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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ug 06. 2022

영화: 삼포 가는 길

가슴 아픈 이별을 이야기하는 황석영의 소설을 영화화한 로드 무비

소설가가 황석영은 조선작, 조해일과 함께 1970년대 초반 촉망받은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그는 나중에 신문 연재소설인 <장길산>으로 크게 필명을 날렸지만, 단편도 뛰어난 작품이 많다.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가 <삼포 가는 길>이며 이 작품은 1973년에 발표되었다. 나도 대학시절에 이 소설을 월간지 <신동아>를 통해 읽었다. 그런데 읽은 지 오래되어 내용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영화 <삼포 가는 길>은 황석영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으로 1975년에 제작되었다.  


노동판에서 착암기 기사일을 하는 노영달(백일섭 분)은 일이 없는 겨울날 떠돌아다니다가 역시 막노동 판을 전전하는 정 씨(김진규 분)라는 사람을 만난다. 두 사람은 어느 시골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하려는데, 주인 여자로부터 이 집에서 일하던 백화라는 작부가 빚을 갚지 않고 도망갔다고 하며, 만약 그녀를 잡아주면 돈 만원을 주겠다고 한다. 두 사람은 돈 욕심으로 백화를 찾으러 떠난다. 


두 사람은 곧 백화(문숙 분)를 만난다. 백화는 스무 살이 조금 넘어 보이는 여자인데 만만치가 않다. 다시 식당으로 잡아가려는 남자들에게 오히려 함께 길을 가자고 제안한다. 백화는 남자들에게 당당하게 말한다. 자신은 이래 봬도 청량리 588, 대구 자갈마당, 포항 중앙대학, 부산 완월동 등 안 거친 곳이 없다고. 모두 당시 유명했던 사창가들이다. 이렇게 세 사람은 이제 함께 여행을 하게 되었다. 눈 덮인 벌판을 두 남자와 한 여자가 눈보라를 뚫고 함께 여행을 한다. 백화는 일자리를 찾아서 목포로, 영달은 역시 일자리를 찾아 남쪽 어딘가로, 그리고 정 씨는 10여 년 만에 고향 삼포를 찾아가는 것이다. 삼포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전라도 여수 근처의 어느 어촌인 것으로 보인다. 

세 사람은 여행을 하면서 서로 티격태격 하면서 정이 들어간다. 눈 덮인 벌판을 가로지르며 흥에 겨워 목청껏 노래를 부르며 어깨춤을 추기도 한다. 초상집에서 밥을 얻어먹다가 소란을 부려 쫓겨나기도 하고, 풍물놀이패에 섞여 흥겹게 춤추기도 한다. 이렇게 세 사람은 티격태격, 아웅다웅하면서 여행을 한다. 함께 여행하면서 서로 정이 쌓여 가는데, 어느 날 영달과 백화가 다투고는 백화가 사라져 버린다. 그렇지만 곧 영달과 정 씨는 선술집에서 작부로 손님의 술 시중을 드는 백화를 발견한다. 성깔이 보통 아닌 백화는 손님과 대판 싸우고, 이를 본 영달은 백화의 아버지라 거짓말을 하고 백화를 데리고 나온다. 


영달과 백화의 정은 점점 더 깊어간다. 영달과 하룻밤을 보낸 백화는 영달에게 함께 살자고 한다. 영달은 지금은 자신이 일거리가 없으니 함께 살 수가 없다고 한다. 백화는 영달 하나쯤은 자신이 먹여 살릴 수 있다고 하나, 영달은 여자한테 얹혀살 수는 없다면서 거절한다.  

마침내 이별의 날이다. 백화는 영달의 곁을 떠나기 싫다. 영달도 백화를 보내려 하니 가슴이 찢어진다. 시골 기차역에서 영달은 백화에게 기차표를 한 장 끊어준다. 그리고 가면서 먹으라고 삶은 달걀을 서너 개 사준다. 백화는 자기의 진짜 이름이 ‘점순이’라고 하면서 나중에라도 꼭 자기를 찾아달라고 한다. 이렇게 영달과 백화는 시골 역에서 가슴 아픈 이별을 한다. 이 이별 장면은 영화 <카사블랑카>의 이별 장면보다 더 가슴에 찡하다. 


백화를 보낸 영달과 정 씨는 시외버스를 타고 함께 남쪽으로 내려간다. 버스 안에서 정 씨는 10년이 넘도록 못 본 딸 이야기를 해준다. 영달은 우연히 버스 안에서 공사판을 찾아가는 막노동꾼들을 만난다. 거기서 이야기가 잘 풀려 영달은 도중에 그들과 함께 버스에서 내려 새로운 일자리를 찾으러 떠난다. 


정 씨는 떠나는 영달에게 나중에라도 꼭 백화를 찾아보라고 당부를 하면서 서로의 갈길을 간다. 

https://youtu.be/m7ivaOYJJb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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