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전쟁에서 나라를 구한 프랑스의 소녀 영웅
잔다르크는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벌어진 백년전쟁에서 혜성과 같이 등장하여 수세에 몰리던 프랑스군을 이끌고 영국군을 쳐부순 소녀이다. 잔다르크는 프랑스에서 손꼽히는 영웅의 한 사람으로서 숭상되고 있다. 영화 <잔다르크>(The Messenger: The Story Of Joan Of Arc)는 잔다르크의 굵지만 짧은 일생을 그린 영화로서 1999년 프랑스에서 제작되었다.
영화 이야기에 앞서 이 전쟁의 무대가 되는 100년 전쟁에 대해 잠깐 알아보자. 영국은 노르만 왕조 성립 이후 프랑스 지역에 영토를 가지고 있었다. 1328년 프랑스 왕인 샤를 4세가 후계자가 없이 사망하자, 그의 사촌 형제가 왕위를 계승하여 필리프 6세로 되었다. 이에 대해 영국 왕인 에드워드 3세는 자신의 아머니가 샤를 4세의 핏줄이기 때문에 자신이 왕위를 물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렇게 양국의 분쟁이 시작되자 영국은 프랑스로의 양모 수출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였고, 프랑스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프랑스 영토 내의 영국 영토를 몰수하였다. 이런 경위로 영국이 1337년에 프랑스를 침공하여 116년 동안 전쟁이 계속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무슨 전쟁이 116년 동안이나 계속되나? 이 시기 영국과 프랑스 양국은 유럽의 강대국이었으나, 어느 쪽도 상대방을 완전히 굴복시킬 만한 절대적인 전력을 보유하고 있지는 못하였다. 그래서 항상 전투는 상대방의 항복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작은 도시를 점령, 약탈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작은 도시 하나를 점령하는 것으로 전력이 모두 소진되었고, 그러면 또 몇 년 동안 정전이 계속되다가 힘을 되찾으면 다시 전쟁이 벌어지는 그런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전쟁은 프랑스 역내에서 벌어졌다. 영국군에 점령당한 도시들은 약탈을 피할 수가 없었으며, 그러다 보니 주민들의 생활은 피폐해졌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자. 백년전쟁이 계속되면서 전황은 점점 프랑스에 불리한 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영국군이 점령한 지역은 약탈과 학살을 피할 수 없었다. 소녀 잔(Joan)이 사는 마을도 영국군에게 점령당하여 마을은 약탈당하고 마을 주민들은 학살당하였다. 잔의 부모들도 영국군에게 학살당하였다.
프랑스의 샤를 7세(아직 황태자이다)는 영주들과 함께 전쟁을 어떻게 끌고 가야 할지 이야기하고 있다. 이때 전령이 달려와 밖에서 신의 심부름꾼이라 자처하는 소녀가 왕을 만나기를 원한다며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전한다. 주위에 있는 영주들과 신하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돌려보내라고 하지만 장난기가 발동한 샤를 7세는 전령에게 그 소녀를 데려와 보라고 한다. 그리고는 신하 한 사람에게 왕 행세를 하라고 시킨다. 전령이 데리고 온 사람은 잔이라는 이름의 소녀였다. 잔의 얼굴이 많이 눈에 익는다 했더니 영화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여전사 밀라 요보비치이다. 그녀는 왕 행세를 하는 신하를 보고는 왕이 아니라고 하면서 진짜 샤를 7세를 찾아낸다. 샤를 7세는 이것을 보고 그녀가 신의 심부름꾼이라는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잔은 왕에게 자신은 영국군을 무찌르라는 신의 계시를 받았으므로 자신에게 군대를 달라고 요청한다. 신하들이 반대를 하지만 왕은 장난반 진심반으로 이를 허락한다. 왕으로서는 전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는 시점에서 뭔가 계기를 찾고 싶었고, 또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황금색 갑옷으로 무장한 잔은 전장에 도착하자마자 깃발을 들고 영국군의 성을 향해 돌진해간다. 전쟁에 지쳐 축 늘어져 있던 프랑스 군도 그러한 잔을 보고는 모두 힘을 내어 그녀를 뒤따른다. 성 안에서 비웃음을 날리고 있던 영국군은 프랑스군의 대대적인 공격에 당황하며, 성은 곧 함락되어 버린다. 불가능할 것 같은 전투를 승리로 이끌면서 잔은 프랑스군의 영웅으로 등장한다.
잔은 참전하는 전투마다 깃발을 들고 앞장서서 적진을 행해 내닫는다. 그런 잔을 보고 프랑스군은 용기백배하여 적진으로 공격을 시작하며, 결국 전투를 승리로 이끈다. 잔의 활약으로 그동안 무력감에 젖어있던 프랑스군은 연전연승이다.
그런데 잔의 전투 방식은 천편일률적이다. 작전이고 뭐고 없이 적이 보이면 무조건 깃발을 들고 적진으로 뛰어든다. 그러면 그 뒤로 용기를 얻은 프랑스군이 돌격을 감행하여 승리를 이끌어내는 식이다. 그런데 아무리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매번 그런 전투 방식이 통할 리가 없다. 그리고 영국도 기독교 국가인데 신이 프랑스만을 도와준다는 법도 없다. 잔은 결국 콩피에뉴 전투에서 패하고 영국군에게 사로잡힌다.
이 시기 전쟁에서는 일반 병사야 잡으면 죽이거나 노예로 팔아버리거나 아니면 돌려보내지만, 기사들을 잡으면 몸값을 받고 돌려보내 준다. 전투에서 가장 비싼 약탈물은 바로 기사였다. 지위가 높은 기사일수록 몸값은 비쌌다. 100년 전쟁에서 영국군에게 잡혔던 프랑스 왕 장 2세의 몸값은 프랑스의 몇 년치 국가예산에 해당할 정도의 금액이었다. 포로로 잡힌 잔도 당연히 프랑스에서 몸값을 내고 자신을 데리고 갈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샤를 7세는 몸값을 지불하고 잔을 데리고 가라는 영국의 제안에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그로서는 국민들 속에서 높아져 가는 잔의 인기가 부담스러워진 것이다.
결국 잔은 잉글랜드의 주도하에 벌어진 종교재판에서 마녀라는 판결을 받고 화형에 처해졌다. 잔의 나이 19세 때의 일이다.
사실 잔다르크의 일생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그녀가 신의 계시를 받았는가, 아니면 그녀가 정신착란증을 가지고 있어 스스로 신의 계시를 받은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는가 등에서부터 어떻게 군사훈련이라고는 전혀 받아본 적도 없는 소녀가 전쟁에 앞장서서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 있었는가, 조작된 사실이 아닌가 등등의 많은 논란이 있다. 그래서 역사학자를 비롯한 군사전략가, 또 일반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잔다르크의 일생에 대해서는 저마다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답은 각자가 상식선에서 생각해 볼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