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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Dec 28. 2020

강원도 여행: 평창과 동해안 E1

(2018.02.16) 평창 패럴림픽과 강릉 해변

어제 목요일.

 2박 3일의 일정으로 평창 패럴림픽 관람을 위해 이곳 평창에 왔다. 일 반, 노는 거 반으로 왔다. 다음 달부터 7월 말까지 4개월 간에 걸쳐 이루어질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성과 심층분석』이라는 연구의 연구책임자가 되어 전체 연구를 지휘, 관리해 줄 것을 요청받았다. 이 연구는 국무총리실의 의뢰로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주관하며, 연구는 KDI가 담당한다. 참여 연구진만 하더라도 여러 국책연구원 및 민간연구소의 연구자, 대학교수, 언론인, 여론조사기관 등 각계 25명 정도의 연구진이 참여하는 대규모 연구이다. 


일반 국민의 한 사람으로 TV로 평창 동계올림픽을 재미있게 관람했지만, 그 당시는 내가 이 연구의 책임자가 된다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를 즐겼다. 그러나 올림픽이 끝난 후 갑자기 관련 연구의 책임자로 요청을 받았기 때문에 그래도 현장 방문은 한 번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번 출장을 계획한 것이다. 이미 동계올림픽은 끝나고 동계 패럴올림픽이 진행 중이다. 그렇지만 현장감을 느끼기 위하여 늦게나마 평창을 방문한 것이다. 


세종시는 봄비가 내려 완연한 봄이 되었지만, 이곳 평창은 아직 꽤 춥다. 저녁에 진부에 도착해 호텔에 여장을 풀고 먼저 식당을 찾았다. 평창한우가 좋다기에 고깃집을 찾았다. 한우 등심을 시켰는데, 너무 맛이 없다. 아무래도 한우가 아니라 호주 쇠고기 같다. 호주 소는 대개 사료를 먹이지 않고 방목하기 때문에 맛이 없다. 쇠고기가 맛이 있기 위해서는 콩, 옥수수 등 영양가가 많은 사료를 먹어야 한다. 방목하는 소들은 거의 목초만을 먹기 때문에 맛이 떨어진다. 그래서 미국소의 경우는 평소에는 방목으로 키우지만, 출하시기가 되면 몇 개월간 사료로 키운다. 그래야 고기 맛을 높일 수 있다.  
 
 자고 일어나 아침 7시쯤에 10분 거리에 있는 오대산 월정사로 갔다. 차가운 공기가 상쾌하다. 어제 내린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얗다. 이른 아침인데 참배객이 꽤 있다. 이번 올림픽 기간 중에 월정사가 상당히 효험이 있는 곳이라 외국인들에게도 소문이 났다고 한다. 1등을 한 노르웨이 수상이 다녀갔고, 그 밖에도 월정사를 방문한 국가들의 성적이 좋았다고 한다. - 믿거나 말거나 - 
 
 아침으로 황태해장국을 먹었다. 이것도 정말 맛이 없다. 멀건 국물에 황태의 깊고 담백한 맛을 거의 느낄 수 없다. 서울의 황태해장국이 훨씬 낫다. 내가 운이 나빠 공교롭게 맛없는 집을 찾아갔다고 생각하자.
 
 알파인 경기장으로 갔다. 여기 오기 전에 미리 동계올림픽 조직위에 연락해 안내를 받을까 생각도 해봤으나, 그러면 괜히 번거롭고, 또 쓸데없이 폐를 끼칠 염려도 있다. 그냥 마음 가볍게 관전하고 가는 것이 좋다. 오늘은 스노보드 경기가 있는 날이다. 차에서 내려 매표소에 표를 사러 갔다. 한참 걷는다. 보안검색을 마치고 관중석까지 가려는데 거리가 꽤 된다. 오르막을 한참 걸어 오르니 관중석까지 가는 리프트 타는 곳이 나온다. 안내원들이 리프트 기다리는 시간 1시간, 걸어가면 15분이라 소리친다. 그래, 추운데 한 시간 기다리는 것보단 15분 걷는 게 났지.
 걷자!
 
 빌어먹을... 속았다.
 아마 허영호나 엄흥길이라면 15분 만에 가겠지. 길은 가파른데 가도 가도 계단이다. 반도 못 왔는데, 내 뒤에서 입장권을 산 학생들이 저 위에서 깔깔대며 리프트를 타고 지나간다. 관중석까지 올라가니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땀이 뻘뻘 난다.


관중석 자리는 상당히 여유가 있다. 경기장 슬로프가 굉장히 가파르다. 관중석에서는 선수들이 반 이상 활강해 내려온 후에야 보인다. 전광판과 경기장을 번갈아 보면서 관전했다. 일반 올림픽과는 달리 장애인 선수들이라 많이 넘어진다. 안타깝다. 시합을 마친 선수들, 가족, 친구들도 관중석에 많다. 유쾌하게 떠들며 자기 선수들을 응원도 한다. 호텔에서 만난 사람들도 그랬지만 외국인 장애인들은 그늘이 없는 것 같다. 다들 유쾌하다.
 
 경기가 끝나기 전에 먼저 나와 강릉 컬링장으로 이동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셔틀을 타고 경기장으로 갔다. 매표소까지 걷고, 표를 사고 경기장까지 또 걸었다. 벌써 오늘 2만 보 걸었다. 오랜만에 많이 걷는다.
 
 벌써 경기가 시작되었다. 한국v.노르웨이, 중국 v.캐나다 경기가 박진감 넘치게 진행된다. 빈자리를 찾기 어렵다. 겨우 자리를 잡으니, 주위가 전부 병아리 같은 초딩 저학년들이다. 이 녀석들 얼마나 시끄러운지. 귀가 따갑다.
 
 경기 도중 나왔다. 배가 고파 저녁을 먹으려고. 강릉에 왔으니 회를 먹어야지. 인터넷 맛집을 찾았다. 인터넷 검색하니 경포대 옆 사천해변의 H 회집이 좋단다. 전국 10대 회집이란다. 해변 바로 옆에 있는 집인데, 정말 경치 좋다. 바다가 좀 거칠어 그게 오히려 분위기를 살려준다.
 
 메뉴를 달래서 보니까 최하가 회 2인분 10만 원, 웬만하면 15만 원이다. 뭐가 이렇게 비싸냐니깐 여긴 다 그렇다는 퉁명한 대답이 돌아온다. 제일 싼 10만 원짜리를 주문하니, 자꾸 좀 더 비싼 것이 좋다고 권유한다. 싼 건 먹을 게 없다고. 아니 서울의 횟집에서도 2인분에 10만 원이면 아주 좋은 음식이 나오는데, 여긴 왜 그러냐고 하면서 초지일관 10만 원짜리를 주문하였다. 바로 쓰키다시(突出)가 나온다. 형편없다. 접시는 열댓 개 되는데, 젓가락 갈 만한 게 없다. 회? 그저 그렇다. 담엔 이 동네 절대 안 온다.
 
 차 한 대 안 다니는 진고개. 밤길을 위태롭게 넘어 호텔에 도착했다. 이젠 쉬어야지.
 내일은 주문진에 들렀다가 세종시 집으로 돌아간다. 주문진에 가는 것은 오징어 회가 주목적인데, 요즘 오징어가 잘 안 잡힌다니 맛이나 제대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2018년 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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