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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Feb 03. 2021

영화:갈리폴리(Gallipoli)

무능한 지휘관 아래 스러져간 꽃다운 청춘들

영화 <갈리폴리>(Gallipoli)는 1981년 호주에서 제작된 영화로서, 제1차 세계대전의 갈리폴리 전투를 소재로 한 영화이다. 


먼저 영화 이야기 이전에 갈리폴리 전투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면 이하와 같다. 제1차 세계대전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당시 영국의 해군장관이던 처칠은 먼저 독일의 동맹국인 터키(오스만 제국)를 치기 위하여 대담한 상륙작전을 계획한다. 터키의 갈리폴리 반도에 상륙하여 일거에 터키군을 격퇴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 작전은 영국과 프랑스과 연합하여 실시하였으며, 이들 외에 당시 영연방국이던 호주와 뉴질랜드도 군대를 파견한다. 


그러나 이 작전은 터키군의 용감한 저항에 부딪혀 실패로 끝나고 만다. 이 전투에서 쌍방 각각 약 25만 명의 전사자가 나왔다. 이 전투는 실패한 상륙작전의 전형으로 평가되며, 교전 상대국인 터키로서는 역사에 길이 남는 승전기록으로서 지금도 터키인들은 이 전투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마치 우리나라가 안시성 전투나 명량해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1차 대전에 참전한 영국을 돕기 위해 호주와 뉴질랜드는 군대를 파병한다. 호주 서부 오지에서 목장을 경영하고 있는 아버지를 돕고 있는 아취 해밀톤은 달리기를 매우 잘하는 청년이다. 아취는 아버지의 반대를 물리치고 친구와 함께 군대에 지원한다. 호주 군은 이집트 카이로에서 훈련을 받은 후 갈리폴리 전투에 투입된다.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은 터키의 갈리폴리에 대규모 상륙작전을 감행한다. 병력은 거의 40만 명. 호주와 뉴질랜드 군대도 영국군의 지휘 하에 상륙작전에 참여한다. 그러나 영국군 지휘부는 이들을 무시하며 거의 소모품 취급을 한다.


터키군 벙커를 100여 미터 앞두고 호주군은 참호 속에서 이들과 대치한다. 터키군 벙커는 수 십 정의 기관총과 병력으로 중무장하고 있다. 호주군은 보급 문제로 총알은 이미 바닥난 상태다. 제2선에 위치한 영국군 지휘부는 호주 군에게 돌격 명령을 내린다. 총알이 없는 호주군은 착검을 하고 돌격 명령을 기다린다. 드디어 돌격명령이 떨어지고 제1진이 일제히 참호를 뛰쳐나간다. 터키군의 일제사격이 시작되고, 제1진 돌격부대는 단 10미터도 전진 못한 채 1분도 안되어 전멸한다.

현장의 호주군 야전 지휘관은 공격이 무의미하다고 공격을 중단할 것을 지휘부에 요청한다. 그러나 영국군 지휘부는 다시 돌격 명령을 내린다. 2진 돌격... 역시 몇 발자국도 못 나가고 또 전멸. 현장 지휘관은 다시 공격 중단을 요청하지만, 지휘부는 다시 공격명령. 호주 병사들은 죽을 걸 뻔히 알면서 다시 참호를 박차고 뛰쳐나간다. 터키군의 일제사격이 이루어지고, 마지막 호주군 제3진이 전멸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기관총 앞에서 총알도 없이 맨몸으로 돌격하는 병사들, 그리고 이어지는 적군의 집중 사격. 이것은 전쟁도 아니고, 그저 일방적 학살, 대량 살육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들 병사를 학살한 것은 적군이라기보다는 아군 지휘부라 해야 할 것이다. 아둔한 지휘부의 무능이 수 만 명의 꽃다운 젊은 청춘을 아무런 의미 없는 죽음의 길로 몰아넣은 것이다.


이 영화를 보니 문득 러일전쟁 당시 뤼순 전투에서 일본군 야전사령관이었던 노기 마레스케(乃木希典) 장군이 생각난다. 아들 3형제를 이 전투에서 모두 잃고, 지금까지 전쟁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콘크리트 벙커와 대포, 기관포로 방어막을 친 러시아 군 요새를 향해 맨몸의 병사들에게 끝없는 돌격명령을 내렸다. 이러한 무모한 작전으로 하루에 2만 명에 가까운 병사들이 죽기도 하였다. 내가 보기엔 참 무능하고 어리석은 지휘관으로 생각된다. 전쟁영웅인지 아닌지는 내 알 바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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