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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an 24. 2023

영화: 잔혹ㆍ이상ㆍ학대 이야기 원록 시대의 여자들

1960년대 일본에서는 야쿠자 영화가 대유행을 했다. 이 시기에는 조폭, 즉 야쿠자를 소재로 한 영화가 수없이 많이 제작되었다. 이렇게 야쿠자 영화가 성행하다 보니 영화 팬들도 서서히 질리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되지 일본의 전체 영화판도 조금씩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 타개책으로 나온 것이 에로 영화였다. 


일본에서 가장 큰 영화사인 도에이(東映) 영화사가 먼저 출발을 하여 1960년대 말부터 에로 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했는데, 이들 에로 영화는 급속히 인기를 얻기 시작하였다. 이를 시작으로 도에이(東映) 사를 비롯한 쇼치쿠(松竹) 영화사, 닛캇츠(日活)사 등 유력 영화사들도 속속 에로 영화 붐에 올라탔다. 이 당시의 일본의 에로 영화를 먼저 시작한 도에이사의 이름을 가져와 보통 “도에이(東映) 포르노”라고 부른다. 그러나 실제 이들 영화는 포르노는 아니며 조금 농도 짙은 에로 영화라 보면 될 것이다. 물론 요즘의 영화들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성의 표현이었다. 

이 시대 에로 영화가 범람한 것은 비단 일본 뿐만은 아닌 것 같다. 세계적으로 에로 영화가 범람하던 시기였다. 이 시기 일본에서는 시대물 에로 영화도 성행하였는데, 특히 가학적인 성을 다룬 영화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영화 <잔혹ㆍ이상ㆍ학대 이야기 원록 시대의 여자들>(残酷・異常・虐待物語 元禄女系図)도 그러한 가학적 성을 다룬 시대물 영화로서, 1969년에 제작되었다. 당시는 18금(우리나라의 19금) 영화였지만, 지금은 15금 영화로 완화되었다. 


이시이 테루오(石井輝男) 감독은 가학적인 시대물 영화를 많이 제작하였는데, 이 영화는 그의 4번째 작품이다. 이 이야기는 일본 에도 시대의 원록(元禄) 시대(1688-1704)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원록 시대는 에도 시대 가운데서도 가장 평화로웠고, 문화가 활발히 꽃 피운 태평성대로 평가되고 있다. 이 영화는 3개의 이야기로 구성된 옴니버스식 작품으로서 각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 오이토의 이야기: 야쿠자에게 속아 유곽인 요시와라로 팔려가 유녀(遊女. 창녀)로까지 추락하였으면서도 남자에 대한 사모를 더욱 불태우다가 결국 고문 끝에 죽어가는 에도의 처녀 오이토의 비극적 이야기


• 오치세의 이야기: 밤마다 공연장에 장애인을 끌어들여 도착적인 성애에 탐닉하는 부자 상인의 딸이 다다른 비극적 결말


• 여자의 알몸에 금가루 칠을 하여 질식사시키거나 알몸의 시녀들 사이에 성난 소 떼를 풀어 뿔에 찢겨 죽게하는 등 끝없는 악행을 저지르는 폭군의 말로


이 영화는 에로영화라 보기에는 오히려 괴기 영화 쪽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혐오스러운 장면이 적지 않다. 이 영화를 보면서 끔찍한 장면이 나올 때마다 여러 번에 걸쳐 장면을 건너뛸 정도였다. 영화 제목이 영어명으로 <에도의 파티>(Orgies of Edo)로 번역되어 있어 보긴 했지만, 보고 나서도 기분이 썩 좋지 않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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