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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pr 18. 2022

영화: 서부전선 이상 없다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무책임한 국가 아래 쓰러져 가는 젊은 생명들

많은 전쟁이 국가를 위하여, 국민을 위하여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전쟁의 주체가 되는 “국가”는 전쟁으로 인해 치르는 국민의 희생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영화 <서부전선 이상 없다>(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는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전쟁에 참전한 젊은이들의 처참한 희생과 이에 대한 국가의 무관심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1930년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 진행 중인 때 독일의 어느 학교에 다니는 폴과 그의 친구들인 알버트, 뮬러, 프란츠, 벤 등은 전쟁에 참여하여 조국을 위해 싸우라는 선생의 연설에 감명을 받아 군에 지원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군과 전쟁은 상당히 낭만적이다. 그들은 훈련소에서 악질 교관을 만나 학대에 가까운 혹독한 훈련을 받는다. 그런 후 그들은 전선에 투입된다. 그러나 전쟁은 그들이 지금껏 생각해왔던 낭만적인 상황과는 다르다. 부대에 배치받은 그날부터 쏟아지는 포격에 그들은 전쟁의 참상을 실감하게 된다. 


전선에 투입되자마자 벤은 전사하고, 프란츠는 부상으로 다리를 절단한 후 병원에서 사망한다. 이를 시작으로 폴의 친구들은 차례차례 전사한다. 치열한 육박전 속에 참호 구덩이 속으로 떨어진 폴은 같은 처지인 프랑스 군인과 사투를 벌인다. 칼로 프랑스 군인을 찌른 폴은 반나절 동안 죽어가는 그 프랑스 군인을 바라보며 전쟁의 참혹함을 다시 실감한다. 폴과 그의 친구들은 전쟁의 와중에서 프랑스 처녀들과도 만난다. 프랑스 처녀들은 폴과 그의 친구들이 주는 빵 몇 조각에 스스로의 몸을 던진다.      


폴은 휴가를 받아 집으로 온다. 그런데 일반 시민들이 생각하는 전쟁은 여전히 낭만적이다. 그런 시민들을 보고 폴은 절망감을 느낀다. 이전에 명연설로 자신들을 참전하게 독려하였던 선생은 폴에게 후배들을 대상으로 전쟁에 참여를 독려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이미 전쟁의 참상을 알게 된 폴은 전쟁터에서 죽는다는 것은 아무 의미 없는 개죽음일 뿐이라고 말한다. 다시 전장으로 복귀한 폴은 작전 수행 중 이전부터 가깝게 지냈던 노병의 부상을 목격한다. 그를 살리기 위해 폴은 부상당한 그를 부축하여 필사적으로 병원을 찾았지만, 노병은 이미 죽은 뒤이다. 

전쟁 상황은 점점 악화되어 가고, 결국 폴도 전투 중에 총에 맞아 죽어간다. 그런 상황에서 라디오에서는 “서부전선 이상 없음”이라는 정부의 공식 발표가 흘러나오고 있다. 


훈련소에서 폴과 그의 친구들에게 가혹한 훈련을 시켰던 교관이 이야기도 흥미롭다. 그는 훈련병들에게 개인적인 감정을 넣어 훈련을 빙자하여 학대를 가한다. 그런 그가 폴이 소속된 부대로 배치되어 온다. 훈련소에서 훈련병 앞에서 그렇게 용맹을 강조하던 교관은 전쟁터에서는 지독한 겁쟁이에 지나지 않는다. 쏟아지는 포화 속에서 그는 겁에 질려 벌벌 떤다. 대규모 돌격작전이 있던 날 그는 돌격 도중 겁이 나서 숨지만, 약삭빠르게 살아 돌아와서는 오히려 병사의 최고 영예라 할 수 있는 철십자 훈장을 받는다.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게는 더없이 가혹하고, 그러면서 정착 자신의 보신에는 악착스러우며, 약삭빠르게 공을 가로채는 그런 인간들은 어디에서나 존재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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