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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an 07. 2023

영화: 콰이강의 다리

자신이 이룬 업적을 지키려 판단력이 마비된 영국군 장교의 폭주

콰이강(River Kwai)은 태국과 미얀마의 국경에서 발원하여 태국 서쪽을 흐르는 강이다. 필자는 여러 차례 콰이강에 가 본 적이 있다. 콰이강은 태국의 칸차나부리 지역을 지나는데, 칸차나부리 지역은 태국의 수도인 방콕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골프 값이 아주 싸다. 이 지역에 10여 개의 골프장이 있는데, 그 가운데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도 꽤 많다. 이곳에서는 값싸기 골프를 칠 수 있기 때문에 장기 골프여행을 하려는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필자도 칸차나부리에는 10차례 정도 골프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갈 때마다 콰이강 관광을 했으니, 콰이강에는 아마 10번 정도는 갔을 것이다. 콰이강에는 철교가 놓여 기차가 다니고 있는데, 물론 이 철교는 영화에 등장하는 철교는 아니다. 


영화 <콰이강의 다리>(The Bridge on The River Kwai)는 1957년 영국과 미국의 합작으로 제작되었다. 


미얀마와 국경을 인접한 태국의 정글 속에는 일본군 포로수용소가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는 미국 해군 중령인 시어즈를 비롯하여, 포로가 된 미군 병사들이 가혹한 노역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니콜슨 대령이 이끄는 영국군 포로 한 부대가 이 수용소로 이송되어 온다. 수용소 소장인 사이토 대령은 상부의 명령에 따라 포로들을 동원하여 콰이강 변을 따라 철도를 건설하려고 한다. 이 철도는 태국의 수도 방콕과 미얀마의 수도 랑군을 연결하는 구간 중의 일부이다. 

사이토 대령은 장교와 사병 구분 없이 포로들을 모두 강제 노역에 동원시키려 하지만, 니콜슨 대령은 이는 제네바 협정 위반이라고 하여 장교들의 노역 동원을 거부한다. 이로 인해 사이토 대령과 니콜슨 대위의 갈등은 커지며, 결국 사이토는 니콜슨을 징벌 감옥에 가둔다. 그런 후 일본군은 포로들을 강제하여 철도 건설에 나서는데, 포로들은 조직적으로 태업을 벌여 철도 건설은 좀처럼 진전되지 않는다. 결국 사이토는 니콜슨과 협의하여 포로들에게 인도적 대우를 하는 대신 포로들은 자발적으로 철도 건설에 나서겠다고 한다. 철도 건설에서 최고 난점은 콰이강을 건너는 다리를 건설하는 일이다. 


이곳 포로수용소는 정글에 위치해 있어 도저히 탈출할 수 없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수용소를 빠져나갈 수는 있지만,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정글을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용소를 탈출해봤자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이다. 그렇지만 시어즈 중령은 탈출에 성공한다. 


콰이강에 다리를 건설하는 작업은 좀처럼 진행되지 않는다. 니콜슨 대령은 그 이유가 다리를 건설하는 일본군들의 기술적 낙후성에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다리를 제대로 건설할 의지가 있다면 그 일을 자신을 비롯한 영국군 포로에게 맡기라고 한다. 그 대신 포로들의 폭넓은 자율성을 요구한다. 건설 일정에 쫓긴 사이토 대령은 어쩔 수 없이 니콜슨 대령의 제안을 수락한다. 니콜슨 대령이 이끄는 영국군 포로들이 다리 건설 일을 맡게 되었다. 이들은 뛰어난 기술력으로 다리를 착착 건설해간다. 

한편 탈출에 성공한 시어즈는 군 병원에 입원하여 여유작작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느 날 영국군 장교가 찾아와 일본군이 태국과 버마를 연결하는 철도를 건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이 철도가 완성된다면 연합군은 큰 위기를 맞게 된다고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 철도 구간의 가장 중요한 지점인 콰이강의 다리를 폭파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그 지역을 잘 아는 시어즈에게 이 작전에 참여해 달라고 부탁한다. 시어즈는 처음에는 이 제안을 거부하지만 결국 승낙하여 콰이강의 다리 폭파 특공대의 대장이 되어, 다리 폭파를 위해 길을 떠난다. 다리로 향하는 중 적과 만나 교전을 벌이면서 특공대의 일부 병사가 전사하고, 시어즈 자신도 다리에 부상을 입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어즈는 태국 원주민들의 도움을 얻어 부하들을 이끌고 콰이강까지 간다. 


콰이강의 다리는 훌륭히 완성되었다. 이제 다음날 일본군과 영국군 포로들은 함께 다리 완공 파티를 벌일 예정이다. 시어즈가 이끄는 특공대는 다리에 도착하여 일본군 보초의 눈을 피해 다리에 폭약을 장치한다. 다리에 폭약을 장치한 얼마 후 일본군의 사이토 수용소장과 영국군 니콜슨 대령이 마지막으로 다리를 점검하기 위해 이곳에 도착한다. 사이토 소장은 튼튼하게 완성된 다리를 보고 아주 만족한다. 그런데 니콜슨 대령은 뭔가 이상함을 느낀다. 그는 다리 주위를 꼼꼼히 관찰한다. 


니콜슨 대령은 다리 주위를 살펴본 후 다리에 폭탄이 설치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이 말을 믿지 못하는 사이토 대령에게 친절히 설명해준 후 다리 폭파를 막으려 한다. 갑자기 다리에 폭탄이 장치되었다는 말에 일본군들은 어리바리하지만, 니콜슨 대령은 다리를 지키기 위해 일본군들에게 다리 폭파 방지를 위해 친절하게 설명하고, 특공대의 위치와 작전 방식을 알려준다. 

니콜슨 대령은 이때 정신이 살짝 맛이 갔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그에게 있어 이 다리는 자신의 모든 열정과 노력을 투입하여 만든 작품이다. 이 다리가 폭파된다는 것은 그에게 있어 모든 것을 빼앗아가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개인적 집념과 군인으로서의 자신의 임무에 대해 혼란이 생긴 것이다. 자신들은 지금껏 적군을 위한 다리를 건설하였다. 아군 특공대가 이 다리를 폭파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렇다면 정상적인 판단력을 가졌다면 자신은 특공대를 도와 다리를 폭파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는 개인적 성취감과 군인으로서의 본분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오히려 적을 돕고 있는 것이다. 


니콜슨 대령으로 인해 특공대의 작전이 완전히 탄로 나 버렸다. 일본군과 특공대 사이에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진다. 다리에 장치한 폭탄의 기폭 장치가 강 자락 물가에 버려져 있다. 다리를 폭파하기 위해서는 특공대 가운데 누군가가 그곳으로 가서 기폭장치를 눌러야 한다. 한 특공대원이 기폭장치 쪽으로 달려간다. 니콜슨 대령은 그 특공대원을 막으러 달려간다. 그러던 중 달려가던 특공대원은 일본군의 총에 맞아 쓰러진다. 그제야 니콜슨 대령은 본 정신이 돌아온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었느냐며 스스로 한탄한다. 


총에 맞은 특공대원은 죽지 않았다. 그는 부상을 무릅쓰고 기폭장치에 다가가 스위치를 누른다. 폭음과 불길과 함께 다리는 폭파된다. 그리고 자신이 저지른 엄청난 잘못을 후회하면서 니콜슨 대령도 총에 맞아 죽는다. 콰이강의 다리를 폭파하기 위한 특공대의 작전은 많은 희생에도 불구하고 성공하였다. 


이 영화를 보면 콰이강의 다리가 놓여 있는 강은 조금 넓은 계곡 정도의 좁은 강이다. 폭이 100미터에도 못 미치는 것 같다. 그 아래 흐르는 물도 강물이 아니라 계곡물과 같다. 이건 아니다. 필자는 콰이강에서 배를 타고 하류 쪽으로 수십 킬로 이상을 가보았다. 콰이강은 아주 넓은 강이다. 현재 철교가 놓여있는 부분은 강 폭도 약 500미터 정도로 좁고, 또 물도 그리 많아 보이지 않지만, 조금만 하류 쪽으로 내려가면 마치 바다와 같이 넓다 물도 풍부하다. 강 양쪽은 울창한 정글이며, 이 정글 사이로 넓은 강이 도도히 흐르고 있다. 물의 양만으로 만 본다면 한강의 수십 배는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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