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형 Dec 20. 2022

인도차이나 3국 여행(D+24b)

(2022-11-09b) 뱃놀이로 땀꼭의 절경 즐기기

방에서 쉬다가 오후 3시가 넘어서 밖으로 나왔다. 마침 날씨가 흐려 보트 관광에 딱 좋은 날씨다. 이곳은 짱안과 함께 보트 관광의 명소다. 지난번에 왔을 때 항무아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았던 절경이 바로 이곳 땀꼭의 보트 관광 코스이다. 사공이 노를 젓는 작은 보트에 관광객 2-3명을 태우고 약 두 시간 관광하는 프로그램이다. 


67. 땀꼭의 보트 관광


숙소 바로 앞에는 호수가 있고, 호숫가 옆길을 따라 200미터쯤 나오면 보트 승선 티켓을 파는 매표소가 있다. 매표소에서 39만 동(약 2만 3천 원)을 지불하고 보트를 탄다. 보트는 사공 외에 승객 두 사람이 타면 적당한데, 간혹 세 사람이 탄 배도 보이기도 한다. 나는 보트 요금이 40마나 동이면 40만 동이지 왜 하필 39만 동인지 궁금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보트에는 3명이 탈 수 있고, 한 명의 승선료가 13만 동이어서 그런 게 아닐까 짐작해본다.  


우리가 탄 보트는 출발하여 마을을 빠져나간다. 호수 옆에 자리한 집들의 낮은 담장에서 자르는 꽃들이 호수가를 장식하고 있다. 집들 가운데는 마당과 호수가 그대로 연결되는 집들도 많다. 배는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아치형 다리 아래로도 통과한다. 담장이나 다리와 같은 구조물들이 호수와 어울려 좋은 경치를 만든다. 마치 중국의 그림 속에 나오는 풍경 같다. 

마을을 벗어나니 보트는 산과 산 사이에 있는 넓은 습지를 통과한다. 보트가 다니는 물길 양쪽에는 벼가 자라고 있다. 이곳 물길도 이전에는 논이었을지도 모른다. 이곳 닌빈의 산들은 중국 계림의 산들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베트남의 하롱베이를 "바다의 계림"이라 부른다. 그리고 이곳 닌빈을 "땅 위의 하롱베이"라 부른다. 그러니까 결국 계림=닌빈인 셈이다. 그런데 나는 계림에 가보지 못했지만 계림이 마무리 좋다지만 닌빈 만 할까 하는 생각이다.


보트가 나아가면서 양쪽 산의 절경이 펼쳐진다. 산뿐만 아니다. 물길 옆에 있는 바위 절벽들, 그리고 그 아래 펼쳐지는 자연과 인공의 구조물, 모든 것이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다. 보트를 타고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우리와 마주치는 보트와 거기에 탄 사람들도 자연과 하나가 되어 경치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보트가 교차하면서 관광객들은 서로가 반갑게 손을 흔든다.

산 아래로 물길이 지나간다. 이곳은 석회암 지역이라 바위가 물에 녹아 자연적으로 물의 터널이 생긴 곳이 많다. 이곳뿐만 아니라 베트남의 많은 지역에서 이러한 물의 터널을 발견할 수 있다. 첫 번째 터널로 들어선다. 마주오는 보트의 승객들이 터트리는 카메라 플러시가 이곳저곳에서 번쩍이며 동굴의 어둠을 밝혀준다. 머리 위로 돌고드름이 지나간다. 뱃사공이 주의하여 안전한 코스로 가지만 그래도 머리를 조심해야 한다.

긴 물의 터널을 빠져나오면 다시 새로운 경치가 펼쳐진다. 이제 절경도 눈에 익숙해진다. 처음의 감동보다는 감탄의 강도가 낮아진다. 조금 가면 다시 두 번째 터널이 나오고 곧이어 세 번째 터널이 나온다. 세 번째 터널을 빠져나오면 보트를 회항시키는 곳이다. 이곳에서 잠시 경치를 구경한 후 보트는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좀 전에 지나온 풍경이지만 돌아가면서 보는 풍경은 또 다른 느낌을 준다. 

물 한쪽으로 하얀 오리 떼가 보인다. 그리고 저 멀리 산 중턱에는 염소들이 보인다. 거의 직각에 가까운 산들인데 어떻게 올라갔는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보다도 염소 주인들이 저 염소를 어떻게 데려오나 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든다. 


두 시간 반에 걸친 아주 좋은 보트 투어였다. 보트에서 내리니 어둠이 깔린다.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풀로 뛰어들어 더위를 식힌다.


68. 안남미(安南米)의 추억


이곳은 관광지이기 때문에 조금만 걸어 나가면 모두 식당이나 바이다. 그동안 주로 쌀국수만 먹다가 오랜만에 볶음밥을 먹었다. 베트남의 향신료가 섞인 꼬들꼬들한 볶음밥을 먹으니 옛 생각이 난다. 


60대 후반 이상의 나이를 드신 분들은 안남미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쌀은 크게 자포니카 종과 인디카 종으로 나뉘는데, 우리가 먹는 쌀은 자포니카 종이고, 인디카 종은 주로 동남아 국가들에서 먹는다. 1960년대 초반 우리나라의 식량 사정이 열악하였을 때, 미국이 우리에게 원조해 준 쌀이 대부분 인디카 종 쌀이었다. 우리는 그 쌀을 안남미(安南米), 혹은 와전되어 "알량미"라 불렀다. 안남(安南)이란 중국이 베트남을 지칭하는 말이다.

안남미는 동사무소에서 배급해주었다. 어머니를 따라 배급표를 들고 쌀을 배급받기 위해 동사무소 앞에 긴 줄을 섰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안남미란 것이 찰기라고는 전혀 없고 푸석하며 게다가 냄새는 왜 그리 나는지, 그 당시 그렇게 식량 사정이 어려웠던 시기에도 안남미로 지은 밥을 먹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고역이었다. 학교에 가서 아이들과 얘기해보면 안남미 밥은 정말 못 먹겠다는 아이들이 많았다.


20여 년 전 동남아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태국에 여행을 하였다. 그리고 그 후에 골프를 시작하면서 동남아 국가에는 수도 없이 여행을 하였다. 처음 동남아에 갔을 때 가장 걱정했던 것이 그 냄새나는 안남미 밥을 어떻게 먹나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먹어보니 냄새도 전혀 없고 꼬들꼬들한 것이 맛있다. 특히 볶은밥은 우리 쌀로 만든 것보다 훨씬 더 맛있다. 요즘은 안남미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다. 오히려 더 맛있다고 느낄 때도 있다.


옛날 우리가 배급받아먹었던 원조받은 안남미는 아주 하급품이었던 것 같다. 아니면 몇 년 묵은쌀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때문에 몇십 년을 안남미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었다. 지금은 안남미 밥이 아주 맛있다.

이전 06화 인도차이나 3국 여행(D+24a)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