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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Dec 19. 2022

인도차이나 3국 여행(D+24a)

(2022-11-09a)  닌빈의 <땀꼭>으로 이동

4년 전 혼자 베트남 여행을 할 때 닌빈에 들러 그 절경에 감탄하고 꼭 다시 한번 들리기로 마음먹었다. 이제 그 소원이 이루어진 거다. 그때는 새벽에 닌빈에 도착해 저녁에 하노이로 떠나 한나절밖에 관광을 못했지만 이번엔 사나흘 느긋이 지낼 예정이다. 투숙한 호텔은 닌빈 시가지에 있다. 여기까지 와서 복잡하고 탁한 시가지에 투숙하기는 억울하다. 닌빈의 명소의 하나인 땀꼭에 있는 숙소를 예약하였다. 


64. 닌빈의 병원 체험


그저께부터 집사람이 방광염 증상이 있다고 한다. 마침 투숙한 호텔에서 몇백 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 종합병원이 있어 그리로 갔다. 말이 종합병원이지 목조와 시멘트로 된 'ㄷ' 자 모습의 3층 건물이다. 1960년대 우리나라 병원을 연상케 하여 아련한 옛 생각이 떠오르기도 한다. 의사는 10명도 넘는 것 같은데 환자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어디가 접수처인지 알 수가 없다. 왼쪽 건물에 창구가 있고 젊은 여성 셋이 앉아있길래 그리로 가니 접수처가 맞다고 한다. 그런데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파파고 번역기로 '방광염'을 베트남어로 말하고 여기서 접수하는 것이 맞냐고 하니까 그렇다고 한다. 예치금으로 60만 동(약 4만 원)을 내라고 한다. 그리고 안내하는 진찰실로 가니 의사가 없다. 워낙 환자가 없어서 의사들끼리 한 곳에 모여 수다를 떨고 있는 모양이다. 조금 있으니 의사가 오는데 3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다. 이 의사 역시 영어가 서툴며, 나도 집사람의 증상을 영어로 설명할 자신이 없다. "살살 아프다." 같은 말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닌빈의 종합병원

내가 다시 파파고를 꺼냈다. 의사도 구글 번역기를 꺼냈다. 어라? 의외로 소통이 잘 된다. 이전에는 스마트폰 한 대로 통역을 하면 아주 비효율적이고 성가셨는데, 각자 자신의 핸드폰의 통역기를 켜고 말하니 통역이 아주 쉬워진다. 즉 각자 통역사를 한 사람씩 데리고 대화를 하는 셈이다. 커뮤니케이션이 거의 문제없이 이루어진다. 다만 한 가지, 나는 의사에게 높임말을 사용하는데, 얘는 내게다 대고 따박따박 반말이다. 젊은 애가... 분하다. 


초음파 검사, 혈액 검사, 소변 검사를 마친 후 큰 문제는 없다며 약을 처방해준다. 다시 수납처로 갔다. 진료비가 얼마나 나왔는지 궁금했다. 80만 동쯤 되지 않을까 짐작해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4만 5천 동(약 3천 원)이라며 예치금 60만 동에서 55만 5천 동을 돌려준다. 약값도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역시 얼마 되지 않았다. 라오스 의료비의 1/10밖에 되지 않은 것 같다. 라오스에서도 병원에 갔지, 오늘 또 베트남에서 병원에 갔지, 이번 여행에서는 참 여러 가지 체험을 많이 한다.


65. 땀꼭의 그림 같은 숙소


새 숙소는 땀꼭의 호수 바로 옆으로 예약하였다. 땀꼭은 평야와 강과 늪지와 호수, 그리고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산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그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곳은 영화 <인도차이나>의 배경으로 등장해 그 아름다움을 자랑하기도 하였다. 땀꼭은 ‘세 개의 동굴’이라는 뜻인데, 이 동굴은 산속에 있는 평범한 동굴이 아니라 산 아래에 강물이 통과하는 동굴이다. 


새 숙소는 늙은 부부가 운영하는 홈스테이인데, 말이 홈스테이이지 호텔이라 해도 무방한 시설이다. 제법 넓은 풀까지 갖추고 있다. 아파트 형의 객실과 방갈로 풍의 객실이 있는데, 우리 숙소는 독채인 방갈로이다. 집 마당 안쪽에 높이가 50미터는 되어 보이는 절벽이 우뚝 서있다. 넓지 않은 마당에는 나무와 꽃들이 심어져 있다. 그림 속에서나 볼 듯한 숙소이다. 집 앞으로는 호수가 있고, 호수 뒤로는 빼어난 모습을 한 산들이다. 이곳은 지역 전체가 절경을 이루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숙소 안 풍경

주인 부부가 모두 유쾌한 사람이다. 아주 친절하다. 주인 남자는 자신은 농부라고 하면서 영어는 전혀 못 한단다. 그러면서도 구글 번역기를 얼마나 잘 사용하는지 커뮤니케이션에 전혀 문제가 없다. 방도 이 집에서 제일 비싼 방으로 선택했는데 아주 마음에 든다. 그래 봐야 우리 돈 4만 원 정도이다. 숙소가 마음에 들어 처음 하루만 예약했던 것을 3일 동안 머물겠다고 했더니, 주인은 좋아하면서 첫날 요금은 72만 동이지만 나머지 이틀은 60만 동으로 할인해주겠다고 한다.


66. 해외 숙박 예약 사이트 사용법


요즘은 국내여행이든 해외여행이든 숙박 예약에 있어 인터넷 예약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 대세인 것 같다. 국내에는 여기어때, 야놀자 등이 있으며, 해외 사이트로는 에어비앤비, 아고다, 북킹스, 호텔닷컴, 트립닷컴 등 수많은  업체가 있다. 같은 숙박업소라도 앱마다 가격은 조금씩 다르기도 하는데, 대체로 아고다와 트립닷컴이 조금 싼 것 같다. 그리고 아고다와 트립닷컴이 다른 예약사이트보다 중저가 숙소를 많이 취급하는 것 같다. 

숙소 집앞 풍경

나는 국내 여행도 자주 하기 때문에 숙박 앱을 종종 이용하는데, 경험상 국내에서는  숙박업소에 직접 컨택하여 예약하는 것보다 숙박 앱을 통하는 것이 조금 더 싸다. 그래서 나는 해외에서도 당연히 그러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이번 여행에서도 숙박 앱보다 직접 예약하는  것이 더 싼 경우를 몇 번 경험하였다. 지난번 팍세에서도 아고다를 통한 예약은 30불이었는데, 내가 숙박 연장을 하니 25불이었다. 이번의 땀꼭 숙소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숙박 앱을 통해 예약하는 경우가 비싸긴 하지만, 숙박 앱을 통하지 않고는 여행지의 숙박 정보를 알 수 없다.


그러므로 한 숙박업소에서 며칠간 묵을 경우 첫날 하루만 예약하고 다음날부터는 그 숙박업소에 도착하여 판단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물론 숙박비에 신경을 쓰지 않는 여유 있는 여행이라면 그럴 필요가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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