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형 Aug 09. 2022

영화:<눈먼 짐승>과 <눈먼 짐승 대 잇승보시>

에도가와 란포(江戶川 亂步)의 소설에 기반한 혐오스럽기 그지없는 영화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로서 에도가와 란포(江戸川乱歩)란 소설가가 있었다. 일본은 세계에서도 추리소설이 많이 창작되는 국가인데, 에도가와 란포는 일본 추리소설계의 1세대로서 선각자라 할 만한 사람이다. 19세기 후반에 태어나 1965년에 사망하였는데, 본명은 히라이 타로(平井太郎)였으나, 미국 추리소설의 선각자인 에드가 알란 포를 너무나 존경하여 그의 이름을 따와 필명을 ‘에도가와 란포’로 하였다고 한다. 일본추리작가협회 초대 이사장을 역임하기도 하고, 일본 정부로부터 작위와 훈장을 받기도 하였다. 그는 추리소설을 썼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탐정 사무소에 근무한 경력도 있다. 


<눈먼 짐승>(盲獣)은 에도가와 란포가 쓴 소설이며, <눈먼 짐승 대 잇승보시>(盲獣 v. 一寸法師)는 <눈먼 짐승>의 후속 편이 되는 소설이다. 나는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을 영화화하였다길래 기대를 갖고 <눈먼 짐승>(盲獣)을 감상하였으나, 너무나 혐오스러운 내용이라 몇 번이나 눈을 돌려 장면을 건너뛰었다. 작년에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내용의 혐오스러움으로 리뷰를 쓰는 것을 포기하였으나, 얼마 전 그 속편인 <눈먼 짐승 대 잇승보시>(盲獣 v. 一寸法師)를 보고 난 후 그다지 내키지는 않았지만 두 편을 합하여 간략한 리뷰를 쓰기로 했다.


소설 <눈먼 짐승>(盲獣)은 1931년 에도카와 란포가 쓴 소설인데 이 시기 그는 많은 통속 작품을 썼다. <눈먼 짐승>도 그런 작품 중에 하나로서, 란포 자신도 이 작품을 스스로 실패작이라 말하였다. 영화 <눈먼 짐승>은 이 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1969년에 제작되었다. 


가극단의 무용수이자 모델이기도 어느 여성이 어느 조각 전시회를 관람한다. 거기엔 자신을 모델로 한 전신 조각상이 전시되어 있는데, 한 맹인이 그 조각상을 손으로 더듬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기분이 나빠진다. 그날 저녁 란코는 며칠간 거듭된 작업으로 피곤해진 몸을 쉬고자 안마사를 부르는데, 그 안마사는 바로 전시회에서 자신의 조각상을 더듬던 그 눈먼 사내였다. 그 맹인은 란코를 마취시켜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 

맹인의 집 창고는 팔, 다리, 머리 등 여자들의 신체부위들의 오브제로 가득 차 있다. 그 맹인은 장애가 있는 자신의 눈을 대신하여 손, 즉 촉각으로 아름다움을 음미하고 있다. 맹인은 이 창고에서 모델에게 온갖 가학적인 행위를 한다. 이러한 가학적인 행위에 모델도 차츰 익숙해져 간다. 그리고 마침내는 서로의 신체를 훼손하면서 란코는 죽어간다. 


이 영화를 보고 이렇게 혐오스러운 내용을 어떻게 영화로 만들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리뷰를 쓸 마음도 나지 않아 당시 캡처한 영화 장면들도 대부분 삭제하였다. 그런 후 1년 여가 지나 <눈먼 짐승>의 후속작이라 할 <눈먼 짐승 대 잇승보시>(盲獣 v. 一寸法師)를 감상하였다. 


전작인 <눈먼 짐승>이 엽기 소설이라면 <눈먼 짐승 대 잇승보시>는 에도가와 란포의 전문 영역인 추리소설로서, 이 영화는 2001년에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눈먼 짐승 대 난쟁이>란 이름으로 소개되었는데, 잇승보시(一寸法師)를 난쟁이로 번역한 것이다. 잇승보시(一寸法師)란 일본의 전통 동화에 나오는 유명한 이야기로 노부부가 낳은 손가락 크기의 아이 잇승보시(一寸法師)가 귀신에게 잡혀간 재상의 딸을 구해온다는 내용이다. 잇승보시는 손가락 크기의 아이니까 이 영화에서는 난쟁이를 그렇게 표현한 것 같다.  

잘 팔리지 않는 소설가인 고바야시 몬조는 아사쿠사에 있는 극장에서 유명한 여배우인 미즈키 란코가 출연하는 연극을 보러 갔다가 옆자리에 앉는 기분 나쁜 남자에게 의문을 품는다. 그는 도통 연극은 보지 않고 있다. 알고 보니 그는 맹인이었다. 고바야시는 돌아오는 길에 어떤 난쟁이가 잘려진 여자의 팔을 보자기에 싸서 가다가 떨어트린 것을 목격한다. 그래서 그는 친구인 아케치 코고로(明智小五郎)에게 이 사건을 조사할 것을 부탁한다. 아케치 코고로는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에 단골로 등장하는 탐정이다. 


이어서 란코의 실종 소식이 들려오고 아케치는 본격적으로 조사에 나선다. 그는 서커스단에서 일하고 있는 난쟁이가 이 사건의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는 단서를 확보하며 이를 바탕으로 여자들의 신체 오브제로 가득 찬 창고를 찾아낸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살해당한 란코의 목을 찾아낸다. 


<눈먼 짐승과 잇승보시> 역시 혐오스런 장면이 적지 않지만, 앞의 작품인 <눈먼 짐승>만큼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에 대한 리뷰는 기분 좋은 것은 아니므로 이 정도에서 마치는 것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 저수지의 개들(Reservoir Dogs)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