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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an 23. 2021

일본 여행: 시나노(信濃) 여정(2)

(2018.5.21) 오쿠히다(奥(飛騨)의 온천향(溫泉鄕)

여행 둘째 날

아침 일찍 호텔을 출발, "히다 옛 마을"(飛騨の里)로 갔다. 이곳 다카야마 지방의 옛 이름은 히다 (飛騨)이다. <히다 옛 마을>은 옛 히다의 마을을 보존한 곳으로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잘 가꾼 큰 연못을  앞에 둔 조그만 구릉 위에 20여 채의 옛 가옥이 산재해 있다. 우리나라의 민속촌이나 전주 한옥마을은 현대에 와서 새로이 건설한 것이지만, <히다 옛 마을>은 새로 건설한 것도 복원한 것도 아닌, 옛 마을을 있는 그대로 보존한 것이다. 농가, 직인, 장인 등 갖가지 직업을 기진 사람들의 집이 19세기의 옛 모습 그대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히다 옛 마을>은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는데, 저 멀리 아득히 흰 눈에 덮인 북알프스의 연봉들이 펼쳐져있다. 장관이다. 북알프스란 일본 중앙의 산악지대를 말하는데, 3,000미터급의 몇 개의 산과 2.000미터급의 수많은 산들이 밀집해 있다. 북알프스를 <일본 알프스>라 하기도 한다.

히다 옛 마을

다카야마를 뒤로 하고, 오쿠히다(奥飛騨)로 향했다. 히다(飛騨) 지방은 북알프스의 서쪽 시작점으로서 깊은 산골지역이다. 그런 히다에 깊다라는 뜻을 가진 오쿠(奥)가 붙었으니, 오쿠히다가 얼마나 깊은 산골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오쿠히다는 예로부터 온천향으로 유명한 곳. 히라유(平湯) 온천을 비롯한  크고 작은 10여 개의 온천향이 있다. 각 온천향에는 수십 개의 온천장 호텔, 여관, 민박집이 있다.


오쿠히다 하면 떠오르는 것. "오쿠히다 모정"(奥飛騨慕情)이라는 노래.  

      

 https://youtu.be/IQC3Cy4u3Cs


奥飛騨慕情                                  오쿠히다  모정

1.                                                   1.

風の噂に ひとり来て                    바람결 소문에 홀로 찾아와

湯の香恋しい 奥飛騨路                온천 내음 그리운 오쿠히다 길

水の流れも そのままに                계곡물 흐름도 옛그대로인데

君はいでゆの ネオン花                그대는 온천장의 네온의 꽃

ああ、、奥飛騨に 雨がふる        아아, , 오쿠히다에 비가 내린다


2.                                                    2..

情けの淵(ふち)に 咲いたとて    정 깊은 연못 가에 피어있다고

運命(さだめ)悲しい 流れ花        슬픈 운명의 떠도는 꽃

未練残した 盃に                          미련을 남겨준 술잔에는

面影揺れて また浮かぶ               옛모습 흔들리며 또 떠올라

ああ奥飛騨に 雨がふる              아아.. 오쿠히다에 비가 내린다


3.                                                     3.

抱(だ)いたのぞみの はかなさを  품었던 희망의 허무함이여

知るや谷間の 白百合よ                알런지 계곡 속의 흰 백합이여

泣いてまた呼ぶ 雷鳥の                울면서 또 부르는 뇌조의

声もかなしく 消えてゆく             울음도 슬프게 사라져 간다

ああ奥飛騨に 雨がふる                아아.. 오쿠히다에 비가 내린다


오쿠히다 히라유 온천향 입구 부근의 산을 15분 정도 걸어 오르면  히라유 대폭포(平湯大瀧)가 나온다, 높이가 근 70-80미터는 되어 보이는데, 거의 산봉우리 정상 근처에서 떨어진다. 물의 양도 풍부하여 물보라가 높이 피어오른다, 정말 웅장하다. 일본은 강수량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고, 산도 깊어 좋은 폭포가 도처에 있다. 작년 가을에도 이즈반도에 있는 죠렌폭포(浄蓮の滝)를 보고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였다.


히라유 온천향에 있는 "히라유의 숲"이라는 온천여관을 찾았다. 관광안내소에서 좋은 노천온천이라 추천해준 집이다. 나는 남탕에 집사람은 여탕으로... 일본 온천장에 가면 지금도 남녀 혼탕이 있는 곳이 있는데, 여긴 없는 것 같다. 남탕에 들어가니 조그만 실내 탕 하나에 근 500평 정도는 되어 보이는 큰 노천온천이 있었다. 노천온천에는  10여 개의 크고 작은 탕이 있었다. 손님은 10명 남짓.  유황온천으로 약간 푸른색을 틴 뿌연 온천수로서 유황냄새가 코를 찌른다.


제법 큰 탕을 혼자 차지하고 온천을 즐기고 있자니, 30대 중반 정도의 젊은 친구 둘이 들어온다, 한 녀석 몸을 담그면서 옆 사람 들으란 듯 독백,  "아! 좋다! 이 세상에 천국과 지옥이 있다면, 여기가 바로 천국이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말이지만 수긍이 간다.

온천은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로텐부로"(露天風呂, 노천탕)다. 알몸으로 서늘한 계곡 바람을 맞으며 하는 온천욕은 해방감마저 준다. 1시간 정도 노천탕에서 목욕을 즐겼다.


이제 목적지인 나가노(長野)로 가야 한다. 북알프스를 가로질러가면 한 시간 반 정도면 나가노에 도착할 것 같다. 그렇지만 이 길 말고 다테야마(立山)의 알펜루트를 넘어가기로 했다. 다테야마는 토야마(富山) 현과 나가노현 사이에 있는 3,000미터가 넘는 높은 산이다. 알펜루트는 다테야마를 넘어가는 길이다. 10여 년 전 기차, 버스, 소형버스, 리프트 등 몇 개의 교통수단을 갈아타면서 알펜루트를 넘은 적이 있다. 이번에는 자동차로 여유 있게 넘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알펜루트 중간쯤에 있는 쿠로베(黒部) 댐을 내비에 찍으려고 하는데, 암만해도 안된다.

다테야마 산록과 알펜루트

그래? 그럼 그냥 가자. 다테야마 중턱에 있는 다테야마 기차역을 지나 계속 산을 올라갔다. 문제가 생겼다. 도로 관리자가 승용차로는 알펜루트를 통과할 수 없다고 한다. 10년 전과 같이 여러 번 교통편을 갈아타고 넘는 것이 알펜루트를 통과하는 유일한 방법이란다. 여기서 나가노로 갈려면 산을 다시 내려가 다테야마를 우회하여 가야 한다고 한다. 나가노시에 예약한 호텔을 내비의 목적지로 찍었다. 240킬로, 4시간 정도 걸리는 것으로 나왔다. 눈앞이 캄캄해진다. 벌써 오후 5시인데. 오늘 벌써 5시간 이상을 운전해 몸이 너무 피곤한데....


어쩔 수 없다. 토야마(富山)로 내려가 해안의 고속도로를 따라 니이가타(新潟) 방향으로 150킬로 정도 달린 후 나가노시 쪽으로 우회전하였다. 호텔에 도착하니 8시 반이다. 오늘은 정말 고생했다. 정말 내비를 믿어야 했다. 내비에 쿠로베 댐이 찍히지 않을 때 왜 그런지 확인했어야 했다.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어제 마시다 남은 "히다의 꽃"을 한잔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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