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병이 된 나바호족 출신 인디언과 그를 지키는 베테랑 하사관
태평양 전쟁에서 미국의 승리 요인 가운데 하나로 정보전의 승리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 미군은 일본군의 통신 암호를 거의 해독하였는데 비해 일본군은 미군의 암호를 거의 해독하지 못하였던 거다. 심지어는 암호로 된 일본군의 통신문을 미군이 일본군보다 더 빨리 해독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영화 윈드토커(WindTalker)는 태평양 전쟁 중 사이판을 무대로 인디언 출신의 미군 통신병과 역전의 베테랑 용사와의 우정과 활약을 그린 영화이다. 이 영화는 2002년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태평양 어느 섬의 전투에서 미 해병대 하사관인 조 앤더슨 병장(니콜라스 케이지 분)은 치열한 전투 끝에 자신의 분대원은 모두 죽고, 홀로 수많은 적을 해치우며 불사신같이 살아남았다. 그는 중상을 입고 겨우 살아 나왔지만, 심각한 부상 후유증을 앓고 있다. 어느 날 그는 나바호족 인디언 출신의 통신병을 호위하라는 임무를 받는다.
벤 야지는 나바호족 인디언으로서, 아내와 아들과 함께 평화롭게 살고 있다. 전쟁이 격화되자 그는 자원입대를 결정한다. 그리고 입대 버스 안에서 같은 나바호족 친구를 만난다. 미군은 태평양 전투에서 통신의 암호가 일본군에게 파악되어 심각한 피해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의 암호 체계를 폐기하고, 새로운 암호체계를 도입하고자 하였는데, 그 암호의 밑바탕이 되는 언어가 바로 나바호 족의 말이었다. 그래서 나바호 족 출신 병사들을 통신병으로 키우고 있었다. 벤은 친구와 함께 통신병이 되어 암호 교육을 받는데, 그는 우수한 성적으로 통신병으로 선발된다.
사이판 전투에 투입된 벤은 앤더슨 병장의 호위를 받게 된다. 벤은 다소 낭만적인 생각으로 군대에 지원하였지만, 막상 전투에 참전하고 보니 그게 아니다. 도처에 쏟아지는 폭탄과 총알이며, 죽고, 팔다리가 날아가는 부상자가 부지기수다. 이런 상황을 맞이한 벤은 겁에 떤다. 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이것뿐이 아니다. 같은 미 해병 내에서도 인종차별로 그를 괴롭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벤은 점차 통신병뿐만 아니라 전투병으로서 역량을 키워나간다.
적진이 있는 고지를 향해 미국이 총공격을 한다. 그러나 적들의 저항이 너무나 강하여 미군의 피해는 늘어만 간다. 긴급히 공군의 지원을 요청했지만, 출동한 공군은 적으로 오인하여 오히려 미군 공격대에게 폭격을 가한다. 같은 편의 오인 사격으로 미군의 피해는 쌓여만 간다. 이 사실을 본부에 알리려 하나 벤이 메고 있던 통신장비가 파괴되어 본부에 연락할 길이 없다. 벤은 앤더슨을 설득하여 일본군의 진지로 가서 일본군의 통신장비를 빼앗아 본부로 연락하여 공군의 공격을 수정하게 함으로써 미군이 고지를 탈환하는데 결정적인 공을 세운다.
이 뿐만 아니다. 벤은 이제 단순한 통신병에서 벗어나 뛰어난 전투병으로서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다. 벤과 앤더슨 병장은 이제 서로를 굳게 믿게 전우가 된다. 그러나 사이판의 마지막 치열한 전투에서 앤더슨 병장은 전사하고 만다.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간 벤은 사랑하는 아들과 함께 가장 존경하는 자신의 전우인 앤더슨 병장을 기린다.
이 영화에서 전투 장면은 마치 무협영화를 보는 듯하다. 앤더슨 병장은 거의 불사신급이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투에서 그는 종횡무진 활약한다. 영화가 뒤로 갈수록 전사로서 다시 태어난 벤의 활약도 보통이 아니다. 기관총으로 무장한 적의 진지에 뛰어들어 적군을 모두 사살하는가 하면 총을 들고 사방에서 공격해오는 적군을 단신으로 모두 죽이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전쟁 판타지 물이라 해도 좋을 정도이다. 이런 면에서 아무래도 사실성에는 좀 문제가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전투 장면은 무척 박진감 있다. 수십 명에게 포위 당한채 홀로 적들을 모두 물리치는 중국 무협의 주인공이 생각나는 영화이다. 그렇고 보니 이 영화는 중국인 감독 오우삼이 연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