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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Dec 23. 2022

인도차이나 3국 여행(D+25b)

(2022-11-10b) 논과 습지가 만들어낸 환상의 땅 항무아

점심 식사 후 집사람과 항무아에 가기로 했다. 나는 이미 4년 전에 항무아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때 그 절경을 다시 한번 보고 싶었고, 또 집사람에게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항무아는 이곳에서 5킬로 정도 떨어져 있다. 집사람과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가기로 했다. 시험 삼아 숙소 근처에서 집사람을 뒤에 태우고 주행 연습을 해보았다. 그런데 안 되겠다. 나도 아직 오토바이에 익숙지 않은데다 집사람 역시 평생 타 본 적이 없어 주행이 불안하다. 안전하게 택시를 탔다.


71. 환상의 땅 항무아


항무아는 가파른 돌계단이 있는 전망대이다. 항무아는 이곳의 경치도 좋지만 그보다는 전망대 위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일품이다. 짱안의 보트 투어도 전망대에 오르면 그 전체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은 닌빈의 다른 산들이 다 그렇듯이 평지에서 거의 수직으로 산이 솟아나 있다. 전망대가 있는 산 꼭대기까지 돌계단이 놓여있고, 계단을 모두 올라가면 산 꼭대기가 자연스런 전망대가 된다. 산의 높이는 200 미터가 채 못될 걸로 생각한다. 그렇지만 거의 수직으로 솟은 산이라 계단이 엄청 가파르다. 

계단을 오르는데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다. 발을 잘못 삐끗하기라도 한다면 끝장이다. 여긴 우리나라와 달라 안전의식이 희박하다. 우리나라라면 안전을 위해 시설에 만전을 기하겠지만, 여긴 변변한 손잡이 레일도 없다. 특히 나이가 들어 다리 힘이 약해진 사람들이 계단을 오르내리다가 다리가 꺾이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치명적일 것이다. 처음에는 그래도 오를 만 하지만 정상 근처의 계단은 가파르기가 엄청나다. 

정상에 올라가면 사방의 경치가 모두 보여 빼어난 경치를 모두 감상할 수 있지만, 중간중간에도 경치를 내려볼 수 있는 데가 몇 곳 있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도 아주 그만이다. 계단을 한참 올라가다 보면 조그만 정자 같은 곳이 나오는데, 이곳에서는 간단한 음료수 정도를 판매하고 있다. 여기서부터가 정말 죽음의 계단이다. 경사가 보통이 아니다. 이렇게 급한 경사인데도 불구하고 손잡을 곳이 별로 없다. 겨우 계단 옆의 바위나 나무들을 잡아가면서 힘들게 올라간다. 집사람은 여기서 몇 계단을 오르다가 일찌감치 포기해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50미터쯤 올라가면 이제 정상에 이르는 마지막 계단에 이른다. 여기는 정말 경사가 상상을 초월한다. 계단 옆에 붙어 바위나 나뭇가지를 잡으며 간신히 올라간다. 바위나 나뭇가지조차 없었다면 나도 여길 올라가는 것은 포기해버렸을 것이다. 그만큼 경사가 심하고, 그래서 위험하기 짝이 없다. 


힘들게 정상에 올랐다. 다시 보는 경치지만 그래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산 아래 이쪽으로는 탐꼭의 습지와 보트 길, 그리고 그곳을 오가는 보트들이 보인다. 보트를 타면서는 미처 몰랐던 그곳 습지의 절경을 이곳에서는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그 반대쪽은 드넖은 평야이다. 그 평야는 전부 논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논에 물이 가득 차서 평야 전체가 광활한 습지를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바다나 거대한 호수같이 보이기도 한다. 그 습지 중간에 마치 컵을 엎어놓은 듯한 작은 산들이 몇 개 섬처럼 떠있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이다.

산 정상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사방의 절경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감상한 후 내려온다. 내려오는 길도 오르는 길 못지않게 어렵다. 물론 올라오는 것만큼 힘들지는 않으나, 가파른 계단을 내려다보며 걷기 때문에 공포감이 커진다. 젊을 때라면 그리 염려를 할 필요는 없지만, 균형감이 많이 약화된 데다가 다리 힘도 약해져 혹시 중심을 잃거나 발이 미끄러질까 봐 여간 조심되는 것이 아니다. 


72. 타이비 사원을 거쳐 탐꼭의 절경을 감상하면서 걸어서 귀가  


벌써 시간이 4시가 지났다. 가까운 곳 한 곳을 더 보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시간상 먼 곳으로 가기는 힘들다. 숙소인 탐꼭 근처에 타이비 사원이라는 곳으로 갔다. 타이비 사원은 항무아에서 가자면 탐꼭을 거쳐서 간다. 거리가 7킬로미터 정도인데 작은 밴을 타고 갔다. 요금은 우리 돈으로 5천 원 정도. 라오스였다면 그 낡아 빠져 털덜 거리는 툭툭이로 만원 이상은 줬어야 할 거리이다. 


타이비 사원은 무속에 가까운 사원인 것 같다, 시찰 건물도 주위 경치도 볼 것이 없다. 본 건물 안에는 불상은 없고 장군상 같은 것이 모셔져 있다. 관우 상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이곳은 닌빈을 도입지로 세운 베트남 옛 왕조의 시조인 태종의 사당이었는데, 나중에 사원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다지 크지 않는 사원이다. 

곧 무슨 행사가 있는지 마당에는 음식물을 잔뜩 마련해두고 있으며, 휘장과 인물상 같은 것을 준비해두고 있다. 그래서 행사 준비로 빈틈이 없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 건물 안에 들어가니 제사상 같은 것이 있는데, 많은 음식들과 함께 삶은 돼지머리까지  놓아두고 있다. 그다지 볼 것은 없는 사원이었다. 


숙소까지는 약 2킬로 정도의 거리인데 걸어가기로 했다. 사원과 사원을 둘러싼 경치는 볼 것이 없었지만 돌아가는 길은 일품이다. 길이 탐꼭의 물길과 나란히 있는 구간이 많다. 길 옆 물의 경치가 일품이고, 저멀리 보이는 산의 절경 역시 일품이다. 나는 이 절경 사이를 걸어 숙소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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