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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Dec 18. 2022

인도차이나 3국 여행(D+23b)

(2022-11-08b) 국경을 넘어 닌빈으로

한 자리에 계속 누워있으니 불편하다. 이리저리 몸을 뒤척인다. 한 번씩 정차를 하여 버스에서 내리면 그렇게 좋을 수 없다. 시간이 좀처럼 가지 않는다. 두세 시간 지났거니 하고 시간을 확인해 보면 한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자다 깨다를 몇 번이나 반복하니 하늘이 뿌옇게 밝아오고 버스가 멈춘다. 라오스 출입국 사무소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깊은 산중인 것 같은데 비교적 넓게 터를 닦아 출입국 사무소를 만들었다. 지금은 6시, 버스가 출발한 지 12시간이 지났다. 


61. 라오스-베트남 국경을 넘으며


출입국 관리사무소의 직원들은 오전 7시부터 일을 시작한단다. 그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주위 경치를 구경하고 가볍게 산책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산속의 새벽 공기가 신선하다. 라오스 출국 절차가 시작되었다. 무슨 일을 그렇게 꾸물대는지 한 사람 통과하는데 5분 이상은 걸리는 것 같다. 


라오스 출국 절차를 마치면 베트남 출입국 사무소까지 가야 한다. 라오스 사무소에서 베트남 사무소까지 거리는 500미터쯤 되는데 버스에서 짐을 내려 끌고 가야 한다. 베트남 입국절차도 시간이 만만찮게 걸린다. 절차를 마치고 베트남에 입국하니 9시, 겨우 20명이 출입국 절차를 마치는데 2시간이 걸렸다.

라오스 국경
라오스 국경 사무소
국경사무소 업무시작 시간까지 대기
국경사무소 주위 풍경
국경사무소 주위 풍경
추워서 파커를 입었지

베트남-캄보디아와 캄보디아-라오스 국경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관리들이 돈을 받지 않는다. 돈을 받은 국경 관리소에서는 대충 통과시켜 주었는데, 이곳은 상당히 깐깐한 편이다. 여하튼 별일 없이 통과하였으니 다행이다. 


국경 사무소를 나와 집사람이 외따로 떨어진 화장실에 갔다 오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무리 더럽다 더럽다 해도 이렇게 더러운 변소는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멀리서 보니 화장실 앞에 젊은 서양 아가씨 몇 명이 줄을 서있다. 한 명이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더니 금방 손을 내저으며 나온다. 도저히 못 들어가겠는 모양이다. 심각하게 토론을 하는 듯하더니 결국은 함께 화장실 뒤쪽의 계곡으로 내려간다. 이럴 땐 남자라는 것이 편리하다. 그런데 베트남은 나라의 관문인 국경의 화장실을 왜 그렇게 두는지 의아하다. 아마 직원들은 사무소 건물 내의 화장실을 사용하니까 아쉬운 것이 없어 그런 듯하다. 

베트남 국경사무소까지 걸어서 이동
베트남 국경 통과

다시 버스는 출발한다. 버스는 계속 내리막 길을 내려간다. 국경 사무소가 상당히 높은 곳에 위치하였나 보다. 주위의 산과 숲 풍경이 아름답다. 구글 지도를 켜니 이 지역이 베트남 국립공원 안이다. 국립공원을 통과하고 있는 도로를 지나고 있는 것이다.  하노이까지는 여전히  300킬로, 8시간이나 남았다. 


62. 외모로 사람 평가를 말자


승객 가운데 젊은 서양 여자가 예닐곱 명, 젊은 서양 남자가 서너 명 정도 된다. 젊은 남자 가운데 한 명이 용모가 아주 특이했다. 평생 머리를 한 번도 안 깎았는지, 자신의 키보다도 더 긴 머리칼을 뒤로 휘감아 묶고 있다. 처음에는 무슨 털모자를 쓴 걸로 알았다. 그뿐만 아니다. 드러난 팔, 다리와 등은 온통 문신으로 덮여있다. 그것도 어떤 특별한 그림이나 글씨가 아니라 정말 담벼락이나 공동변소의 낙서처럼 온몸에 온통 '호작질'을 해놓았다.


집사람은 얘가 장시간 버스를 타고 가면서 난동이나 부리지 않을까 겁이 났다고 한다. 나도 그의 그런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런데 20여 시간을 함께 버스에서 지내고 보니, 그 친구처럼 조신한 서양인을 본 적이 없다. 매사에 예의 바르고,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기꺼이 도와준다.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으며, 행동 하나하나에 조심성이 있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를 때나 출입국 절차를 밟을 때도 항상 양보하며 다른 사람을 배려해준다. 


것 모양만 보고 사람을 평가할 일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63. 닌빈으로 목적지 변경


12시쯤 점심을 먹고 버스는 다시 달린다. 유튜브 바둑 채널을 켰다. 신진서와 최정의 삼성화재 배 결승전이 중반전에 접어들고 있다. 최정이 선전하고 있다. 형세는 팽팽하다. 그러던 중 형세가 갑자기 기울어진다. 최정이 점점 불리해지더니 결국은 헤어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리고는 얼마 못가 돌을 던진다. 최정은 비록 결승에선 졌지만 눈부신 선전이다. 이것을 계기로 앞으로 여자 기사들이 더 큰 활약을 해주면 좋겠다.


하노이까지는 아직도 6시간 정도 남았다. 그런데 구글 내비를 켜보니 여기서 하노이로 가는 길은 닌빈을 거쳐 가는 길과 또 다른 길 2개가 있는 것으로 나온다. 혹시 이 버스가 닌빈을 지나간다면 구태여 하노이까지 갈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노이에서 이틀 정도 지내고 닌빈으로 이동할 계획인데, 복잡한 하노이 사정을 감안한다면 이틀 정도 있어봐야 별로 할 것도 없다. 하노이가 우리나라의 서울이라면 닌빈은 수원쯤 되는 도시이다. 

닌빈 시가지

운전기사에게 닌빈에 내려달라고 했다. 운전기사는 좋다고 한다. 버스가 빈에 도착하자 함께 타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내린다. 이제 버스 안에 승객이라고는 우리 부부밖에 없다. 급히 닌빈의 호텔을 예약했다. 마음 좋은 버스기사는 우리 호텔의 위치를 묻더니 호텔 바로 앞에 차를 세워준다. 버스를 내리니 오후 6시 반, 장장 24시간 30분에 걸친 버스 여행이 끝났다.


호텔에 체크인하고 급하게 세수만 한 후 먼저 근처 식당에서 허기진 배를 채웠다. 사이공 비어를 한 병 마시니 온몸이 나른해진다. 호텔로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나니 이제 살 것 같다. 날아갈 것 같이 상쾌하다. 침대에 눞자마자 그냥 꿈나라로 직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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