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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Sep 10. 2022

영화: 우리 사랑일까요(A Lot Like Love

끊어지지 않는 인연의 끈

첫눈에 반한 정열적인 사랑은 아니다. 우연히 만난 젊은 남녀가 서로에게 호감을 가진 듯한 상태에서 헤어지고, 그리고 우연히 만나 또 가까워지다 헤어지고 이러한 상황이 반복하면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해 나간다. 이러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영화 <우리 사랑일까요>( A Lot Like Love)는 2005년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대학 졸업반으로서 취직 지원을 위해 뉴욕으로 가려던 올리버는 LA 공항에서 우연히 에밀리를 만난다. 둘은 대화를 나누어보지만 서로에게는 전혀 맞지 않는다. 그렇게 서로 톱니가 맞지 않은 이야기를 주고받던 두 사람은 그러나 무엇인지 약간의 여운을 남기면서 헤어진다. 헤어지면서 올리버는 에밀리에게 3년 뒤에도 결혼을 하지 않았으면 전화를 해도 좋다는 말과 함께 전화번호를 건네준다. 


에밀리는 뉴욕에서 직장을 구하여 생활하고, 올리버도 스타트 업 회사를 만들어 사업에 의욕을 보인다. 에밀리는 직장에 다니지만 무엇인가 허전하다. 3년이 지난 어느 날 에밀리는 망설이던 끝에 올리버에게 전화를 한다. 이렇게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무엇인가 간절함을 느끼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보통의 친구처럼 대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얼마를 함께 보내다가 둘은 다시 각자의 사정 때문에 헤어진다.

이렇게 헤어진 두 사람은 우연한 기회에 다시 만다고, 또 헤어지는 상황이 반복된다. 둘은 만날 때나 헤어질 때 언제나 서로 담담함을 보이지만, 가슴속에는 무엇인가 애틋함이 있다. 세월을 흘러 올리버는 여자 친구를 사귀고, 에밀리도 다른 사람과 결혼을 결심한다. 그러던 두 사람은 다시 만난다. 둘은 모두 자신이 상대에게 가지고 있던 감정이 우정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사랑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둘은 늦게나마 확인을 한 그 사랑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이 이야기의 내용과 주인공들의 감정은 서양 영화에서는 찾기 어려운 그런 것이다. 서로가 좋아하는 것 같으면서도 겉으로는 표현하지 못하고, 스스로 그것을 참으며 애틋하게 기다리는 것, 이것은 상당히 동양적인 감정이다.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에서 소년이 소녀에게 가진 감정, 그것과 유사한 감장이다. 사실 동양적 감정 가운데서도 서로를 좋아하면서 겉으로 표현은 못하고, 가슴속 애틋하게 묻어두는 것은 다분히 “일본적”인 정서이다. 우리나라 옛이야기에는 그런 정서가 잘 발견되지 않는다.  


이런 류의 영화가 미국에서 제작되는 것을 보니 미국인의 정서라고 해도 반드시 동양적 그것과는 융화될 수 없는 그런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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