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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Sep 08. 2022

영화: 어우동

에로 영화의 품격을 높인 시대극

1980년 전두환의 신군부가 집권을 하자 그때까지 강한 규제 아래에 있던 영화에서의 성적 표현에 있던 규제를 대폭 풀었다. 이때부터 우리나라에서 에로 영화가 본격적으로 제작되기 시작한다. 1981년에 제작된 <애마부인>은 이 1980년대 초의 에로 영화를 대표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시기에 제작된 에로 영화들은 대부분 B급 영화라 해도 좋았다. 그런데 1984년에 제작된 이장호 감독의 <무릎과 무릎 사이>는 기존의 에로 영화와는 차원이 다른 높은 품격의 에로 영화였다. 이 영화에 주인공으로 출연한 이보희는 그 전년도에 그녀의 데뷔작인 <일송정 푸른 솔은>에서 대종상 신인상을 받았다. 


영화 <어우동>은 이장호 감독이 <무릎과 무릎 사이>로 대히트를 친 이듬해인 1985년에 제작되었다. 어우동(於于同)은 조선 성종기의 여성으로서 어을우동(於乙于同)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그 시대 양반사회에서 충격적인 섹스 스캔들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그녀에 대해서는 다음의 블로그 <요화 어을우동>을 참고하기 바란다. 이 영화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 에로물이라 할 수 있는데, 거장 이장호 감독의 작품답게 당시 범람하던 B급 에로 영화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이 영화로 주인공인 이보희는 백상 예술대상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며, 또 이 영화는 미국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부문에 출품되기도 하였다. 

https://blog.naver.com/jhlee541029/222676537231


사대부집 규수인 어우동(이보희 분)은 왕실의 종친인 태산군에게 시집을 간다. 그러나 아기를 낳지 못한다고 하여 시집에서 구박이 이만저만 아니다. 결국 남편도 그녀를 버리게 되어 그녀는 시집에서 쫓겨 나온다. 출가외인, 즉 시집을 가면 친정집 사람이 아니라는 당시의 윤리의식에 따라 그녀는 친정에도 돌아가지 못한다. 그녀는 갈 곳이 없어 결국 자살을 선택한다. 자살을 하려는 어우동을 기생 향지(박원숙 분)가 구해준다. 그녀는 향지가 운영하는 기생집의 기생이 된다. 

기생이 된 어우동은 남자들에게 분노한다. 그녀의 눈에는 남자들은 여자들을 함부로 대하면서 자신들은 제멋대로 행동한다. 거기다가 양반이라는 작자들은 입으로는 대의를 논하지만 실제로 하는 짓은 추잡하기 짝이 없다. 뛰어난 미모로 어우동은 기생집의 특급 스타가 된다. 그곳을 찾는 양반들은 어우동과 하룻밤을 보내고 싶어 안달이다. 어우동은 그런 남자들을 비웃으며 농락한다. 고분고분하지 않은 어우동에게 어떤 양반은 화를 내며 달려든다. 그러는 그를 향해 어우동은 “제가 만약 술자리에서 대감이 역모에 대해 이야기를 하더란 말을 관에 가서 언뜻 비추면 대감은 어떻게 될까요?”하며 묻는다. 그 말에 혼비백산한 양반은 어우동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빈다. 


어우동의 주위에 수상한 남자가 서성거린다. 그는 갈매(안성기 분)란 자객으로서 어우동을 죽여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어우동은 누가 자객들을 고용하여 자신을 죽이려 하는가 궁금하다. 확인을 하니 자객을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자신의 아버지였다. 어우동의 소문이 퍼져나가자 어우동의 아버지는 가문의 수치라 생각하고 자객을 고용하여 딸을 죽이려 한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어우동은 오열한다. 그녀는 더 이상 세상을 믿을 수 없다. 갈매는 어우동을 죽이라는 청부를 받았지만, 어릴 때의 비극적 사랑의 기억으로 여자를 죽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는 어둠 속에서 어우동을 지켜주고 있다. 


갈매가 어우동을 죽이는 것을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우동의 주위에는 여전히 자객들이 그녀를 노리고 있다. 그들은 어우동의 전남편이었던 태산군이 보낸 자객이었다. 어우동은 여러 번 위기체 처하지만 갈매와 그의 친구들의 도움으로 죽음을 면한다. 

어우동의 소문은 점점 널리 퍼지고 있다. 모두들 그녀를 한번 만나보려 하여 기생집은 문전성시다. 그러던 어느 날 어우동은 특별한 사람에게 불려 간다. 깊은 산속 계곡에서 그녀를 부른 사람은 다름 아닌 미복을 하고 대궐을 빠져나온 임금 성종이었다. 성종 임금도 어우동의 매력에 그녀의 포로가 된다. 


어우동의 소문은 이제 온 저잣거리로 퍼졌다. 임금이 그녀와 함께 하였다는 소문까지 사람들의 입을 타고 전해졌다. 이에 따라 조정 대신들은 이 사건이 조정을 뒤흔들 폭발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우동을 그냥 둘 경우 사직이 위험해지며 그녀를 처단하여야 한다고 상소를 올린다. 결국 조정에서는 어우동을 사회 문란의 죄로 처형하기로 하였다. 이 소식을 먼저 알게 된 갈매는 어우동을 찾아와 몸을 피해야 한다고 알려준다. 어우동은 갈매를 따라나선다. 그리고 이후 그 누구도 갈매와 어우동이 어디로 갔는지를 모른다. 


역사에서는 어우동은 처형되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러나 우리는 많은 이야기에서 “영웅 불사”의 신화를 볼 수 있다. 비록 영웅이 현실에서는 죽었지만,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그 영웅은 죽지 않았고 어디론가 사라져 새로운 모습으로 살고 있을 거라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예를 들면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전사한 것이 아니며 살아서 다른 곳에서 일생을 보냈다거나, 일본에서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영웅 미나모토 요시쯔네(源義經)가 죽지 않고 몽고로 건너가 칭기즈칸이 되었다는 이야기 등이다. 이장호 감독은 어우동도 그런 영웅의 반열에 올리고 싶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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