 루사 때 윗 둥치가 잘려나가 지금의 모습으로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높이가 20미터는 되는 것 같다. 이 나무는 밑둥치가 괴목처럼 변해있어 오랜 세월 동안 풍상을 견뎌온 나이를 말해준다. 이 나무는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천황사를 나와 바로 앞에 개울을 건너 산으로 올라가는 좁은 산길이 있다. 이 길을 따라 200미터쯤 걸어 올라가면 남암이라는 암자가 나오는데 그 암자 앞에 키 크고 잘 생긴 전나무가 늠름하게 서있다. 이 나무가 바로 우리나라에서 전나무로써는 처음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천황사 전나무’이다. 이 나무는 나이가 400살 정도 되는데, 나이로만 친다면 천황사 문 옆에 자리 잡은 전나무의 손자뻘에도 못 미친다. 그러나 키가 크고 둥치도 굵고 균형도 잘 잡힌 아주 잘생긴 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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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무는 보통 숲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이 전나무는 주위에 아무런 동료도 없이 혼자서 우뚝 서있다. 그리고 주위에 있는 다른 잡목들도 이 전나무를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멀찍이 떨어져 있다. 이 전나무는 높이가 35미터에 흉고(나무에서 지상 1.2미터 지점) 둘레가 5.7미터에 이른다고 한다. 보면 볼수록 잘 생긴 전나무이다. 보통 전나무는 뿌리가 얕고 작아 혼자서는 불순한 일기를 견디기 어렵다고 하는데, 이곳은 지형상 태풍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이렇게 오래까지 살 수 있었다고 한다.


38. 용담호


천황사를 나와 10여분 간 차를 달리니 용담호가 나온다. 용담호는 전주를 비롯한 전북의 주요 도시에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댐을 건설하여 만들어진 호수이다. 이 호수로 인해 진안군의 1개 읍과 5개 면이 수몰되었다고 한다. 용수 공급을 위해 만든 호수이지만, 호수 경관이 수려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전북에서는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라 한다.


자동차로 호수를 끼고 있는 도로를 드라이브한다. 도로가 굽이칠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이른 봄이라 아직 나무가 앙상한 가지만 드러내고 있지만, 며칠만 지나 벚꽃을 비롯한 온갖 꽃이 피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절경을 이룰 것 같다. 한참 달리다 보니 망향의 동산이 나온다. 용담호 주변에는 수몰된 실향민들의 향수를 달래주기 위하여 몇 곳에 망향의 동산을 조성하였다고 한다. 내가 간 곳은 용담 망향의 동산인데, 가장 조망이 좋은 곳이라 한다. 위쪽 전망대에 오르니 눈앞으로 넓게 용담호의 전경이 펼쳐진다. 이른 봄이라 물이 많이 줄어있는 상태이지만 그래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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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향의 동산을 나와 용담댐으로 갔다. 여기에는 댐 관리 사무소와 물문화관, 그리고 용담댐 공원이 있다. 댐 윗부분은 넓은 길로 되어 있는데, 다행히 입장이 가능하다. 댐 위로 올라가 저쪽 건너편까지 걸어가 본다. 용담댐은 금강 상류에 만든 댐인데, 세종시 우리 집 뒤로도 금강이 흐른다. 그러니까 여기서 배를 타고 하류로 내려가면 바로 우리 집 뒤에 도착한다. 문득 언젠가 고무보트를 하나 준비해서 여기서 출발하여 집까지 한번 가볼까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그런데 중간에 대청댐이 있는데, 그걸 어떻게 통과하지 하는 생각도 든다.


용담댐은 우리나라의 다른 큰 댐과 비교할 때 비교적 최근에 건설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호수 둘레에는 식당 등 장사를 하는 집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그만큼 고즈넉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호수이다.


39. 논산 탑정호 출렁다리


탑정호는 논산에 위치하고 있는 저수지로서 충남 지역에서는 두 번째로 큰 호수이다. 작년 봄인가 논산의 은진미륵을 본 후 이곳에 들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출렁다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얼마 전 출렁다리가 완공되었다는 것을 뉴스를 통해 알아 오늘 집에 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이곳을 들리기로 하였다. 탑정호는 대둔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를 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저수지 치고는 물이 아주 맑다고 한다. 호수가 매우 넓기 때문에 특히 저녁노을은 일품이다.


탑정호가 가까워져 호수를 낀 도로를 따라 출렁다리 쪽으로 달린다. 저수지로서 이만큼 큰 호수를 보기는 쉽지 않다. 한참 달린 끝에 출렁다리가 나오는데, 주차장이 보이지 않느다. 출렁다리 입구에 있는 안내원에게 물으니 1킬로쯤 떨어진 곳에 주차장이 있고 거기 주차한 후 걸어와야 한다고 한다. 어쩔까 하고 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최근에 들어선 듯한 잘 지은 카페, 레스토랑, 빵집 등이 여러 집 보인다. 집집마다 넓은 주차장을 갖추고 있다. 그곳에 차를 세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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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있는 가게들 앞에는 모두 ‘이곳에서 식사를 하면 입장료 공짜’라는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마침 배도 고픈 터라 빵집에 주차를 하고 빵도 샀다. 그리고 출렁다리 쪽으로 갔다. 출렁다리 입장료는 1인당 3천 원인데 논산 시내에서 3천 원 이상 물건을 사면 다리 입장이 공짜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입장권을 파는 바로 앞까지 길 따라 커피, 아이스크림, 핫도그 등을 파는 간이 음식 코너가 줄지어 서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의 관광객이 이런 사실을 모를 것이고, 설사 안다고 해도 이것 때문에 일부러 다른 곳에서 소비를 할 리가 없을 것이므로, 이곳 음식점들은 아주 노가 날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호수나 강 주위에 있는 관광지에는 매운탕집 같은 식당들이 즐비하였다. 그런데 이곳은 다르다. 매운탕집 같은 옛날식 식당들은 보이지 않고 모두 세련된 건물에 카페, 레스토랑, 고급 빵집 등이다. 역시 세태가 많이 달라졌다. 나도 오히려 이 편이 가볍게 이용할 수 있어서 좋다.


출렁다리는 호수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갈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길이는 꼭 900미터이다. 이번 여행 첫날 들렀던 청양 천장호 출렁다리가 길이 250미터로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출렁다리라고 소개되어 있었는데, 이 다리는 거기에 비해 무려 4배 가까이 길다. 또 이 다리는 가장 최근에 건설한 만큼 아름다움과 시설도 뛰어나다. 천장호에는 좀 미안한 말이지만 그곳과 이곳은 비교할 대상이 못된다.


탑정호 출렁다리는 흰색을 테마로 하고 있다. 다리 전체가 흰색을 하고 있으며, 다리 바닥은 갈색과 옅은 회색이 서로 엇갈리면서 무늬를 이루고 있다. 출렁다리를 걷다 보면 중간쯤에 휴게 공간이 나온다. 둥글게 만들어진 꽤 널찍한 공간인데 이곳에서는 탑정호의 전체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출렁다리를 왕복하면 거의 2킬로 가까이 된다. 오늘도 적당히 걸었다.


이것으로 이번 코로나 난민 생활은 끝이 났다. 이제 집으로 달린다. 그동안 아들이 집을 얼마나 어질러 놓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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