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순 소녀 임예진이 출연한 청춘영화
종편 TV가 시작되면서 60-70대의 나이 든 여자 연예인들이 출연하여 수다를 떠는 프로그램이 크게 늘었다. 1960-80년대에 이름을 날렸던 배우, 탤런트, 가수들이 이제 나이가 들어 드라마 대신에 수다를 떠는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입심들을 자랑하고 있다. 그런 연예인들 가운데 임예진도 눈에 뜨인다. 임예진은 아직도 가끔 드라마 등에 출연하고, 수다 프로그램에도 종종 나온다. 그런데 요즘 TV에 비치는 임예진의 캐릭터는 약간 푼수 같거나 수다쟁이 아주머니(할머니?), 아니면 앙칼진 시어머니 역이다.
그런데 임예진이 연예계에 등장하였던 1970년대, 그녀는 청순한 소녀의 상징이었다. 1970년대 중반부터 고등학생의 풋사랑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많이 제작되었는데, 주인공 역은 으레 임예진이었다. 임예진이 여고생으로 등장한 영화로는 <진짜 진짜 좋아해>, <진짜 진짜 잊지 마>, <빨간 구두>, <소녀의 기도>, <푸른 교실>, <이런 마음 처음이야> 등등이 있다.
영화 <너무너무 좋은 거야>는 임예진의 전성기였던 1976년에 제작된 영화이다. 시골 소녀 선희(임예진 분)는 중학교를 졸업한 후 식당을 하는 유복한 집안인 재용이네 집에 가정부로 취직이 되어 서울로 올라온다. 재용이(전영록 분)는 고속버스 터미널로 선희를 마중 나와 집으로 데려간다. 재용이네 집은 너무나 화목한 가정으로서, 온 식구들은 선희를 마치 가족처럼 대해준다.
싹싹하고 사근사근한 선희는 집에서 인기 만점이다. 재용이의 엄마(태현실 분)는 선희가 너무나 사랑스러워 자신의 수양딸로 삼고 싶어 할 정도이다. 그러나 선희는 엄마가 두 사람이 될 수 없다고 하면서 거절한다. 선희는 집안일뿐만 아니라 주위의 어려운 문제도 곧잘 해결한다. 재용이가 연인인 여주와 다투고 헤어질 위기에 처하자 선희가 나서 이 둘을 화해시켜준다. 첫 월급날 선희는 중학교 동창인 성훈이를 만나 함께 데이트하면서 나는 비행기를 보며 스튜어디스가 되는 꿈을 꾸기도 한다.(이 시대 스튜어디스는 여성으로서는 가장 선망의 대상인 직업이었다.)
재용은 곧 군대에 입대하기로 되어있다. 그날 아침 재용은 선희를 고등학교에 보내자고 제안한다. 식구들은 모두 찬성하며, 이제 선희는 꿈이었던 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등교 첫날 선희는 희망에 찬 첫 발자국을 시작한다.
보통 우리나라 어떤 영화이든 반드시 악인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악인이 전혀 없다. 상경 시골소녀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라면 가정부로 들어간 집에 나쁜 사람이 있거나, 아니면 주인공을 나쁜 길로 들이려는 사람 혹은 친구로부터의 질투나 시기 등이 있기 마련인데, 이 영화에서는 전혀 그런 것이 없다. 모두가 착한 사람이고 모두가 선희에게 좋게 대한다. 그런 만큼 극적인 재미는 덜하다. 반면 분노를 느끼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