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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 May 18. 2021

나는 그려야 해요

<달과 6펜스>를 읽고



독서모임 5 필독서.

2시간 수업 진행을 위해 20시간쯤 들여다본 책.

오래 보아야 예쁘다는 시구처럼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고전’이란 명성이 어울리는 근사한 작품이었다.

나눌 이야기와 생각거리는 끝없이 샘솟았고 작가가 창조해낸 인물의 면면은 인간의 위선과 모순을 독자 앞에 또렷하게 드러내며 우리를 비춰준다.

닿을 수 없는 이상, 예술의 최극지를 상징하는 ‘달’

현실과 일상을 상징하는 당시의 최소 화폐단위인 ‘6펜스’

둘의 상징과 극명한 대비는 ‘나는 무엇을 좇으며 사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만든다.


그 질문을 시작으로 안정된 가정과 가족을 포기하고(혹은 버리고) 예술을 선택한 찰스 스트릭랜드에 대한 의견, 재능과 예술가로서의 자격, 삶과 예술의 양립, 스트릭랜드와 만났던 세 여인을 통해 바라본 사랑의 모습, 인생의 성공과 실패, 그것에 대한 평가와 판가름의 기준, 인물들이 보여준 위선과 모순 등에 대한 엇갈린 의견이 치열하게 오고 갔다.


독서모임에 참여한 분들그런 분위기에 휩싸일 수 있었던  무엇보다 서머싯 몸의 날카로운 필치 덕분이었던  같다. 영국의 모파상이라 불릴 정도로 미묘하고 섬세한 심리 묘사에 능했고 누구나 경험했을 자신의 위선을 작품을 통해 거울처럼 비춰볼  있었기 때문이다.


작품을 둘러싼 인물인 ‘ 고갱 ‘피터 브뤼헐 작품과 일생을 살펴보고 작가인 ‘서머싯  작품세계까지 나누다 보니 2시간이 그야말로 순삭.

하나의 작품 안에 나눌 이야기가 이렇게 많다는데 새삼 놀랐고 고전의 위엄을 체험할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벽에 그림을 그리고, 멀어버린 눈으로 자신의 그림을 하루 종일 들여다보던 스트릭랜드.

그 모습을 보며 들끓는 열정을 어쩌지 못하고 예술에 몸을 던져버린 그의 행동은 선택이 아니라 운명이었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거부할 수 없는 ‘달’의 세계를 향해 평생 달려간 스트릭랜드는 우리의 이해를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내버려 두길 바라며 예술이 깔아놓은 쓰디쓴 고행과 가난과 비난을 기꺼이 감당했을 것이다.


넘치게 준비한 발문을 모두 나누지 못한  모임을 마쳤지만 좋은 작품을 만났다는 반가움 때문에 내내 뿌듯했다. 게다가 참석한 분들이 남긴 “행복한 시간이었다 말씀은 준비 기간의 노고와 긴장을 풀어주기에 충분했으니, 평가에 무심했던 스트릭랜드를 닮기에 나는 아직  듯하다.




P67-68

“아니 나이가 사십이 아닙니까?”

“그래서 이제 더 늦출 수가 없다고 생각했던 거요.”

“당신 나이에 시작해서 잘될 것 같습니까? 그림은 다들 십칠팔 세에 시작하지 않습니까?”

“열여덟 살 때보다는 더 빨리 배울 수 있소.”

“어째서 그런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나는 그려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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