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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ug 05. 2022

임진왜란(1) 우리의 인식

임진왜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요즘 어딜 가나 영화 <한산>에 관한 이야기가 꽃을 피운다. <명량>에 이어 이순신 장군의 활약을 그린 영화이다. 개봉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화제가 만발하고, 또 연일 객석이 만원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이번에도 대히트를 칠 것 같다. 잠시나마 국뽕에 빠져보는 것도 정신건강에 괜찮을 것 같다. 


임진왜란을 이야기하면서 종종 이 전쟁이 누가 이긴 전쟁이었는가를 이야기한다. 전쟁의 승패는 전략 목적을 달성했는가에 따라서 판단한다. 왜의 전략목표는 조선을 정복하는 것이었고, 조선의 전략목표는 왜군을 이 나라에서 물리치는 것이었는데, 결국 왜가 물러났으므로 우리는 조선이 승리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일본은 대부분의 전투에서 왜군이 이겼고, 피해규모는 일본에 비해 조선이 훨씬 컸으며, 일본이 본국으로 철수한 것은 가짜 명 황제의  조서를 믿고 명과 조선이 항복했다고 생각하여 철수한 것이므로 자신의 승리라 주장한다.


그러나 전체 인구의 거의 20%에 가까운 죄 없는 목숨이 희생당하고, 국토의 절반 이상이 황폐화된 상황에서 전쟁의 승패를 따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전쟁 승패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왜가 저지른 엄청난 범죄행위를 희석시켜 주는 게 아닐지 모르겠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 식구들이 평화롭게 지내고 있는데, 별안간 도둑들이 집에 들이닥쳤다. 이 도둑 떼는 우리 집의 모든 것을 통째로 빼앗으려 하였다. 우리 식구는 필사적으로 도둑들과 싸워 겨우 이들을 물리쳤다. 그 와중에서 우리 가족 중에 죽은 사람도 있고 다친 서람도 많다. 가재도구는 처참하게 부서지고 집은 난장판이 되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싸움에 우리 가족이 이겼네, 도둑이 이겼네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런 논쟁은 일방적 가해자인 도둑과 일방적 피해자인 우리를 동일선 상에 놓아버리는 우를 범한다. 자꾸 그러다간 사람 꼴이 이상해진다.


임진왜란에 대한 우리의 평가는 우리가 이겼니 졌니에 맞춰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왜에 대해 아무것도 잘못한 것도 없었다. 우리가 평화스럽게 살고 있는 이곳에 순전히 자기네들의 욕심을 채우려고 그냥 강도 떼들이 일방적으로 들이닥쳐 온갖 악랄하고 잔인한 짓을 하고, 강산을 황폐화시킨 후 물러간 것이다.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는 이러한 잔악하고 무도한 행위와 그들의 잘못에 대한 질타와 준엄한 책임추궁과 규탄이지 네가 이겼니 내가 이겼니로 다툴 문제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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