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차이나 3국 배낭여행(D+4)

(2022-10-20) 프놈펜 메콩강의 야경

by 이재형

이 여행을 계획할 때는 베트남의 메콩강 델타 지역에 있는 도시 꺼턱에서 프놈펜까지 배를 타고 가려고 했다. 프놈펜은 메콩강변에 있는 도시이므로 베트남에서 메콩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프놈펜이 나온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어떤 사람의 블로그에서 5-6년 전에 꺼턱에서 프놈펜까지 페리를 카고 갔다는 글이 나왔다. 더 자세한 정보를 알려고 인터넷을 뒤졌으나 더 이상의 정보는 얻지 못하였으며, 그러던 중 이 노선이 2-3년 전에 폐지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배를 타고 메콩강을 몇백 킬로 거슬러 올라가 국경을 넘는 환상적인 여행을 잠시 기대하였으나 결국 실현될 수 없는 꿈이었다.


10. 슬리핑 버스를 타고 프놈펜으로 이동


호찌민에서 프놈펜까지는 300킬로가 채 안 되는 거리이다. 그렇지만 길이 워낙 좋지 못해 버스로 6시간이나 걸린다고 한다.


내가 베트남 교통수단 가운데서 제일 좋아하는 것이 슬리핑 버스이다. 이 버스는 좌석이 2층 3열로 되어 있는데, 좌석은 승객 개인별로 케이지 형태로 되어 있다. 각 케이지마다 커튼이 달려있어 커튼을 닫으면 완전히 개인 공간이 된다. 의자는 가장 많이 세우면 45도, 눕히면 거의 80도 정도까지 눞는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앉아 갈 수도 누워 갈 수도 있다. 오랜 시간 타도 엉덩이가 아프거나 하는 일은 없다.


이 버스를 탈 때는 신발을 벗어 비닐봉지에 각자 간수해야 한다. 목적지까지 지루하지 않고 아주 편하게 갈 수 있다. 중간에 휴게소에라도 들리면 승객들이 각자 간수하고 있는 자신의 신발을 꺼내 신고 하는 것은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다. 슬리핑 버스에서는 승객들을 배려하여 버스가 휴게소에 도착하면 버스 출입문 옆에 슬리퍼를 대령해 놓는다. 승객은 자신의 신발을 꺼낼 필요가 없이 출입문 옆에 있는 슬리퍼를 신고 내리면 된다. 아주 서비스 만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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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프놈펜 운행 금호삼코버스와 그 내부
승객을 위한 슬리퍼

버스를 탄 후 서너 시간 정도 지났을까, 베트남 국경에 다달았다. 베트남 출국 수속과 캄보디아 입국 수속을 밟아야 한다. 캄보디아는 우리나라와 무비자 방문 협정이 체결되어 있지 않아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이 출입국 및 비자발급 절차를 버스회사 직원이 대행해준다. 버스회사 직원이 1인당 40달러씩을 걷는다. 35달러는 비자발급 수수료이며, 남은 5달러로는 베트남 및 캄보디아 출입국사무소 직원들에게 각각 2달러씩 건네고, 1달러는 대행료 명목으로 버스회사 직원이 갖는 것 같다.


그러니까 베트남과 캄보디아 출입국사무소 직원들에게 주는 돈은 일종의 뇌물인 셈인데, 이렇게 보니 뇌물이 아주 제도화된 것 같다. 이 돈을 주지 않으면 관리들이 괜히 시비를 걸어 출입국을 아주 어렵게 한다고 한다. 인터넷에는 정의감에서 혹은 돈이 아까워서 이 돈을 주지 않으려고 출입국관리소 직원들과 싸운 무용담이 종종 보이는데, 내가 그런다고 해서 이 사람들의 부패를 없애는 일도 아니라 그냥 편하게 돈을 주고 국경을 통과하였다. 2달러의 뇌물 탓인지 출입국 수속은 별 성가신 일이 없이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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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핑 버스 휴게소

베트남 출입국관리사무실 앞에서 버스가 서면 캐리어나 배낭 등 짐을 모두 내려 소지한 채로 베트남 출국 수속을 밟게 된다. 출국 수속을 마치면 짐을 가지고 걸어서 캄보디아 출입국관리사무소까지 간다. 한낮이라 햇빛이 쨍쨍 내라쬐며 숨 막히는 더위가 엄습해온다. 이게 진짜 동남아 날씨이다. 캄보디아 국경 역시 뇌물 덕분인지 별로 귀찮은 일이 없이 쉽게 통과하였다.


국경을 통과한 버스는 다시 프놈펜을 향하여 달린다. 나는 2층 자리에 앉고 집사람은 아래 1층 자리에 앉아있다. 좌석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완전히 격리되어 있다 보니 주위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영화를 보고나 잠잘 수 있다. 버스에 에어컨도 적당히 나와 아주 쾌적한 온도이다. 태블릿 PC로 가져온 영화를 한두 편 보고 나니까 프놈펜에 도착한다. 7시간 동안의 버스 여행이었지만 지루하다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베트남 출입국관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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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캄보디아 국경의 풍경


11. 메콩강의 야경


여행을 하기 전 인터넷을 찾아보니 프놈펜에서 시내 교통요금은 항상 흥정을 해야 한단다. 미터기가 없는 것이다. 프놈펜에서 가장 싼 교통수단은 툭툭이라는 것인데, 오토바이 뒤쪽에 캐빈을 달고 그 안에 객석을 만든 것이다. 보통 2명이 탈 수 있지만, 4명이 탈 수 있는 것도 있다. 툭툭은 특히 외국인에 대해서는 바가지가 심하고, 가격에 합의하고도 나중에 딴소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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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놈펜의 주요 교통수단 툭툭이

프놈펜 버스 터미널에 내리니 툭툭이와 오토바이 운전사들이 몰려온다. 말도 섞지 않고 바로 그랩으로 툭툭이를 호출하니 1분도 안돼 달려온다. 예약한 호텔까지는 2킬로 정도인데, 우리 돈 1,700원 정도. 타보면 택시보다 훨씬 재밌다. 호텔은 방이 제법 넓어 호찌민에서 좁은 호텔방에서 지냈던 답답함이 풀어진다.


호텔에서 한숨 돌리고 메콩강 야경을 보러 간다. 프놈펜은 메콩강을 끼고 있는 도시이다. 호텔에서 메콩강변까지는 약 4킬로 정도 되는데, 이번엔 집사람을 위해 프리미엄 툭툭이인 <툭툭이 맥시마>를 호출하였다. 일반 툭툭이보다 170원 더 비싸다. 일반 툭툭이는 옆문이 없는데 비해 맥시마는 옆문이 달려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이번엔 요금이 1,600원 정도 나왔다.

프놈펜 메콩강변 야시장
야시장 안의 음식 시장

메콩강변에는 프놈펜의 명물이라는 야시장이 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그다지 규모는 크지 않다. 야시장에서는 대부분 옷이나 신발, 잡화 등의 물품을 팔고 있으며, 시장 안 쪽 넓은 공터에 음식점이 모여있다. 집사람이 새로 산 운동화를 신어서 발이 아프다고 한다. 이곳 사람들이 즐겨 신는다는 고무로 만든 슬리퍼형 신발을 하나 샀다. 그리고 나도 돋보기안경을 필요할 때마다 매번 주머니에서 꺼내는 일이 성가시어 안경을 목에 거는 줄을 하나 샀다.


식당가에는 대략 10여 개의 노점 음식점이 있다. 음식점은 공터 주위를 빙 둘러싸고 있으며, 자리가 깔린 가운데 공간에서 사람들이 음식을 먹는다. 가장 비싼 밥을 시켰더니 둘이서 12,000원쯤 되었다. 맛이 괜찮은 편이다. 식사를 마치고 후 걸어 나오는데 사탕수수 줄기를 파는 노점상이 보인다. 사탕수수 줄기를 압축기에 넣어 즙을 짜서 마시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칡즙을 짜서 파는 노점상을 연상하면 될 것이다. 큰 잔 한 잔에 1달러인데 아주 맛있다. 코코넛보다 이쪽이 맛이 훨씬 낫고 청량감도 강하다. 이젠 코코넛보다 사탕수수 줄기 즙을 마셔야겠다.


메콩강 유람선 선착장
유람선 내부

약 30분 정도 강변을 산책한 후 메콩강 유람선을 탔다. 탑승료는 1인당 5불인데, 탑승하면 1인당 펩시 콜라를 한 캔씩 나누어준다. 이 유람선은 레스토랑을 겸하고 있다. 배는 2층으로 되어 있는데, 1, 2층 모두 레스토랑 테이블과 의자로 되어 있다. 음식을 주문하는 것은 손님의 자유이며, 음식을 주문하지 않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서 조금도 불평하지 않는다.


유람선은 약 1시간 동안 넓은 메콩강을 주유하면서 프놈펜의 야경을 보여준다. 그리고 앞에 있는 조그만 무대에서는 20살을 갓 넘었을 것으로 보이는 남녀 한쌍이 노래를 불러준다. 노랫소리의 선율은 메콩강으로 흘러 퍼진다. 캄보디아의 왕궁, 대통령궁 등 주요 건물은 모두 메콩강변에 위치해있다. 이 건물들은 화려한 금색 칠로 되어 있으며 밝게 조명하고 있다. 메콩강 가운데 유람선에서 보이는 강변은 화려한 건물들은 밝은 조명을 받아 번쩍이며 프놈펜의 밤을 장식한다. 관광자원이 별로 없는 프놈펜에서는 이게 최고 볼거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주 즐거운 하룻저녁이었다.

메콩강 밤뱃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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