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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n 04. 2022

영화: 여자 사젠(左膳) 젖은 제비 외팔 베기

애꾸눈 외팔이 여검객의 섬광 같은 칼날

오랫동안 무사시대를 겪었던 일본에서는 검객을 소재로 한 문학 작품이 큰 인기가 있다. 이 가운데는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蔵)와 같은 실존 검객을 주인공으로 한 것도 있지만, 소설에서 만들어 낸 수많은 가공의 검객들도 있다. 이러한 가공의 검객들 가운데 독특한 캐릭터가 단게 사젠(丹下左膳)이란 인물이다. 


1920년대 일본의 소설가 하야시 후보(林不忘)는 <신판대강정담ㆍ스즈카와 겐쥬로 편>(新版大岡政談・鈴川源十郎の巻)이라는 검객을 소재로 한 연작 장편소설을 신문에 연재하였는데, 이것이 대인기를 얻었다. 이 소설에 주인공은 아니지만 사람들에게 크게 어필한 캐릭터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단게 사젠(丹下左膳)이다. 사젠은 오른쪽 눈과 오른쪽 팔이 없는 검객으로서, 그는 수많은 등장인물 가운데 한 사람에 지나지 않았으나, 외눈, 외팔에다 차가운 성격이라는 독특한 특징으로 인해 바로 사람들이 인기를 모았다. 그는 <젖은 제비>(濡れ燕, 누레 쯔바메)란 이름의 칼로 적들을 용서 없이 베어버린다. 


단게 사젠이 크게 인기를 얻자 이로부터 수없이 많은 단게 사젠 시리즈가 만들어졌고, 단게 사젠은 일약 소설이 만들어 창조한 인기 있는 검객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영화 <여자 사젠(左膳) 젖은 제비 한 손 베기>(女左膳 濡れ燕片手斬り)는 사젠이라는 이름의 여검객이 애도(愛刀) <젖은 제비>(濡れ燕)를 들고 종횡무진 활약하는 영화로서 일본에서 제작되었다. 

고로 조 일가에 쫓기는 미쯔(美津)가 위기의 순간 오른쪽 눈과 오른쪽 팔이 없는 여검객이 나타나 순식간에 고로 조 일당을 처치하고 그녀를 구해준다. 여검객의 이름은 오킨으로서 그녀는 외눈과 외팔이라는 용모와 뛰어난 칼 솜씨로 <여자 사젠>이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 미쯔는 절을 관리하는 관리가 출세를 위하여 고위 승려에게 바쳐졌으나, 이를 피하기 위해 도망쳤던 것이었다. 이 일로 인하여 오킨은 고로 조 일가에게 쫓기게 되었다. 


그런 오킨의 앞에 또 한 사람의 추격자가 나타났다. 그는 오킨의 애도(愛刀)에 이상할 정도의 집착을 보이고 있는 남부 번주(南部藩主)인 아오야마 다이젠(青山大膳)이 보낸 청년 검객 미와 에이사부로(三輪栄三郎)였다. 실은 오킨의 아버지도 남부 번의 사무라이였으나, 애도 <젖은 제비>를 상납하라는 번주 아오야마 다이젠의 명령을 거부하여 죽음을 당했으며, 오킨도 이때 오른쪽 눈과 팔을 잃게 된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오킨이 구해준 미쯔는 오킨의 추격자 미와 에이사부로의 여동생이었다. 오킨과 에이사부로는 힘을 합해 고로 조 일가와  남부 번주를 상대로 싸운다. 그러나 중과부족으로 위기의 순간 남부 번주의 비행을 조사해왔던 막부에서 파견한 감사관이 등장하여 모든 것을 정리한다. 


그럭저럭 볼만한 오락성 짙은 검객 영화이지만, 아무래도 여자가 왼손만으로 싸우는 칼싸움이다 보니 액션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느낌이다. 스토리는 그럭저럭 재미있지만, 액션 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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