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차이나 3국 배냥여행(D+3)

(2022-10-19) 베트콩의 마지노 요새 구찌터널 투어

by 이재형

구찌 터널은 호찌민 시에서 40킬로가량 떨어져 있다. 개별 여행으로는 여러 교통수단을 이용하여야 하므로 속 편하게 어제저녁 여행사에서 투어를 신청하였다. 1인당 69만 동, 우리 돈으로 4만 원이 조금 안 되는 돈이다. 그런데 이 투어는 호찌민 시내관광과 구찌터널 관광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전에는 호찌민 시내 관광이고 오후가 구찌터널 관광이다.


이번 투어의 참가인원은 우리 부부를 포함하여 5명으로 단출하다. 인도인 남녀 두 사람, 그리고 독일인 청년 1명이다. 오전에는 통일궁과 전쟁박물관에 들렀다. 이곳은 이미 우리나 그저께 들렸던 곳이므로 큰 흥미가 없었다. 전쟁박물관에 가서는 며칠 전 제대로 읽지 못한 전시물들을 꼼꼼히 읽었다. 이번 투어의 가이드는 젊은 청년으로 오늘이 그의 가이드로서의 첫 번째 일이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의욕이 넘쳐흘렀다.


7. 호찌민 중앙우체국


세 번째 행선지는 호찌민 중앙우체국이다. 이 우체국 건물은 19세기 후반에 건축된 것으로서 베트남에서 가장 큰 우체국이라 한다. 이 건물은 에펠탑을 설계한 귀스타브 에펠의 작품으로서 프랑스의 아주 넓은 실내 공간과 높은 아치형 천장을 특징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프랑스의 오르세 미술관의 개념을 빌려온 것이라 한다. 이 우체국 건물은 호찌민 시의 주요 명소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우체국 안으로 들어가니 가운데는 넓은 공간이며, 공간을 빙 두른 가장자리에서는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많은 관광객이 들락거리며 하루종일 붐비는 관광객들의 시선 속에서 일을 하는 직원들도 마냥 편한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앙 벽 높은 곳에는 마치 우체국 전체를 내려다 보듯 하는 호찌민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중앙의 넓은 공간 양쪽으로는 짧고 좁은 복도가 있는데, 그곳으로 들어가면 기념품을 판매하는 가게가 있다.


20221019_112643.jpg
20221019_112852.jpg


8. 구찌터널 투어


오후에는 구찌터널로 갔다. 가이드가 노련한 중년으로 바뀌었다. 구찌터널은 호찌민 시에서 11시 방향으로 40킬로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데, 베트남이 프랑스와의 독립전쟁에서 처음으로 파기 시작하였고, 이후 미군과 전쟁을 벌이며 더욱 확대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구찌터널은 베트콩의 지하기지이자 참호였으며, 이동 루트이기도 하였다.


지하 진지라면 가장 유명한 것이 프랑스의 마지노 요새일 것이다. 마지노 요새는 지상에서 보면 좀 견고한 참호 정도로 보이나, 실은 거대한 지하도시이다. 5층 이상으로 이루어진 이 지하도시에는 대형 광장을 포함하여 온갖 시설이 다 갖추어져 있었다. 아마 수십만 병력이 큰 무리 없이 장기간 주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에 비한다면 구찌터널은 개미굴을 연상시킨다. 좁고 긴 터널이 전후 사방으로 거미줄같이 얽혀있다. 터널의 총길이는 약 270킬로미터이며, 대략 3층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구찌터널 인근에는 여러 곳의 미군기지가 위치하고 있었다고 한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버스로 거의 2시간을 달려 구찌터널에 도착하였다.

20221019_151034.jpg
20221019_151102.jpg
20221019_154113(0).jpg
20221019_154116.jpg

구찌터널 견학을 하고 나면 정말 이 사람들에게 고개가 저절로 숙여지지 않을 수 없다. 굴을 뚫는 도구는 호미보다 조금 큰 손 괭이와 대나무 소쿠리가 전부다. 힘이 센 남자가 괭이로 흙을 퍼내면 여자를 포함한 힘이 약한 사람들이 그 흙을 대나무 소쿠리에 담아 몇백 미터 떨어진 강에다 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작업은 들키지 않게 한밤중에만 이루어졌다고 한다.


터널의 입구는 수없이 많은데 대개 한 변이 40센티 정도 되는 작은 구멍이다. 나뭇잎을 얹은 뚜껑을 닫으면 바로 앞에 가더라도 입구를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어른 한 명이 들어가면 입구는 꽉 찬다. 구멍 속으로 들어가 바닥 근처에 있는 조그만 옆 구멍을 통해 땅굴 속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폐소 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들어갈 엄두도 못 낼 것이다.

굴속 통로 이동 체험을 해보았다. 이동통로는 높이가 70~80센티, 폭이 40~50센티 정도 된다. 나이가 들어 허리와 다리에 유연성이 없어져 허리를 굽힌 채 쪼그린 걸음으로 좁은 굴속을 이동한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네 손발을 사용해 기는 것이 오히려 낫겠다. 겨우 20미터만 가다 중간에 나왔는데 온몸에 땀이 비 오듯이 흐른다. 원하는 사람은 최대 80미터까지 체험해 볼 수 있다. 덩치 큰 미군들로서는 이 굴 안에 들어간다는 것은 그야말로 택도 없는 일이다.

땅굴 체험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닐 무렵에는 극장에 가면 본 영화 시작 전에 대한 뉴스란 뉴스영화를 상영했다. 대한뉴스에는 <월남 소식>이라는 코너가 있었는데, 거기서 가장 자주 나오는 장면이 베트콩 땅굴 속으로 화염방사기를 쏘아 넣는 장면이었다. 베트콩을 추적하다가도 이들이 땅굴 속으로 사라지면 미군들로서는 속수무책이다. 따라 들어갈 수는 없었으니까 화염방사기를 쏘거나 휘발유를 부어 넣어 불을 지르거나 독가스를 주입하거나 하였을 것이다. 그러면 땅굴 안에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공포에 떨었을까? 이 땅굴에는 지지대가 전혀 없다. 그야말로 개미굴과 같다. 이렇듯 취약한 땅굴 위에 폭격이라도 시작되면 낙반사고도 수없이 일어났을 것이다.

20221019_155408.jpg
20221019_155415.jpg

굴속에 있는 사람들의 호흡을 위해서는 환기통도 필요하다. 대나무를 이용하여 지름이 10센티도 채 안 되는 공기구멍을 지상까지 만들어 놓는데, 사람들이 이것을 찾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군용견들은 이를 쉽게 찾으므로, 발견될 경우 미군이 구멍을 통해 흘려보내는 휘발유나 독가스에 의해 큰 피해를 받게 된다. 그래서 군용견의 코를 속이는 벙법이 또 고안되기도 했다고 한다.


미군의 첨단무기에 대하여 이들은 풀과 나무와 쇠꼬챙이를 이용한 원시적인 부비트랩을 만들어 미군에 대항하였다. 람보나 프레데터, 인디아나 존스 등과 같은 영화에 등장하는 부비트랩들은 아마 베트콩들의 그것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수없이 많은 타이프의 부비트랩 모형이 전시되고 있다. 굴속에는 대장간도 있다. 이곳에서는 미군의 폭격으로 생긴 포탄 탄피를 주워 지뢰를 비롯한 여러 가지 무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적벽에서 조조 군으로부터 10만 개의 화살을 빼앗은 제갈량의 전술을 상기시킨다.

20221019_160447.jpg
20221019_160602.jpg

투어 일행 중에 젊은 인도 아가씨가 한 명 있는데 집사람과 뭔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집사람은 영어를 거의 못하는데, 이상하다. 알고 보니 이 아가씨 한국 드라마를 하도 많이 봐 저절로 한국어를 깨우쳤다고 한다. 우리말을 아주 잘한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좀 배웠을 것이다. 드라마만 봐서는 절대 이 정도가 될 수 없다. 그런데 이 아가씨, 말끝마다 내게 할아버지란다. 듣는 할배 기분 나쁘게.... 이 아가씨가 자꾸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도 내게 '그랜드 파'라고 한다


9. 프놈펜행 버스 예약


내일은 이곳 호찌민 시에서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가야 한다. 미리 버스표를 예약해두어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버스표를 살 수 있는지 막막하다. 인터넷에서 호찌민에서 프놈펜으로 가는 버스는 <금호삼코버스>라는 곳에서 운행한다고 한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금호삼코버스 사무실을 찾아가 프놈펜행 버스도 예약해야겠다. 구글 지도로 금호삼코버스 사무실을 찾아 그리로 향했다. 가다 보니 반탄시장이 나온다. 반탄시장은 호찌민 시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으로서 호찌민 관광의 주요 명소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많이 걸었더니 목이 마르다. 반탄시장에 들어가 시원한 마실 것을 마시기로 하였다.


나는 동남아에 가면 음료수 대신 거의 코코넛을 마신다. 자연의 과일향이 나는 코코넛 즙은 그다지 자극적이지 않아 갈증을 달래는 데는 최고이다. 시장 안에는 작은 과일주스 가게가 여럿 줄지어 있다. 한 곳을 찾아 나는 코코넛, 집사람은 망고주스를 마셨다. 이곳에서는 과일주스를 주문하면 설탕을 섞어서 주스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너무 달다. 주문하면서 꼭 “노 슈거”를 부탁하여야 자연의 단 맛 그래로의 과일 주스를 즐길 수 있다.


어느 건물 창구 앞에 긴 줄이 서있다. 무엇인가 보니 환전소이다. 이렇게 긴 줄을 서있는 것을 보니 이곳에는 좋은 환율로 환전을 해주나 보다. 나도 이곳에서 400불을 환전하였다. 공항에서 환전한 것보다 40만 동, 그러니까 25,000원 정도 더 받은 것 같다.


환전을 한 후 조금 더 걸으니 금호삼코버스 사무실이 나온다. 차비는 기억이 확실치 않은데 1인당 40불 정도였던 것 같다. 코로나 이전에는 운임이 10불 조금 넘는 정도인데, 몇 배나 오른 셈이다. 그렇지만 작년 가장 비쌌을 때는 100불 가까이까지 하였다고 하는데, 그때에 비하면 많이 내린 셈이다. 버스를 이곳에서 탄다고 하는데, 이곳 위치를 잘 기억해 두어야겠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곳은 투숙하고 있는 호텔에서 겨우 200미터 남짓 떨어진 가까운 곳이었다.

20221018_184346.jpg
20221018_184546.jpg
20221018_185102.jpg
호치민 여행자 거리의 밤 풍경


keyword
이전 07화인도차이나 3국 배낭여행(D+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