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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Sep 01. 2022

영화: 어떤 여자들(Certain Women)

여자로서 산다는 것_세 여자의 삶

영화제에 출품된 영화들을 보면 내용이 이해가 잘 안 되는 작품들이 많다. 스토리가 이해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그냥 영화라는 동영상으로 촬영한 것 같은데, 이런 것이 어떻게 영화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영화가 많기 때문이다. 


15년 전쯤인가 우리나라 영화로서 <낙타들>과 <강원도의 힘>이라는 작품을 감상한 적이 있었다. 아무런 극적인 전개도 없이 그냥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생활을 찍은 것 같은 영화였다. 이런 것이 어떻게 영화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원도의 힘>의 경우는 평론가들의 평가도 꽤 좋았던 것 같다. 나는 재미라고는 전혀 못 느꼈는데, 무엇이 그리 좋은 영화라는지 모르겠다. 


영화 <어떤 여자들>(Certain Women)을 감상하고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 영화는 미국 서북부 몬태나 주에 사는 세 사람의 여자에 대한 세 가지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2016년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서울영화제 및 무주 산골영화제에 출품된 작품이라 한다. 


첫 번째 이야기 <로라>


로라는 변호사이다. 초로의 남자가 그녀를 찾아와 자신은 직장에서 산업재해를 당하는 피해를 보았으나 회사가 제대로 배상을 않는다고 호소한다. 남자의 설명을 들은 로라는 남자가 이미 합의를 해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의 손해배상 요구는 어렵다고 대답해준다. 그러한 로라의 말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계속 로라를 찾아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법적 대응을 해줄 것을 요구한다. 어쩔 수 없이 로라는 그를 다른 변호사에 데리고 가 자문을 받도록 한다. 로라와 그 남자는 다른 남자 변호사를 찾아가고, 변호사는 그 남자의 설명을 듣자 재판을 청구하더라도 이길 가능성이 없다고 설명해준다. 이 말을 들은 남자는 그동안 로라의 설명에는 그렇게 거부감을 보이던 태도와는 달리 너무나도 쉽게 그 자리에서 변호사의 말을 받아들인다. 그는 로라가 ‘여자’ 변호사란 이유 때문에 미덥지 못하게 생각한 것이다. 


이 남자는 이후 별 것 아닌 일로 인질 사건을 벌인다. 그리고 체포되어 교도소에 갇힌 그는 면회를 간 로라에게 사적인 편지를 대필해달라고 부탁한다. 로라는 그런 무리한 부탁을 듣고 난감해한다. 로라가 여자라는 이유 만으로 변호사로서의 그녀를 신뢰하지 못하면서 남자 변호사에게 라면 할 수 없는 사적인 편지를 부탁하는 의뢰인, 그리고  그런 의뢰인의 부탁을 단호히 거부하지 못하는 잠재적인 남녀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그리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 <지나>


지나는 반항적인 딸과 착하기만 한 남편과 살고 있다. 지나의 가족은 시골에 집을 짓고 살기로 하고, 시골생활을 준비하던 중 어떤 노인이 운영하는 농장에 자신들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건축자재가 있는 것을 발견한다. 지나는 남편과 함께 노인을 찾아가 그 건축자재를 자기에게 팔라고 부탁을 한다. 노인도 그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거래조건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나는 열심히 거래조건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노인은 지나의 이야기는 듣는 둥 마는 둥 지나 남편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그렇지만 남편은 그저 착하기만 하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거래에는 도대체 숙맥이다. 노인은 이미 남녀 성별에 따른 선입관에 사로잡혀 지나와의 대화는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 결국 지나의 남편이 집안에 중요한 일에 대한 결정권은 아내가 갖고 있다는 것을 노인에게 설명하고, 노인은 떨떠름한 기분으로 지나와 이 거래를 마무리한다.

 


세 번째 이야기 <제이미>


앞의 두 이야기도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이 세 번째 이야기는 정말 이해가 쉽지 않다. 병아리 변호사인 시골 마을에 법률 강의를 위해 파견된다. 그런데 근무처를 잘못 알아 4시간이나 운전하여 제이미가 사는 마을로 오게 된다. 베스의 강의를 들은 제이미는 흥미를 느껴 열심히 강의를 듣는다. 그러던 어느 날 베스는 너무나 긴 장거리 출근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수강을 하는 사람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강의 일을 그만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제이미는 4시간이나 운전하여 자신의 집 근처에서 새로운 일을 하게 된 베스를 찾아간다. 그리고 둘 사이에 어색한 분위기에서 겉도는 이야기 몇 마디를 나누고는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제이미는 왜 베스를 찾아갔을까, 그리고 왜 변변한 대화도 없이 그냥 집으로 돌아왔을까, 나는 그 이유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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